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과 백대명산

마눌과 추는 춤 - 월출산 (100대 명산 제 31산)

무릉객 2008. 11. 14. 15:22

 

 

 

 

 

 

 

 

눈물겹도록 미친 사랑을 하다가
아프도록 외롭게 울다가
죽도록 배고프게 살다가

어느날 문득
삶의 짐 다아 내려놓고
한 줌의 가루로 남을 내 육신

그래, 산다는 것은
짧고도 긴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처음에는 나 혼자서
그러다가 둘이서
때로는 여럿이서
마지막에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이겠지

산다는 것은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
사람을 사랑하고도 아닌척
그렇게 수백번을 지나치면
삶이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겠지

~ 그때는 참 잘했어
~ 그때는 정말 아니었어
그렇게 혼자서 독백을 하며 웃고 울겠지

아마도 여행 끝나는 날에는
아름다운 여행이기를 소망하지만
슬프고도 아픈 여행이었어도
뒤돌아보면 지우고 싶지 않은 추억이 되겠지
짧고도 긴 아름다운 추억여행

그래,
인생은 지워지지 않는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김정한시집 -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 中에서

 

 

 

 

 

 

 

 

 

 

 

 

 

 

 

 

 

 

 

 

 

 

 

 

 

 

 

 

 

 

 

 

 

 

 

 

 

 

 

 

 

 

 

 

 

 

 

 

 

 

 

 

 

 

 

 

 

 

 

 

 

그래

인생은 지워지지 않는 단 한번의 추억여행이야.

가을엔 괜시리 가슴이 짠해지고

무디어 가는 가슴일망정 한번쯤 화들짝 놀라

불현듯 잃어버린 어느 날의 한 편의 시를 떠올린다.

 

가을이  깊어 가니 자꾸 회색 둥지를 벗어 나고 싶다.

훨훨 날아 다닐 때의 나의 자유는 어디쯤 가고 있는가?

그토록 갈망하던 또 다른 세상과 거침 없던 시간은 흘러 가고

아직 기다려야 하는 이유와  떠 올릴 수 있는 추억만 남았다.

 

나의 행복과 나의 기쁨을 쉽사리 드러내지 말아야 했는데

멀리 떠나는 그날에

 

흥에 겨워 들썩이던 어깨와 줄줄 흘리던 들뜬 웃음들

마치 떠남이 삶의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격앙되고 흥분된

목소리로 불러내던 그 살아 가는 날의 기쁨들

난 바보처럼 그 모든 걸 왜 감추지 못했을까?

 

절절이 느낀 감동을 가슴에 묻어 두지 못하고

자기주문처럼 과장한 글이 마치 무슨 결정적인 증거라도 되는 양

누군가의 질투와 시기를 부르고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혼자 돌아 보며 희희락락했음이

마치 나누어야 할 누군가의 행복을 훔쳐 내기라도 한 듯

자유를 박탈한 채 시간에 감금되었다.

 

대자연 찬양 죄에 행복을 떠벌린 다는 가중처벌로 태형에 처해져

옥고를 치루고 2년여 집행유예는 아직 풀리지 않은 채 난 정해진

권역을 이탈하지 못한다.

마법이 풀리지 않으면 자유를 포기한 채 그저 잠시 가을이 언저리를 돌며

나지 않는 기쁨의 땀을 한숨으로 날리면서 작은 우물가에서 목을 축이겠다.

혹은 어느 주막 선술집에서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거야 하면서

왕년에 내가 어떻구 저떻구 떠벌리며 씁쓸한 웃음을 짓겠지….

그러다 다시 갈증이 나면 

빈수레처럼 요란한 나의 삶은 어느 길목을 삐걱거리며 걸어 가야만 하겠다.

아직도 돌아 올 자유를 꿈꾸며

 

 

 

 

 

 

 

 

 

 

 

 

 

 

근신중인데 마눌이 월출산을 가잔다.

가을인데 깝치고 있으려니 기분이 꿀꿀하기는 한데

가까운 곳도 아니고 그 먼 월출산을 ?

 

보미네와 함께 간다고 했다.

그 아자씨가?”

원래 관절이 좋지 않아 동네 뒷산도 자주 못 댕긴다구 해놓고 그 먼 월출산을?

