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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보문산 산책

 

 

 

모처럼 보문산 산책.

날씨가 아직 안 풀렸다.

오늘은 멀리 떠나지 않고 머리를 식힐 겸 보문산 산책하기로 하다.

마눌과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시작하여 산성과 시루봉을 오르고  청년광장을 거쳐 회귀하다.

보문산 전망대는 새로 지어졌는데 아직 개관하지 않았다

그 한 켠에 옛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낯익은  케이블카가 정겨웠다.

몸을 움직이니 추위가 누그러졌는데 시루봉을 거쳐 넘어 가는 산길의 공기는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동네 산에서 당혹스러울 만큼 몸이 먼저 체감하는  격렬한 기온 차이는  뜻밖이었다.  

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내  삶의 터전은 늘 푸근하다. 

내 추억의 대부분이 이 보문산과 산 바로 아래 코닿을 곳에 있고  모든 게 찰라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인생의 뒤안길을 서성인다. 

 

느릿느릿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유성에서 복탕 한그릇 씩 먹고 사우나 한 다음 귀가

내훗날의  삶이 투영되는  오늘 같은 날  또한 살아가는 날의 작은 행복이다.

 

 

사우나 에피소드

지난 주 유성 온천 뜨거운  사우나에서 더 땀을 내려고 다리 펴기 운동을 했다.

한참 운동하는 날 보더니 내 또래 정도 되어보이는 어떤 사람이 물었다.

“평소 무슨 운동 하세요?”

“ 아! 예 전  정기적으로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고 등산 좀 합니다.”

라고 애기했더니 다짜고짜 하체가 참 좋으시다고 얘기한다.

좋은 하체라 !

젊은날에는 그런 얘기를 자주 들었는데 60이후에 그런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과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2019년이니까 벌써 7년 전 일이다..

청백이랑 같이 간 설악비등 형제봉에서는 그 아름다운 산세에 넋이 나갔다.

하지만 그 거친 길에서 내 몸은 무겁고 유연하지 못했으며 그래도  자부했던 체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연이은 설악의  비경을 염탐하면서 가지 않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이 솟구쳤다.

 

분기점이 된 그날의 산행을  난 이렇게 기록했다.

 

나의 삶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무수한 비경을 만난다.

사람들은 비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탄성을 올린다.

그건 아침햇살과 능선의 바람에 서둘러 사라져갈 이슬들이 불멸의 자연에 게 보이는 경의와

찬사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은 흔들리는 차 안에서 잠을 설치고, 거미처럼

네발로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고,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거친 숨과 땀의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세상의 수 많은 길을 걸었지만 우리가 걸음으로서 길이 되는 그런 길도 있다.

거기 그렇게 거칠고 위험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간이 벌렁벌렁하다가 급기야 부어 버려야 비로소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고

몇 군데는 찔리고 찢어져야 만날 수 있는 그런 풍경들

 

 

그리고 많은 생각들을 만난다.

설악의 가슴은 우리 생각보다 더 넓고

그 가슴에 품은 생각은 더 깊다,

설악의 깊은 곳에서 인간은 웅혼한 대자연의 잔등을 타고 기어가는 한 마리 벌레

태고의 장엄함 속을 잠시 스쳐 지나다 찬바람과 함께 사라져 갈 한 마리 나비 일 뿐

하지만 그 심대한 세상의 고요와 침묵이 깊기에 그 작은 발걸음의 의미와 울림도 깊다.

눈부신 세상을 누리는 짧은 날개짓이기에 그 노래는 아프고도 아름답다.

그리고 거기 그 자리에서 가부좌한 채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를 묵묵히 견딘 영겁의

깨우침 !    

침묵으로 설파하는 대자연의 교훈과 삶의 진리는 세사의 시름과 욕심을 비워 낸 빈가

에 공명한다.

나는 젊은 날에 이런 풍경을 남겨두고 어느 구석을 떠돌다가 삐걱거리는 노구를 이끌고

여기에 왔는가?

 

그리고 난 그날 이후 체중 감량에 도전해서 불과 한 두 달 만에 4kg 이상을 감량했다.

가지 않은 거친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을 돌아보겠다는 일념으로….

