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2010년 5월 20일
친구가 암이 걸렸다.
혈액암
참 황당하지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암을 키우고 있었다니…
친구
너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이 세상 너머로 먼저 보낸 초대장이야.
우리가 돌아갈 날을 알지 못하지만
친구가 조금 빨리 떠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조금 더 사는 그 날들이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자네가 남은 인생을 실의 절망에 빠져서 살아가지 않으리라 믿어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잖아
정말 짧은 시간의 차이로 결국 돌아가야 하는….
친구에겐 이젠 하루하루가 아깝고 절박한 소중함이 되었군
그 초대에 응하고 안하고는 아직 친구의 마음에 달려 있지만
남은 시간 정말 멋지고 후회 없이 보내길 바래
늘 나보다 더 웃고 춤추고 행복하게 ….
삶이란 결국 모래밭에 새겨진 우리 발자국 같은 거야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머지 않아 바닷물이 휩쓸고 지나 가는…
조금 깊게 파이거나 흔적이 희미하거나
가지런하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 차이 나던 무수한 발자욱들도 시간의 파도에 점점 희미해지다 결국 모두 지워지고 말아
벼랑 앞에서 누군가의 발자국이 끊어 지기도 한다네
우리가 아는 천지창조와 공룡시대의 역사 속의 인류의 역사기 너무 짧듯이
36,000 밤을 보내기조차 어려운 우리의 삶 자체가 찰라 아닌가?
바다와 바람이 기억하겠지
누군가 해변을 거닐었다고 …
무슨 차이 있을까?
내 지난 후에 누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음이
세상의 보편적인 통계로 보면 나 역시 자네처럼 살아갈 날이 더 적게 남았군
중요한 건 몇 날을 더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겠지
해변을 걷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굳은 날도 있지
무언가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점점 짧아지니 우리 더 행복해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