택두 없다고 그랴

월출산이 동네 산인 줄 아는가?”

 

오래 전 윗층에 사는 보미네 하고는 장가계를 함께 다녀왔다.

멋진 이국적인 풍광에 괜찮은 동행이 함께한 즐거운 여행길이었는데

전투력의 차이로 그 후로는 오랫동안 함께 여행하지 못했다.

 

 

편도 4시간에 육박하는 이동거리와 6시간 정도의 제법 거친 산행 길

보미엄마 체력이야 괜찮겠지만 보미아빠와 마눌은 글쎄….

허기사 나도 근신중이니 아직 성한 몸이 아니지

 

 

설왕설래가하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보미 아빠 왈 은비엄마 가면  내가 못갈리 없다

 

 

 

 

 

 

장거리 여행이라 먹을 걸 많이 꾸렸다.

여산 휴게소에서 호두과자까지 두통을 사서 한 통을 보미네 주었는데

입이 짧은 보미네 먹는 게 시원찮고 후딱 한 봉 먹어 버린 사람은 나밖에 없다.

 

월출산은 두 번 갔었는데 아무런 기록이 없다.

기암들이 인상적인 산이었는데  도갑사에서 천황사로 넘어오는 길도 꽤 멀었다.

보통 도갑사에서 천황사로 넘어 오는 길이 산세로 보아 수월한데 산악회들은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기 위해 천황사 쪽 바람절벽 구름다리로 올라 도갑사로 하산한다.

사실 민수산악회가 도갑사쪽으로 오른다 해서 내심 좋아 했는데 가는 중에 천황사에서 올라간다고 말은 바꾼다.

대부분  사랃들이 그 노선 변경으로 힘꽤나 써야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다 보니 크레임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아는게 병이라 슬그머니  보미아빠 걱정이 된다.

오늘 고생꽤나 할텐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월출산 개요

 

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과 강진군 성전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소백산계(小白山系)의 무등산 줄기에 속한다. 해발 809m로 높지는 않지만 산체(山體)가 매우 크고 수려하다.

삼국시대에는 달이 난다 하여 월라산(月奈山)이라 하고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이라 부르다가, 조선시대부터 월출산이라  불러왔다.

 

천황봉(天皇峯)을 주봉으로 구정봉(九井峯), 사자봉(獅子峯), 도갑봉(道岬峯), 주지봉(朱芝峯)등이 동에서 서로 하나의 작은 산맥을 형성하는데,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이 많아 예로부터 영산(靈山)이라 불러왔다.

동쪽으로 장흥, 서쪽으로 해남, 남쪽으로는 강진만을 가로막고 있는 완도를 비롯한 다도해를 바라보고 있다.

도갑사(道岬寺무위사(無爲寺) 등의 사찰과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국보 144) 등을 비롯해, 뾰족한 암봉(岩峰)과 골짜기를 따라 폭포와 유적들이 산재해 있으며, 곳곳에 얽힌 수많은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신라 말기에는 99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하며, 북쪽의 용추폭포(龍湫瀑布), 동쪽의 구절폭포(九折瀑布), 남쪽의 금릉경포대(金陵鏡布臺) 등이 절경을 이룬다

1978년에 천황봉으로 오르는 산중턱에 길이 51m 너비 0.6m의 구름다리를 놓았는데, 절벽 높이가 무려 120m나 된다

예로부터 월출산 산자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바위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경외감을 가져왔는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암에 관한 것이다.

 

월출산에는 움직이는 바위라는 뜻의 동석(動石) 3개가 있었는데, 중국 사람이 이 바위들을 산 아래로 떨어뜨리자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 바위가 바로 영암인데, 이 동석 때문에 큰 인물이 많이 난다고 하여 고을 이름도 영암이라 하였다고 전한다

1972 1 29일 전라남도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었다.

