
노바디
노바디로의 회귀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가 어떤 삶의 태도를 고수 하냐에 따라 인비져블 맨이 되기도 한다.
은퇴란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을 스스로에게 설문한다.
너의 삶의 어땠는가?
그리고 너의 남은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하지만 지나간 삶은 별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잘 살아 왔다고 앞으로도 잘 살다 죽을리란 보장이 없다,
지금까지 못살아 왔다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다 죽으리란 법도 없다.
다사다난 그리고 새옹지마 그리고 인생무상
삶의 강물이 여울목을 만나 듯 변화무쌍한 삶의 메트릭스 어딘가에서 예측불허의 변수가
개입한다,
그 변수가 우호적인가 우호적이지 않는가 조차 쉽사리 판가름 나지 않는다.
결론은 왕왕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 진면목을 드러내고 반전의 기회 또한 삶의 메트릭스
어딘가에 숨어 적당한 온 습도와 타이밍을 기다린다.
반전의 기회가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 기회를 놓쳐버리는 게 삶의 태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운이 없는 것인지는 명확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대략 신뢰하는 통계는 그가 지향해온 삶의 패턴과 태도가 그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노바디로 회귀하고 난 세상에는 인비져블 맨의 자유와 고뇌가 공존한다.
노바디의 익명 아래 고요히 은거하며 그동안 자신이 누리지 못한 삶의 고요와 기쁨을
누리는 진정한 삶의 승리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무기력의 바다에 투신하여 자신의 존재를 실신시키고 식물인간처럼 살아 갈
것인가?
은퇴란 같은 공간에 머무르지만 서로 다른 삼차원의 세상이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지만 그들에게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
늘상 내가 바라 본 풍경이지만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다.
원색이나 파스텔톤의 밝고 쾌활한 색이 아니라 우울하고 칙칙한 무채색이다.
그 색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무엇일까?
돈일까?
명예일까?
자부심일까?
나의 결론은 결국 그 힘은 내게 있다는 거다.
세상의 지형지물과 그 동아 내가 쌓아온 자원을 이용하여 나의 색깔과
나의 기분을 내가 조절하는 것이다.
그게 무수한 세월에 걸쳐 수련한 나의 내공이다.
은퇴란 참 기묘하고 기괴한 세상이다.
아무리 그 세상에서 힘을 잃었다 해도 이전 세상에서 그가 축적해 놓은 많은 것들로
전혀 영향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도 상실감을 떨치지 못한다..
어쩌면 화려한 현역시절을 살았던 사람일수록 실망과 충격이 더 크게 다가 올 수도
있다.
모든 지표는 내리막이다.
갈수록 쓸쓸해지고 마음은 공허해지고 노구는 삐걱거린다.
그럼에도 살 날은 아득하다.
다행인 건 등짐을 덜고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 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내일이 왔는데 여전히 오늘을 누리지 못하고
많은 걸 잃고 대신 또 많은 걸 얻었는데 얻은 것보다 잃은 것에 집착하다 보면
정말 피 같은 남은 시간도 어이없이 응고되어 버릴 것이다.
우리는 삶의 어느 지점에선가 자신을 잃어버렸다.
많은 날을 타인의 눈과 귀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 왔고 세속의 가치에 현혹
되고 세뇌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또한 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평가해왔다.
철들면서 그리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잃어버린 세상의 소중한 가치를 복원하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지 않으면 여전히 남은 인생길은 안개 자욱하고 목적지는 오리무중일
것이다.
삶은 여전히 난해하다.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는 성공적인 삶을 조건을 갖추고 그에 걸맞는 삶을 누리는 누군가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너무 평범해서 누군가의 주목을 받을 일도 없지만 현역시절보다 훨씬 더 충만한
인생을 사는 삶의 고수들도 많다,.
어떤 인생이 잘 산 인생인가?
인생은 역시 정답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흘러갈 뿐이다.
2025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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