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her and Child/ Jane Faella
아침을 먹는데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습니다.
잡혀있던 인질 한 사람의 피살 소식을 어제 밤에 잠들기 직전부터 듣고 오지 않는 잠을 자려고 밤새 애를 써서 더욱 그랬는지는 모르나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슴 속 저 깊이서 치밀어 오를 분노와 의문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분노는 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인의 기질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이어 받은 그 웬수같은 질긴 기질에 대하여...
인도네시아엔 황당하고 위험한 일들이 종종 우리를 놀라게 하는데 나 스스로는 그런 것들에 대한 경각심이 있나 없나 하는 물음부터 그것들은 시작되었습니다. 십 년전 자카르타에 폭동이 일어 났을 때 난 집안에 가만히 엎드려 앉아 있었나 슬쩍 슬쩍 구경을 해가며 다니지 말라는 길거리를 다녔나 안 다녔나를.. 호텔에 테러가 났을 때 대사관에서 교민들에게 주의사항을 내보내며 고급 백화점등 가지 말라는 곳을 알려주었을 때 과연 발길을 끊었었나..
십 년전 자카르타 폭동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 나는 아침 일찍 차를 타고 슈퍼 마켓을 갔었습니다. 무슨 일이 더 생길지 몰라 비상 식량을 구하기 위하여.. 폭동이 일어난 거리는 마치 전쟁터 같았습니다. 적막과 두려움이 길거리 깔려 있었으며 도처에 보이지 않는 눈을 통하여 알수 없는 감시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불타다 남은 건물과 도심 고속도로의 톨게이트 마구 부수어진 건물의 유리창과 타다남은 자동차 그리고 누군가를 향하여 던져졌을 깨어진 보도 블럭들...
남은 폭도들이 달려들이 내게 금품을 요구 할 것에 대비하여 그들에게 붙잡히면 뿌릴 돈다발까지 차 바닥 카펫 밑에 넣고 떠난 결사적인 장보기..마치 종군기자의 심정으로 장을 보러 가니 한국인이 경영하는 슈퍼마켓은 셔터를 내리고 쪽문을 열어 놓고 있었습니다.
지금 나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그 때 정말 먹을 것이 하나도 없어 굶어죽게 생겼었나를...
아닙니다.
난 궁금했습니다. 폭도들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가....
그 무자비하게 파괴된 거리들을 무사히 지나오면서 나는 알 수 없는 승리감에 도취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발리에 폭발물 테러가 빈번해진 후 가장 많이 오는 관광객은 한국인이랍니다.
어찌 우리는 이리도 용감합니까?
우리 삶의 가치관을 결정하는데 종교는 중요한 아니 결정적인 역활을 합니다.
하지만 종교는 가장 위험한 사상의 하나이기도합니다.
민족과 ***이즘, 그리고 종교는 자칫하면 집단 이기주의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속한 집단에 피해가 가면 그동안 추구하던 모든 선한 것들을 잊고 상실에 대한 고통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프카니스탄에 잡혀 있는 한국인 인질들...
벌써 두 번째 살해가 자행되고 있는 이 처참한 현실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국제사회 속의 우리들..
전쟁과 종교라는 거대한 두가지 난제가 얽혀있는 이 현실을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는 어떻게 풀어 나간단 말입니까?
연속 이 주일간 본 영화가 불현듯 뇌리에 스칩니다.
인류 구하기 위해서라는 거대한 명제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 살상은 논할 가치도 발하지 못했음을..
어쩌면 우리의 형제 자매들은 불행히도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거대한 명제 속에 갇히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대 테러전...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교환이라는 풀기 어려운 난제를 걸머졌으니...
한 핏줄들이 격는 고통이 가슴을 타고 흐르지만 전 세계적인 골치거리 땅에서의 선교 봉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나 우리는 반성해야합니다. 진정한 신앙인으로 그 곳에 갔었다면 우리는 무자비한 탈레반, 그들을 용서해야 합니다.
선교와 봉사가 목적이었기에.. 용서하기 힘든 이 일을...
어제 주검으로 돌아온 배형규 목사의 귀국 장면을 보면서도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가슴아픈 처참한 죽음에 왜 가족들은 맨발로 달려 나오지 않는지...
무엇이 그들을 얽매고 있는지..
남편의, 형제의 죽음 앞에 달려나오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사랑입니까?
그것이 진정한 용서입니까?
그것이 동료애입니까?
그것이 신앙의 실천입니까?
그것도 억류된 가족에 대한 봉사이며 예의입니까?
그럼 주검이 되어 가족의 마중도 받지 못하며 돌아온 이는 무엇입니까?
진정한 가치는 맑고 투명하며 인간의 심성을 울립니다.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남은 스물 한 명의 형제 자매들이 그들이 가진 신앙인의 모습으로 그들을 화해 시킬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내 형제 자매들이 무사히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고 심성민씨의 영혼의 안식과 충격에 쌓였을 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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