1973 3월 남서쪽으로 3.5km 떨어진 도갑산(道岬山:376m) 지역을 합하여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1988 6월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월출산 국립공원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월출산 "달 뜨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자원, 그리고 남도의 향토적 정서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적은 면적에 (56.1)에 암석노출지와 수량이 적은급경사 계곡이 많아 자연생태계가 풍부하게 유지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식물 약 700, 동물 약 800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오랜 세월 동안 암석지형에 적응해 온 생태적인 독특성과 난대림. 온대림이 혼생하는 위치 여건으로 그 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천년 이상의 역사와 국보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도갑사와 무위사 그리고 국보인 마애여래좌상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천황사가 있는 바람계곡에서 천황봉구정봉↘  도갑사로 이어지는 종주코스는 급경사에다 체력소모가 심하지만, 사방이 탁 트여 능선상의 바위경관과 영암 및 강진 벌판의 아름다운 전원경관 조망이 일품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구름다리와 구정봉의 아홉 개 물 웅덩이, 그리고 미왕재의 억새밭은 탐방객이 꼭 한번 들러가는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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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봉의 높이는 812.7m로 비교적 낮으나  사방에 큰 산이 없는 들판에서 갑자기 솟구쳐 올라 거대한 암봉과 장쾌한 암릉을 형성하고 있다. 6천만년 전에 관입(貫入)된 이러한 화강암 바위들이 오랜 세월동안 풍화와 절리작용을 통해 깍여나가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어 그 절경을 흔히 "남도의 금강산"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월출산을 펼쳐 놓은 것이 금강산이다"할 만큼 사계절별로, 기상상태별로, 보는 위치에 따라서 월출산은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입체적 경관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천황봉을 중심축으로 향로봉에 이르기까지의 이러한 남성적 돌출경관이 월출산을 상징하고 있지만, 구정봉에서 남쪽 억새밭으로 향하는 월출산의 절반은 완만한 능선과 섬세한 계곡으로 이루어져 매우 여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오랜 풍상 모서리 깍여져나가고 물웅덩이 깊게패인 구정봉 아래의 베틀굴은 여성의 상징을 표현하고 있어 경이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코스 분수령의 강진쪽 빗물은 탐진강으로 해서 강진만으로 빠지지만, 영암쪽 영암천은 영산강하류에서 목포만으로 스며든다.  -월출산국립공원

 

 

 

 

 

 

산 행 지 : 영암 월출산

산 행 일 : 2008 119 ()

    : 약간 흐리고 바람

    : 보미네 그리고 마눌과 민수산악회

산행코스 : 천황사-천황봉-구정봉-도갑사

소요시간 : 6시간 20

 

경유지별 시간

 

11:09 : 주차장 출발

11:30 : 등산로 진입

12:25 : 구름다리

13:40 : 천황봉

14:56 : 남근바위

15:07 : 바람재 삼거리 -> 도갑사 4.5KM  -> 구정봉 0.5KM

                      <- 천황봉 1.1KM  | 경포대 2.5KM

15:37 : 베틀바위

15:53 : 억새군락

16:50 : 도갑사

            

 

 

 

 

 

월출산은 원래 단풍나무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도 입구에는 단풍이 화사하다.

119일이니 내장산 단풍은 아래 쪽 까지 내려왔을 터이지만 남도단풍은 좀 빠를 듯 싶었

는데

 

 

 

 

 

 

10분쯤 가다 보면 계곡을 따라 가는 길과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나누어 진다.

계곡 쪽은 예전에 하산해 본 길이라 능선 쪽이 더 편한 길이라고 우기고 능선으로 붙었다.

나중에 보니 능선 쪽 길이 더 멀고 험하다.

 

 

 

 

  

 

예사롭지 않은 바위 능선을 보니 황산 생각이 났다.

목은 뒤로 꺾고 종일 감탄사를 입에 붙이고 다녔던 신과 인간의 그 절묘한 절충

필적할 만한 산이 별로 없을 참으로 대단한 산이었는데 벌써 그 기억은 빛이 바랜 듯

월출의 웅장한 암릉에 가슴이 다시 부풀어 오른다.

구름다리를 올라가기 전 가파른 비탈에 노랗고 발간 단풍이 붉다.

가을은 벌써 월출의 어깨를 넘어 가고 있다.

 

 

 

 

 

그 옛날 자욱한 안개에 쌓인 월출산 구름다리는 대자연의 웅대함에 필적할 만한 인간의 걸작품이었는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철재 기둥이 선명한 구름다리는 오늘 따라 좀 왜소해 보인다.

구름다리 아래서 내려다 보는 계곡의 계단들은 까마득하다.

