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과 추는 춤 - 서대산 (100대 명산 제 27산)
서대산이 100대 명산에 속한다?
다섯번 쯤 다녀왔을까?
다녀올 때 마다 날씨가 과히 좋지 않았다.
비가 오다가 그쳤는지 길은 젖어 있었다.
천천히 아침을 차려 먹고 마눌과 26번째 100대명산 주유길에 오른다.
월악산으로 가고 싶었지만 어제의 피로를 생각해서 가까운 서대산으로 길을 잡았다.
지난 한국의 산하 모임 때도 �은 비가 내려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도 흐린 날씨에 멀리 보이는 서대산은 어깨 위로 안개 구름을 두르고 있다.
산행일자 :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산 행 지 : 서대산
산행코스 : 드림리조트-신선바위-장군바위-정상-탄금대-약수터-리조트
(1코스~4코스 종주)
동 행 : 마눌
날 씨 :흐리고 약간의 비/정상부 자욱한 안개
경유지별 시간
11:00 리조트 출발
11:17 용바위
12:07 선바위
12:28 신선바위
12:29 구름다리 갈림길
12:37 구름다리
12:55 제말재
13:04 사자바위
13:15 헬기장
13:18 3코스 내려가는 길
13:25 장군바위
13:43 서대산 정상 (약 10분 휴식)
14:00 탄금대
14:32 약수터
15:13 서대폭포/개덕사
15;40 하산완료
서대산 리조트
늘 이곳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종함레져 타운의 야심찬 개발 계획을 진행시켰지만
결과적으로 대자연을 뒤덮은 흉물스런 콘크리트 잔해와 부조화스러운 건물들만 남기고
서대산을 어정쩡한 곳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건물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아마도 리조트를 단체교육시설로 구조를
변경하는 것처럼 보인다.
용바위
길섶은 축축히 젖어 있다.
총 4개의 산행코스 중에서 1코스로 올라 4코스로 내려 오기로 했다.
서대산 구름다리는 1코스와 2코스 사이 9부 능선쯤에 위치하고 있다.
1코스는 용바위를 거쳐 제비봉,선바위,신선봉을 거쳐 좌측 능선으로 올라 선다.
어제 비가 많이 왔는지 용바위 아래 연못은 제법 많은 물이 고여 있다.
서대산은 편안하고 아늑한 육산의 개념과는 동떨어져 있다.
오를 때 마다 투박하고 센 산의 기운이 느껴져서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제비봉
비가 왔는데도 날이 후덥지근하여 오름 길에 땀이 많이 배어난다.
답답하게 시야를 막아서는 수림을 따라 15분쯤 계곡 길을 오르면 나무 등걸에 용바위 430M
신선바위 870M라는 이정표가 선다.
신선바위 반대편 언덕을 오르면 후련하게 시야가 트인다.
신선바위 까지 오르기 전에 만나기 힘든 멋진 조망처이다.
아래 리조트 쪽으로 동네가 평화롭게 내려다 보이고 우측의 봉우리는 자욱한 안개를 걸고 있다.
멀리 흘러가는 능선 구름이 깔린 하늘에는 태양 빛이 보인다.
과일을 베어물고 조용히 가라 앉은 풍경을 감상하다 갈 길을 재촉한다.
신선바위
길이 엄청 가팔라 졌다.
특정 구간에서는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한다.
선바위 아래에서 자욱한 안개 속으로 들어 가더니.
자욱한 안개가 멋진 조망을 남김없이 걷어가 버렸다..
안개를 헤치고 조금 더 오르니 신선바위이다.
바람부는 신선바위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며 허기를 달랜다.
안개가 서리처럼 눈썹에 내리고 절벽난간에 앉아 회색의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금새 추위가 느껴진다.
미세한 안개와 바람에 노출된 능선과 계곡의 체감온도는 극과 극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두대간 시절 한여름 폭우 속에서 덜덜 떨며 식사를 하던 기억들이 새롭다.
구름다리
9부능선 쯤에 있는 나무 등걸에 계곡 쪽으로 구름다리 표시가 되어있다.
15년 전쯤 은비와 태현이를 데리고 구름다리 아래 까지 왔었던 기억이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2코스 등산로로 건너가려고 구름다리를 찾아 내려 가는데 계곡 쪽으로 한참을 내려 간다.
안개가 만들어낸 회색캔버스에 푸른 나무들은 어슴프레한 모습으로 제멋대로의
멋진 그림을 그려낸다.
지나는 길에 멋드러진 소나무를 만나고 나서 안개 속으로 건너편 능선에 연결된 구름다리를 만났다.
낡을 대로 낡아 있는 구름다리
스산한 분위기의 계곡난간에 걸쳐있는 구름다리 초입에 경고문이 붙어있다.
“너무 낡아 안전진단 중이니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니 건널 테면 건너보라는 말인데
난간이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낡은 구름다리는 안개 자욱한 바람 길에서 흔들거리고
다리 아래는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회색의 심연이다.
중간쯤 까지 걸어 가보니 이 구름다리 흔들림에 간담이 서늘해 온다.
혼자라면 어떻게 건너보겠는데 마눌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온 길을 되돌아 가기로 했다.
일종의 알바
가파를 길을 다시 올라 1코스 능선 위 재말재에 올라섰다.
여기로부터 정상까지는 1.2km 이다.
사자바위
3코스 오르는 길이 사자바위와 만난다
여전히 안개에 가리어 조망이 없는 사자바위에서 잠시 휴식하는데 아래서 사람의 소리가
들린다.
