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이슈(펌)
한국에서는 잊혀지는 한국전쟁 - 미국에서는 잊지말자
무릉객
2009. 7. 29. 08:50
2009년 7월 28일자 중앙일보
7·27 정전 기념일’ 지정 뒤 미 국내외 정부기관 일제히 조기 게양
한국전쟁 정전협정 56주년 기념식이 27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북한군 병사가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 |
한국전쟁 정전 기념일인 2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엔 조기가 내걸렸다. 의사당과 국무부 등 정부부처는 물론 워싱턴기념탑을 둘러싼 50개의 성조기도 마찬가지였다. 현충일(5월 25일)을 제외하고 개별 전쟁을 기리기 위해 미 연방정부의 관공서에 성조기가 일제히 게양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전 종전 50주년에 조기가 게양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성조기를 게양하는 날은 새해 첫날과 대통령 취임식, 독립기념일, 참전용사의 날 등 17개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이 미 상·하 양원을 통과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7일을 ‘한국전쟁 정전 기념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성조기를 조기로 달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정전 협정이 체결된 지 56년이 지났지만 미국인들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이 이날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고 감사하는 날로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은 내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 참전군인 출신인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발의한 끝에 결실을 거뒀다. 3년여의 한국전쟁 동안 미군은 5만4246명이 전사하고 8176명 이상이 전쟁포로로 잡히거나 실종됐다.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이날 워싱턴 링컨기념관 인근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앞에 모여 기념식을 열었다. 일부 참전 용사는 “살아생전에 이런 광경을 보게 되다니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며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의 통과를 반겼다.
미국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단체 ‘리멤버 7·27’의 김한나(26) 대표 등 한인 200여 명은 전날 워싱턴 링컨기념관 계단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한인 청년이 중심이 돼 결성한 ‘리멤버 7·27’은 한국전쟁 개전일(6월 25일)을 상징하는 오후 6시 25분에 행사를 시작해 정전일(7월 27일)을 상징하는 오후 7시27분부터 촛불집회를 열었다. 행사는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이들은 “정전 상태를 끝내고 평화를 달성하려면 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화해연합회가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이 행사를 개최한 뒤 ‘리멤버 7·27’로 명칭을 바꾸고 올해 두 번째 개최하는 행사다.
◆호주에선 한국전쟁 기념물 제막=26일 호주 시드니 무어파크에선 한국전쟁 기념물 제막식이 열렸다. 한국의 김양 국가보훈처장과 양국 참전군인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지 신문인 오스트레일리안은 27일 “이 기념물은 ‘잊혀진 전쟁’ 취급을 받아온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고 전했다. 한국전쟁에는 총 8407명의 호주 군인이 참전해 339명이 숨지고 1216명이 부상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서울=김한별 기자
(사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성조기를 조기(弔旗) 게양토록 지시했다. 의회도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 법안’을 가결했다.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시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한다. 이역만리 한국땅에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용사들의 숭고한 넋에 새삼 옷깃을 여미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의 희생정신을 제대로 기려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들에 대한 배려가 워낙 깊은 나라다. 희생자의 유골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지켜 달라는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있다.
6·25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극진한 예우는 6·25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응을 되돌아보게 한다. 행정안전부 등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6.6%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중·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북한의 남침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육군사관학교 신입생도의 34%가 주적(主敵)이 미국이라고 답한 적도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참담할 지경이다. 이처럼 오도된 역사 인식부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전쟁의 기억에만 영원히 머무를 순 없을 것이다. 또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존하겠다고 나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6·25에 관한 진실만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잊으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게 역사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구(舊)소련의 문서 공개로 6·25가 북한의 남침이라는 게 명백히 밝혀진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왜곡된 주장이 여전한 가운데 이 땅에서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어 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내년은 6·25 발발 60주년이다. 전쟁을 재조명하는 여러 행사가 준비되고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6·25의 정확한 진상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휴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성조기를 조기(弔旗) 게양토록 지시했다. 의회도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 법안’을 가결했다.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시하겠다는 차원이라고 한다. 이역만리 한국땅에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숨져간 용사들의 숭고한 넋에 새삼 옷깃을 여미며, 우리는 그동안 이들의 희생정신을 제대로 기려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미국은 국가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몰장병들에 대한 배려가 워낙 깊은 나라다. 희생자의 유골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공원에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의 지켜 달라는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있다.
6·25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 사회의 극진한 예우는 6·25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응을 되돌아보게 한다. 행정안전부 등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6.6%가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중·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북한의 남침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육군사관학교 신입생도의 34%가 주적(主敵)이 미국이라고 답한 적도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현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참담할 지경이다. 이처럼 오도된 역사 인식부터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물론 전쟁의 기억에만 영원히 머무를 순 없을 것이다. 또 북한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존하겠다고 나오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6·25에 관한 진실만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잊으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게 역사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구(舊)소련의 문서 공개로 6·25가 북한의 남침이라는 게 명백히 밝혀진 지 오래됐다. 그럼에도 왜곡된 주장이 여전한 가운데 이 땅에서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어 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내년은 6·25 발발 60주년이다. 전쟁을 재조명하는 여러 행사가 준비되고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6·25의 정확한 진상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