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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의 새로운 세상

무릉객 2007. 7. 26. 15:14
달리던 자동차가 갑자기 로봇으로 변신하고 움직인다. 로봇들은 사람들이 있는 거리를 활보하며 한바탕 멋지게 싸움을 벌인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이다. 관객들은 컴퓨터그래픽(Computer Graphic, CG)에 의해 만들어진 한층 증강된 현실에 눈을 떼지 못한다. 관객들은 “정말 진짜 같아” “만화가 현실이 된 것 같아”라며 아직까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CG기술에 의해 창조된 가상의 캐릭터들이 우리 눈에 익숙한 현실에 결합돼 마치 실재하는 것 같은 환상에 빠져든다.

◇증강현실(AR)의 개념=일반적으로 게임처럼 3D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우리의 시선을 움직이는 것이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이라고 한다면 현실공간에 가상의 물체를 부분적으로 결합하거나 정보를 추가해 실시간

(Realtime)으로 보여주는 기술을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혹은 혼합현실(MR·Mixed Reality)이라고 한다.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는 이미 오래전부터 책이나 SF영화를 통해 이야기됐고 실질적으로 군사, 의학, 건축 분야 이외에 다양한 산업에서 시뮬레이터(모의실험기구)형태로 활용됐다. 이에 비해 AR은 1990년 초 보잉사가 신조어로 사용하고 그 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신기술이며 용어부터가 낯설다.

하지만 AR는 아직까지 사실감이 떨어지는 가상현실보다 더 실제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 있어 시각적인 측면에서 훨씬 매력적이다.

AR는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보여지는 것이 아닌 카메라가 우리의 눈을 대신해 영상을 받아들여 모니터나 스크린을 통해서 보거나 HMD(Head Mounted Display)라고 부르는 머리에 쓰는 개인형 디스플레이장치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개인용 모바일 기기들이 고급 사양을 탑재하고 소형화돼 가는 추세에다 기본적으로 카메라를 포함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AR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방송, 교육,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현재 AR 기술은 기업들과 대학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 개발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AR의 메커니즘은 TV방송에 가장 적합하다. 일기예보를 비롯한 역사나 과학프로그램을 위해 사용되는 가상세트(Virtual Set) 배경을 수동적으로 걸어만 다녔던 진행자는 이제 AR의 마커레스 (Marker less)라는 트랙킹(Tracking) 기술을 통해 가상의 물체를 손에 들고 움직이며 설명하는 능동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의 ABC, CBS, 영국의 BBC, 프랑스 텔레비전, 일본의 아사히TV, NHK, TBS, 도쿄TV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고 있다. 국내의 방송국들 또한 올 12월에 있을 대선 선거방송에서 기존의 VR과 그래픽만이 아닌 AR 기술을 활용해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연출을 기획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교재는 텍스트 위주로 그림을 삽입한 동화책이 대부분이며, 간혹 평면적이지만 입체감을 주기위한 팝업 북(pop-up book)이 있다. 최근 교육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일방적인 정보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과 적극적인 상호작용(Interaction)을 할 수 있으며, 흥미와 동기유발을 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학습도구를 모색하고 있다.

AR는 교육에서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평면에서 그림으로 존재하던 공룡은 3D로 튀어나와 책 위를 걸어 다니게 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은 책을 돌려서 공룡을 입체적으로 관찰하며 공룡을 뛰어다니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이야기가 있는 동화책을 인형극을 보듯이 관람하고 과학적인 현상과 실험을 안전하게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는 AR은 아이들에게 시각적으로 흥미를 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책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다양한 현상과 과정의 표현들을 마치 마술처럼 느끼게 해준다.

AR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고 사양의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했던 AR 학습도구는 이제 소형 노트북과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교육서비스 형태로도 개발 중에 있다.

“휴대폰을 꺼낸 두 사람이 시청 앞 광장에서 가상의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하고 한강 다리위에 로봇들이 격투를 벌이며 떨어지고 부서진다.”

앞으로 사람들은 CG로 만들어진 그래픽 공간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을 배경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 물론 충돌을 계산할 수 있도록 실제 공간들이 3D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이 되고 휴대용 기기의 3D엔진이 더 고속화돼야 한다. 그러나 구글이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해 만들고 있는 새로운 3D 디지털 세상과 실제 소형 미니어처 세트를 대상으로 구현되고 있는 AR게임들은 이런 가능성들을 구체화 시킨다.