 

감량은 체지방을 감소시켜 확실히 몸을 가볍게하고 노화되는 무릎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얼굴과 장딴지 근육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많은 친구들이

날 보며 어디 아픈데 있냐고 물었다.

그래도 가벼운 몸으로 하는 산행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었다.

아쉬움이라면 정작 몸 만들기를 제대로 해 놓고 설악 비등길이 막혔다는 거

몇 년 후 내가 비등을 함께 타던 산악회에서  설악 오지 산행 중 연속으로 사람이 2명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 이후 한밭벌 산행 매니아들의 오지 탐사 길이 원초적으로 막혀버린 것이다.

 

몇 년 뒤 생애 최초 치악산 겨울 종주산행에 도전 했을 때 체중 감량의 부작용이 명징

하게 느껴졌다.

장거리 산행의 후반부에 들어서자 스태미너가 뚝 떨어지고 쥐도 자주 났다.

그 여파로 몇 일 뒤 코로나까지 걸려 일주일 회사 출근도 못하고 고생을 했다.

종주 후 사우나에서 감염이 된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감량에 따른 전반적인 체력저하로

면역력이 약화된 탓이 아닐까 싶다.

위적인 무리한 감량은 뱃살을 빼고 몸을 가볍게 하여 무릎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지

만  근육까지 털림으로 인한 스테미너 약화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60이 넘어 체중을 함부로 줄이면 안된다는 얘기들도 전혀 일리가 없는게 아니다.

 

체중을 신경쓰기는 하지만 일부러 감량을 하지 않고 그 때 이후의 아침 간편식 외에는

별다르게 먹는 걸 조정하지도 않으니 요즘은 체중이 좀 늘었다.

그런데 67살에 하체가 실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던 거다.

 

오늘도 사우나에서  발꿈치 들어올리는 운동을 계속했다.

또 한 분이 내게 물었다.

“ 그렇게 운동하시면 다리에 쥐가 안나시나요?”

“에 ?  전 아직 그런 건 못느껴 봤는데  쥐가 왜 나나요?”하고  내가 반문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장딴지와 다리에 쥐가  자주 나서 운동을 못 한단다.

특히 운전을 하면 증상이 더 심해서 먼 거리는 운전할 엄두도 못한다고 했다..

 

나는 언젠가 어머님이 자다가 쥐가 자주 난다고 해서 성환이에게 물어보았다가 콜라를

먹으면 금방 좋아진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 콜라를 한 번 드셔보라고 권했다.

우리 둘이 대화하는 중에 다른 사람들도 끼어들어 갑작스런 쥐발생에 대한 처방의 공론

이 분분해졌다.

 

그러고서 토론이 종료되던 말미에 처움 내게 물었던 분이 다시 불었다.

“ 아직 80은 안되셨지요?”

헐 ~~~~~

내가 70 중반은 넘어서 보인다고…?

 

요즘은 새삼 새월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몸으로 느끼는 체력의 감도도 한 해가 다르다.

매일 거울을 보고 아직은 괜찮다고 속삭여도 이젠 늙음을 속일 수가 없다.

60이 넘어 직장을 구할 때 나와 인턴으로 경합하던 젋은이는 나를 계속 “어르신”이라고

불렀다.

그 때가 7년 전이었고 나는 그 후 7년을 더 비바람에 풍화되고 낡아 갔으니 요즘은

젊은이들이 보면  상 할배로 보일 것이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의식하는 나의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나의 본질은 그 대로 있는데 사람들에 말에 내 가분이 영향을 받는 다는 거.

이왕이면 듣기 좋은 소리가 좋긴 해도 나이보다 늙어 보이고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 년이 더 지나면 다 도토리 키재기였을 뿐인데…..

그리고 좀 더 지나면 우린 모두 “무”로 수렴되는 데 ….

 

잠시 낮잠 한 번 자고 일어난 듯 지나갈 짧은 인생이다,

그 찰라의 인생에서 맞니 그르니 다툴 게 무엇이고 ….

이것 저것 내 삶의 본질 에서 벗어난 일들로 마음 상할 일이 무에 있을까?

 

삶의 진정성의 기준은  “나의 행복” 일 뿐이다.

살아 있으니 건강할 때 아름다운 세상을 더 누리고  즐겁게 살 일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의 한 마디에 담긴 깊은 뜻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2026년 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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