 

높은 암봉들의 나뭇잎은 벌써 낙엽빛으로 가고 내려다 보이는 황금빛 들녘과 푸른 소나무 사이에서 점점이 원색의 나무들 사이로 가을이 춤추고 있다.

 

 

 

 

 

 

 

그 느낌을 필설로 옮기자 하니 한숨만 절로 나고

양배근 님의 시 한 수에 월출산 감회를 실어보자

 

                                월출산 등반(양배근)

 

                                천황사를 지나서니

                                가파른 바위 길을

 

                                철계단 기어 올라

                                구름다리 건너가니

 

                                구름은

                                발아래 도니

                                선계에 노는 구나

 

                                천황봉에 올라서니

                                발아래 기암괴석

 

                                펼쳐지는 절경 속에

                                바람도 쉬어가고

 

                                맴도는

                                구름을 타고

                                도원경을 헤메이네

 

 

 

 

 

 

 

구름다리에서도 오름 길은 한참이나 계속된다.

드넓은 들판 한가운데 잘 빛어낸 조각품처럼 맵시있게 융기한 바위 산은 풍류객의 한숨을 이끌고능선을 불어 가는 바람은 나그네의 시심을 흔든다.

월출산정에서 남도의 들판 위에 휘영청 떠 오른 둥근달은 얼마나 낭만적일까?   

수 많은 시인 묵객의 풍류가 살아 숨쉬던 월출산이 아니던가?

 

 

 

 

 

 

 

 

윤선도는 안개 속에서 바라보던 월출산은 여유롭고 느긋하다.

 

月出山이 높더니마는 미운거시 안개로다.

天皇第一峯一時에 그리와다.

두어라 희퍼딘 휘면 안개  아니 거드랴

 

(月出山이 높다더니 미운거시 안개로다.

天皇 1을 일시에 가리는 구나

두어라 해 퍼지 뒤에는 안개 아니 걷히랴 )

 

 

 

 

 

 

당대의 문장가 매월당의 월출산 서정은 간결하다.

 

南州唯一畵中山

月下靑天出比間

남쪽 고을에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서 오르더라

 

 

 

 

 

 

 

양치중님의 시에는 달뜨는 월출의 풍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남녘의 월출산             양치중

 

                             남도 끝 맨땅 위에

                             거대한 암석 한 덩어리

                             계절 따라 변장한 얼굴

                             환한 보름달로 솟아

                             하늘 한 가운데 앉은 자리

 

                             찟긴 누더기 옷 사이로

                             희끗한 살점 드러낸 채

                             북으로 등 모르고 앉은

                             기세찬 아버지 형상처럼

                            구름 위에 불쑥한 천황봉

                            남곀 땅 봄맞이 길

                            풀치터널 빠져 돌면

                            동배 꽃 등불로 반기는데

                            어머니 숨결처럼

                            자욱이 번지는 녹차향

 

 

 

 

 

 

 

 

 

 

 

 

 

 

 

 

 

 

 

 

 

 

월출 산정에 오르니 영산으로 일컬어질 만큼 일대에 우뚝하다.

마치 높은 망루에서 일대를 굽어보는 것처럼

확 트인 사방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남도의 바람은 가슴을 후련하게 한다.

 

김병효 님이 월출산 예찬한 시 한수로 그 감회를 대신해 본다.

 

불끈 솟은 영산 중의 영산이여

천군만마 의기충천 표효하는 맹장이여

그대는

남국의 금강 영암에 달 돋는 산

 

높아야 산이요 밝아야 명월이라

名山名月이 휘영청 솟았으니

이태백

그 아니라도 시흥 절로 일래라

 

이라고 다 이며 달이라고 다 달이랴

이야 숨기고 달이야 토끼 나와야

영암에

달 돋는 이야 이요

달이로다

  

 

 

 

 

 

 

 

금새 나타날 것 같은  정상에 이제나 저제나 하다 수많은 바위 봉을 넘어 오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 터라 허기가 동한다.

표지석 옆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골에서 식사를 했다.

보미네가 바라바리 많이 싸온 터라 식단은 화려하고 시장기가 불러 낸 그 풍미는 일품이었다.