소니는 이번 플레이스테이션3(Play Station 3)에 ‘Eye of Judgement’ 라는 AR 카드 게임을 출시하였다. 이 게임은 실제 테이블에 올려놓은 카드 위로 등장하는 3D 몬스터들이 서로 반응하고 싸움을 벌이는 새로운 형식의 AR 게임으로 몰입감과 실제 감이 중요시되는 게임분야에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AR은 차세대 게임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각종 산업과도 찰떡 궁합=해마다 열리는 모터쇼는 세계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사의 신상품과 켄셉 카들을 선보이는 경연장이다. 그런 이유로 신상품의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최첨단 미디어와 신기술이 선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 자동차 회사는 올 해말 일본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AR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실제 무대위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카메라를 통해 비추어진 무대위에는 내부구조에서부터 외관까지 생성되고 있는 자동차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자동차의 옆에 선 프리젠터는 간단한 동작으로 자동차의 색상을 바꾸거나 회전시키며 디자인을 설명하는 것이다.

최근 건축회사들은 모델하우스의 건립과 운영예산, 환경과 공간상의 문제로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전환하고 있는데, 많은 건설업체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상황에서 AR기술은 모형을 만들지 않고서도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솔루션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책자는 책과 마찬가지로 이미지와 텍스트가 전부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어보기 전에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확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매장의 브로슈어를 AR키오스크에 비추어 소비자는 입체적 3D 형태로 나타난 제품을 실제 제품처럼 살펴보며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이미지 위에는 광고 동영상이 흐르고 마지막 장에는 제품의 내부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설명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능적인 부분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최첨단 AR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기업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좀 더 현실감 있게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AR기술은 자동차의 디자인작업 과정에서 1대 1 모형을 실제로 만들지 않고 빠른 시간에 새로운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실제 공간에서 하는 것처럼 가상의 자동차를 컨트롤러로 운전하며 외부 및 내부에 대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가능하도록 해 준다. 현재 AR기술은 BMW와 르노자동차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BMW에서는 자동차 엔진위로 소형 컴퓨터를 통해 비추었을 때 수리하는 순서를 실제 과정별로 보여주는 메인터넌스 엔지니어 교육을 위한 AR 프로그램 개발 중에 있다.

모바일은 가장 쉽게 휴대할 수 있는 카메라가 설치된 미디어다. 이제는 전화를 걸고 받는 것뿐만 아니라 TV를 보거나 게임과 인터넷도 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화상전화 분야에서 AR기술은 화상전화 시 자신의 얼굴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입체적인 3D 아바타의 형태로 변형시키거나 유흥의 공간을 독서실이나 사무실의 이미지로도 변경시킬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화상서비스에 접속해 상품 브로슈어를 비추면 모바일 화면을 통해 3D로 구현된 상품들의 색상이나 디자인을 다양하게 변경해 보며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선택해 콜 센터에 주문 정보를 내릴 수 있다. 모바일을 통해 거리에 있는 옥외 광고들의 로고 이미지 위로 디스플레이 되는 상품에 대한 최신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선택에 따라 접속 자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의 위치도 알려줄 수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여러 기업과 연구소에서 모바일관련 AR솔루션과 서비스개발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용으로 개발돼 머리에 쓰고 안경형의 디스플레이장치를 통해 보게 되는 HMD(Head Mounting Display)는 군사작전 시 외부의 실제 지형지물 위에 위치나 거리등 추가적인 정보와 상황의 변화에 따른 명령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어 군사작전 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자동차의 지능형 so비게이션 시스템 또한 운전 중 운전자에게 실시간 정보들을 공급하는 텔레매틱스 구현의 핵심 매체가 될 수 있다. 실례로, 독일의 지멘스사와 일본의 구마모토 대학에서는 그래픽 내비게이션 화면이 아닌 카메라를 통해 보여지는 실제 외부의 영상위에 방향과 속도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결합하는 차세대 AR 내비게이션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앞으로는 BMW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유리전면에 프로젝션을 해 정보를 보여주는 HUD(Head Up Display) 방식이 보편화 되거나 아예 유리자체가 스크린화 돼 앞에 보이는 도로 중앙 한가운데 화살표가 나와서 방향을 지시하게 될 것이고 막힌 길은 돌아가라며 깃발을 흔드는 캐릭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카메라와 스크린을 활용하는 AR를 직접적인 시야각으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품질과 가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안경 형 디스플레이장치들의 지속적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고, 가상 물체의 현존 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각 센서기술 장치들과 연계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화 되고 실시간 텔레매틱스 정보가 자동차 유리를 통해 디스플레이된다면 자동차 안에서 보는 세상은 현실과는 또 다른 AR다.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상어가 튀어 나왔던 영화간판처럼 건물위에는 여기저기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캐릭터들과 가상의 상품들을 보게 될 것이며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이벤트 정보들은 계속해서 업데이트가 된다. 또한 안경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사람들은 모바일기기로 여기저기 모여서 도시 건물들을 배경으로 스파이더 맨 게임을 하거나 건물 유리창위에 바둑이나 오목 같은 게임들을 즐기게 될 것이다.

가상이 실제처럼 보이는 세상이 무척이나 혼돈스럽지만 상상하는 만큼 보이는 새로운 세상은 이미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