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미루는 김미루일뿐, 독특한 작품세계 놀랍다
[한국경제신문] 2009년 08월 24일(월) 오후 08:48 가 가|
8월 24일 하루, 대한민국의 사진, 전시계는 갑자기 나타난 신예 사진작가에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사진작가 김미루.
뉴스매체들은 엄청난 양의 뉴스를 쏟아내며 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언론사들은 왜 그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흥분했을까?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그에 대한 상품성일 것이다.
사진의 본바닥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사진작가이며 '도올' 김용옥의 막내딸이자 "자신의 사진작품에 역시 자신의 누드를 대입시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평범한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작품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우선 그의 작품은 아름답다.
마치 폐허 속에 피어난 꽃처럼 스산하고 기계적이고 삭막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난 그 자신의 누드는 작품의 완성을 위한 하나의 도구이지 결코 수단이 아니다.
김미루 사진작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Art in America 아시아 지역 Senior Editor'인 리차드 바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24세의 김미루는 도시 속의 적막하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에 (하수구, 지하철 터널, 폐쇄된 학교와 병원, 전선관과 파이프들, 버려진 조선소, 지하묘지, 교량이나 첨탑의 꼭대기 등) 들어가 옷을 벗어 던지고, 스산하게 아름다운 폐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폐허는 김미루로 인하여 아름다워진 것이다. 그녀가 찍은 사진의 색의 채도, 현장에서 발견한 혹은 램프를 이용한 크로스 라이팅 효과, 구성의 포용성과 균형,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유연하고 가녀린 몸, 이 모든 것이 그 폐허를 아름답게 '만든' 것이다."
의대 진학을 계획하던 작가는 도시와 예술에 심취하여 과감히 진로를 바꾸고 본인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해부학을 접목시켜, 도시를 유기체적, 해부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작가 김미루는 용도 폐기된 지하철이나 터널, 묘지, 공장, 병원, 조선소 등의 다양한 도시 속 폐허를 탐구하며, 드러난 도시 이면의 감춰진 보이지 않는 내부의 층을 새로운 눈으로 재발견하고, 그것의 문명사적인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작가 김미루의 소재와 표현방식은 파격적이다. 작가는 일명 ‘도시탐험가(Urban explorer)’라 불리우는 사람들과 같은 맥락에서 도시 속 폐허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본인 스스로의 누드와 함께 폐허가 된 곳곳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끝없는 화려함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도시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이미 사람들 사이에 잊혀진 공간으로 들어간 작가는 스스로 그 공간 안의 생물이 되어 복합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인간의 알몸은 이미 황폐화 되어버린 현대 사회의 감춰진 단면과 묘하게 맞닿으면서 강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대하고 어두운 도시와 대비된 마치 갓 태어난 생물체와도 같은 이의 모습은 연약함과 야생성, 강함과 부드러움 등 시각적 그리고 감각적으로 극한적인 대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본격적인 한국 데뷔전이다. 젊은 신진 작가의 모험을 볼 수 있는 실험적인 사진작품들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현 ‘메트로폴리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 총 5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국내 첫 개인전을 기념하여, 작품활동에 소재와 자양분이 되어준 도시화에 따라 소외된 계층에 작품의 첫 번째 에디션의 판매 수익금을 전달한다고 한다.
작가 김미루의 파격적인 작품세계는 이미 뉴욕 타임즈에도 소개가 되며 인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