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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따른 연령별 고용률 분석

무릉객 2010. 2. 19. 12:01

외환위기 땐 아버지, 10년 뒤엔 아들 울었다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3년 전 정년퇴직한 곽모(62)씨는 외환위기 파고가 몰아치던 1998년 초 한때 해고됐었다. 경영난에 직면한 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40대 후반에서 50대인 직원들이 우선 대상이었다. 반면 20~40대 초반 직원들은 상당수 회사에 남았다.

곽씨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다음 해 9월 회사에 복직했지만 해고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곽씨는 “당시는 회사가 어려우면 무조건 나이 든 직원들을 내보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2008년 촉발된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는 요사이는 곽씨의 아들(29)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뒤 2년째 취직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아들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는 탓에 취업문이 너무 좁다”고 하소연했다.

외환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연령층이 50대인 반면 금융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20~30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는 17일 이러한 내용의 ‘경제위기에 따른 연령대별 고용률 회복 속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20~30대 젊은 층의 고용률 하락폭이 가장 뚜렷했다. 20대의 고용률은 2007년 4분기(10~12월) 59.9%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는 58.1%로 1.8%포인트나 떨어졌다. 그러나 50대의 고용률은 2007년 4분기(70.4%)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70.9%로 오히려 0.5%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고용률은 1.3%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와 대조적이다. 97년 4분기 71.2%이던 50대의 고용률은 2000년에는 64.3%로 6.9%포인트 급락했다. 반면 20대는 97년 4분기 63.1%에서 3.9%포인트만 떨어졌다. 당시 전체 고용률 하락폭(-4.1%포인트)보다 낮았던 것이다.

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 이대창 선임연구위원은 “두 위기 때의 고용률 차이에는 외환위기 당시 학습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당시 숙련공이던 40대 후반~50대를 우선 내보냈지만 경기가 회복된 뒤에는 숙련공 확보에 애를 먹었다”며 “당시 경험 때문에 기업들이 금융위기 때는 경기회복기를 대비해 숙련공을 계속 고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숙련공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면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어 젊은 층이 더 심한 취업난을 겪는다는 설명이다.
출처: 중앙일보 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