구름다리 아래 안개 속에서 사람소리가 들렸는데 이제 올라오는 모양이다.
헬기장에는 강아지풀이 가득 자라고 있다.
장군바위
거대한 기암이 길을 막아선다.
마치 벼락을 맞은 기암이 무너져 내리며 양쪽 바위 사이에 위에서 끼워진 형상이다
옛날 어느 장군이 걸쳐 놓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바위 사이로 등산로가 있다.
안개 속에서 마름모꼴 쐐석의 형체가 기괴하게 보인다.
장군바위를 지나 능선 비탈사면을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좌 우측 으로 길이 나누어 지는데 우리는 우측 길을 따라 갔다.
아마도 두 길은 능선을 좌우측으로 돌아 모두 능선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좌측길은 아래로 내려가기에 안개속에서 무작정 따라 간 우측 길은 예전에 가본 기억이 없는 길이었다.
정상
일대에서 우뚝한 산이라 정상까지 가는 길이 꽤 뻐근하다.
안개에 쌓인 정상에는 그전에 보지 못했던 돌탑이 쌓여져 있고 그 옆에서 부부산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
천안에서 왔다 하는데 날씨가 시원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한다.
귤을 하나 얻어 먹었다.
사람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정상 기념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 있으려니 3코스로 떠들며 올라오던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정상으로 올라왔다
대전에서 오신 꽤 연세가 들어 보이는 두 산님이다.
미세한 안개입자가 엉겨서 강아지풀이나 풀잎에 작은 물방울로 맺혀있는 모습은 흡사
보석처럼 영롱하다.
탄금대
정상에서 200 미터 내려오면 탄금대가 있다.
대전에서 온 네분의 산님이 다리쉼을 하고 있다.
역시 안개에 가리워 주변의 풍경을 돌아볼 수 없다.
하산길
정상에서 1km쯤 되는 위치에 약수터가 있고 약수터에서 1.1km정도 지점에 서대 폭포가 있다.
약수터라고 할 것도 없이 계곡에서 쭐쭐거리며 흘러내리는 물인데 마시기엔 좀 찜찜하다.
그리고는 다소 지루한 하산길이 계속된다.
가끔 시야가 트인 곳이 나타나도 풍경을 볼 수가 없다.
서대폭포
항상 하산길에 길을 따라 무심코 내려가다 보니 지나치고 말았던 곳이었다.
바위아래서 내려다 보니 먼저 내려간 두 산님이 넓은 공터에서 무언가를 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는데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산허리를 휘감은 우측길을 따라가고 있다.
길이 이상해서 다시 되돌아 가보니 갈림길이 있다.
길은 아래로 한참 이어져 개덕사로 연결된다.
담장 없는 개덕사 경내에 들어서면서 서대폭포의 위용이 눈에 들어 온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자못 웅장한 폭포의 모습이다.
폭포 난간 이끼 사이에 자생한다는 나리꽃은 보이지 않는다.
꽃은 벌써 씨를 퍼뜨리고 꽃잎을 접었을 게다.
이 산에 자주 왔으면서도 이 절과 폭포의 존재를 몰랐으니 황당하기도 하다.
개덕사에서 폭포를 둘러보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개덕사에는 스님들의 모습들은 보이지 않고 툇마루에 개한마리 팔자 좋게 늘어져 있다.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우리가 하산을 하니 비를 쏟아내고 있다.
드림 리조트 회귀
산허리를 위돌아 리조트로 가는 길은 오름길이다.
산세로 보아 서대산은 4코스로 올라 1코스로 내려서야 더 수월하게 서대산 산행을 할 수
있다.
예전에 좋은 친구들과 그 코스를 따라간 기억이 있는데 벌써 한 7~8년은 훌쩍 흘러간 듯하다..
그렇게 4시간 40분의 산행을 마치고 서대산 풀장을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과일과 고구마, 계란으로 점심을 대신했는데 별로 시장하지 않았다.
오는 길에 10,000원 짜리 포도를 세상자(장태산포도) 샀는데 맛이 괜찮았다.
일요일
동생들과 벌초를 다녀왔다.
추석전에 휴일이 두 번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줄 착각해서 일정을 다소 빨리 잡았다.
청원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점촌IC 까지 가니 시간이 상당히 단축된다.
어머님을 모시고 갔는데 날이 너무 더워 무척 힘들어 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를 금초하는데 얼마나 덥던지…
궁금하던 차에 금초를 끝내고 고향에 들렀다.
네비게이터가 없었으면 덕개에서 찾아 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율현리를 찍고 움직이다 보니 10분도 안되어 도로에 “교동입구”라는 팻말을 만났다.
벼가 푸르게 자라는 논과 수로를 찬찬히 둘러보니 오랜 세월에도 낯이 익은 모습이다.
준비없이 왔던 터라 어머님을 모시고 고향의 지인들은 찾아 뵐 생각은 못하고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동생들과 그 옛날 할아버님 댁을 돌아 보았다.
마을들은 너무도 많이 변했다.
정겨운 황토길은 모두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정겨운 시골 냄새도 사라졌다.
할아버지 댁도 새로 지어졌고 좌측에는 커다란 우사에 소를 키우고 있었다.
그 옛날 내가 뛰놀던 뒤동산에는 나무가 무성하여 그 때의 정겨운 서정은 사라졌다.
어머님이 우리 땅이라고 하시는 논과 밭을 돌아보고 귀로에 올랐다.
난초가 자라고 물방개 놀던 마을 뒤 연못은 그대로 있을까?
언젠가 시간을 한번 내서 내 어릴 적 돌아다니던 그 산과 들을 하루종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