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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장터의 핵심은 거래 안정성" - 재해복구시스템

무릉객 2007. 7. 20. 14:21
이달초 닷컴 업계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금융기관 수준의 이중화 재해복구시스템을 가동한 옥션. 매출액 1600억원에 불과한 인터넷 회사가 웬만한 대기업들도 엄두내기 어려운 재해복구시스템을 굳이 갖춘 이유는 뭘까.

 “똑같이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지만 인터넷 오픈마켓은 할인점·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에게 전산(IT)시스템이 업무를 효율화해주는 수단이라면 우리에게는 IT가 곧 비즈니스입니다. 모든 것이 IT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이중화 재해복구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낸 옥션 최승돈 상무(CTO·47)는 ‘IT=사업’의 등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옥션을 들르는 순방문자수만 하루 평균 150만명. 하루 페이지뷰는 무려 2억건을 넘는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온라인 장터를 이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구매자나 판매자에게 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것이고, IT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네티즌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최 상무의 설명이 곧바로 수긍간다.

 e베이의 자회사인 옥션은 전세계 e베이 시스템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화된 IT 환경을 갖춘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 e베이가 본사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무장애 달성율은 99.9%이지만, 옥션은 이보다 더 높은 99.97%를 자랑한다. 지난해에는 일년을 통틀어 장애 발생 시간이 두시간에 그쳤다. 이달초 가동에 들어간 옥션의 이중화 재해복구시스템도 목표 복구시간은 두시간 이내다.

 최 상무는 “예상치 못한 재난재해로 서울 논현동 주전산센터의 고객 거래 데이터가 망실되더라도 두시간내에 경기도 분당 재해복구센터를 통해 완벽히 재생해 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장애 발생시 옥션의 긴밀한 대처 방식은 더욱 눈길을 끈다. 만에 하나 특정 시스템 장애가 생기면 e베이의 ‘위기관리프로세스’에 따라 즉시 관련된 모든 임직원들에게 실시간 경보가 전해지고, 고장을 모두 해결할때까지 원격에서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그는 “예전에는 사고가 나면 직원들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형화된 절차만 따르면 문제를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분위기조차 달라졌다”고 말했다.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지상과제지만 온라인 장터를 매일매일 역동적인 시장으로 바꿔놓는 것도 IT 시스템이 해주는 중요한 일이다.  얼핏 보면 똑같은 것 같지만 사이트 구성 하나하나 수시로 바꿔줘야만 구매자나 판매자의 발길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최 상무의 지론이다.

 다른 업계의 전산실에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최 상무의 마지막 멘트가 머리속에 꽂혔다. “우리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할때 투자대비 효율성을 따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중복투자도 오케이입니다.” 옥션의 전산시스템 운영 원칙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