민족의 영산에서 다도해와 남도의 너른 들을 내려다보며 즐기는 호화로운 성찬이었다.

 

 

 

 

 

 

 

 

 

 

 

쥬라기 공룡의 날등같이  다갈색으로 이리저리 솟아난 바위들은 산만한 듯 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낸다.

수석 전시장처럼 볼거리가 많으니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사람이 기억이 그렇듯이 오래 전 몇 전 지나간 길이라 하지만 낯익은 익숙함으로 인한 무료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길이다.

산세의 전체적인 윤곽이야 머리 속에 남아 있지만 미세한 기억들은 세월에 훨훨 날아가 버렸다.

한 굽이를 돌면 어떤 멋진 풍경이 나타날지 기대되는 그런 길이 능선의 가파른 날등을 따라 때론

오르내리며 때론 산허리를 휘감으며 구절양정 이어진다.

그 길을 걸어감이 마치 음폭이 큰 장중한 교향곡을 듣는 듯하다. 

역시 거칠고 꽤 먼 길이다.

언제부턴지 앞서가는 보미네는 보이지 않고 마눌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걸어 가다 보니

우리를 추월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포대 쪽 하산로가 갈라지는  바람재 삼거리가 선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월출산 위로 떠오른 달과 암릉에 떨어진 달 빛이 쥑인다던데

 

 

이진안 이란 분이 경포대의 풍치를 이렇게 노래했다.

 

                           월출산 경포대에서(이진안)

 

                           달 돋는 산이라서

                           바위마다 서린 달빛

 

                           이슬로 고였다가

                           틈새스며 배어나와

 

                           젖줄로

                           새어 뿜는 물

                           감로수로 흐르네

 

                           거울로 맑은 물에

                           어리는 그리메들

 

                           내 언제 다시 올지

                           무심한 세월 앞에

 

                           경포대

                           떠오른 달을

                           기다리며 서 있네

 

 

 

 

 

 

 

 

 

 

 

 

 

 

 

 

 

 

 

바람재 삼거리를 지나 40분쯤 거친 암릉 길의 수석 전시회를 감상하다

보면 부드러운 억새군락이 선다.

그곳에서 겨우 기다리던 보미네를 따라 잡았다.

이산가족의 기쁨을 누리고 갈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들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억새군락지에서 도갑사 가는 길은 완만한 내리막 길이라 편하긴 해도 다소 지루하다.

50분 정도 소요된다.

 

 

 

 

 

천황사 구름다리를 타고 도갑사 까지 이어지는 긴 월출산 종주코스를 마무리 하면서

나는 허리가 뻐근해 오고 마눌은 다리가 아프다.

보미 엄마는 여전히 까딱없고

보미 아빠는 생각보다 먼 길에 연신 투덜투덜하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다.

우린  고단한 여정과 긴 여행길의 끝을 이야기하면서 추색이 완연한 도갑사로 내려섰다.

6시간의 가을여행 이었다.

 

나 홀로 부처님 앞에 엎드렸다.

부처님 욕심 안부리잖유

 내 좋아하는 것 계속하게만 해주세요….”

 

 

 

 

 

 

 

 

 

큰 마음 먹어야 나서는 먼 남도의 여행길

숱한 시인 묵객의 시심을 흔들고 이름없는 산객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 월출산을 마눌과 꽉차게 돌아 본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다.

내려 가는 길에 어디선가 영암 아리랑이 들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뿌듯한 여행길에 엉덩이가 절로 실룩거린다.

 

 

 

달이뜬다. 달이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스리랑 동동

에헤야 데야 어사와 데야

달을 보는 아리랑

임 보는 아리랑

 

 

 

 

풍년이 온다 풍년이 온다

지화자 좋구나

서호강 몽해들에 풍년이 온다.

 

흥타령 부네 흥타령 부네

목화짐 지고 흥타령 부네

용출도령 목화짐은 장가 밑천이라네

 

해가뜬다. 해가뜬다.

둥근둥근 해가뜬다.

그 임같은 월출봉에 희망이 뜬다.

 

 

 

 

 

 산님들이 찍은 월출 사진

 

 나보다 2주 늦게 다녀 온  불사초님 사진

 

 

 

 

 

 

 

 

 

 

 

 

 

한국의 산하 saiba 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