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2)
조문 - 안도현 조문(弔文) - 안도현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감나무 두 그루 딸린 빈집만 남겨두고 돌아가셨다.살아서 눈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 봐주던이 동네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슬프도록 야문 길이었다.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못한 나는 마루 끝에 앉아, 할아버지네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비탈, 오래 보고 있다.지게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가 오르내릴 때 풀들은 옆으로 슬쩍 비켜 앉아 지그재그로 길을 터주곤 했다비탈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길은 여름 내내 바지 걷어붙인 할아버지 정강이에 볼록하게 돋던 핏줄같이 파르스름했다.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
우산 -김수환 추기경 우산                                                                                           김수환 추기경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사랑이란 한쪽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인연이란 비 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아는 것은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비..
푸른 밤 -나희덕
언젠가는 💙 만해(萬海) ! 시인 한용운은 본명이 한정옥 본래는 독립 운동가였습니다 1879년 태어나 1944년 65세에 사망 그가 남긴 유명한 시(詩)중 맘에 와 닿는 시 한 수를 소개해 드리고져 합니다 🦋언젠가는🦋 언젠가.. 말 못할 때가 옵니다 따스한 말 많이 하세요. 언젠가..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값진 사연, 값진 지식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세요 언젠가.. 웃지 못할 때가 옵니다 웃고 또 웃고 활짝 많이 웃으세요. 언젠가..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가고픈 곳 어디든지 가세요 언젠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만나세요 언젠가.. 감격(感激)하지 못할 때가 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세요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진묵대사 게송과 제문 震默大師 偈頌 [진묵대사 게송] ! 天衾地席山爲枕[천금지석산위침] : 하늘은 이불삼고 땅으로 자리를 삼으며 산을 베개삼는다. 月燭雲屛海作樽[월촉운병해작준] : 달은 촛불이고 구름은 병풍이며 바다는 술통이라..... 大醉居然仍起舞[대취거연잉기무] :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한바탕 신바람 난 춤을 추니 却嫌長袖掛崑崙[각혐장수괘곤륜] : 긴 소매 자락이 곤륜산에 걸리네..... 진묵조사(震默祖師, 1562년 명종 17-1633년 인조 11, 72세) 이름은 일옥(一玉). 만경 불거촌(萬頃 佛居村)에서 태어나 7살 때에 전주 봉서사(鳳棲寺)에 출가하였다. 술을 잘 마시기로 유명하다. 도력이 높아 석가의 소화신(小化身)이라고 불렀다. 일화 하나. 술은 한정없이 마셨으나, 술이라고 하면 마시지 않았고 곡차(穀茶)..
달밤 (Moonlit night) 달밤 Moonlit night 아이헨도르프 Eichendorff 대지와 입 맞추니 It was like heaven The earth kissed silently. ​ 피어나는 꽃잎 속에 대지가 이제 하늘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That she's in the sheen of flowers Must dream of him now. ​ 바람은 들판을 가로질러 불고 이삭들은 부드럽게 물결치고 The air went through the fields The ears swayed gently, ​ 숲은 나직하게 출렁거리고 밤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The woods rustled softly, The night was so clear. ​ 곧이어 나의 영혼은 넓게 날개를 펼치고 And my soul tensed W..
대주-백거이 對酒 대주 白居易 백거이 巧拙愚賢相是非 (교졸우현상시비) 솜씨 있고 없고 잘나고 못나고 서로 따지는데 如何一醉盡忘機 (여하일취진망기) 술 한번 취해서 몽땅 잊음이 어떨런지? 君知天地中寬窄 (군지천지중관착) 하늘과 땅 사이 넓고 좁음을 그대는 아시는가? 鵰鶚鸞凰各自飛 (조악난붕각자비) 독수리 물수리 난새 봉황새 제 멋대로 나는 세상 對酒2 술 한 잔 앞에 두고 白居易 백거이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들 무엇하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부싯돌 번쩍이듯 찰라에 사는 몸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부귀빈천이 있는 그대로 즐겁거늘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입 벌리고 웃지 않는 자 바보로세. 백거이(772~846) 자는 낙천(樂天), 호는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하..
대주(술을 앞에 놓고 ) -백거이 對酒대주 (술 앞에서) 白居易 백거이 人生一百歲 인생일백세 通計三萬日 통계삼만일 何況百歲人 하황백세인 人間百無一 인간백무일 賢愚共零落 현우공영락 貴賤同埋沒 귀천동매몰 東岱前後魂 동대전후혼 北邙新舊骨 북망신구골 復聞藥誤者 부문약오자 爲愛延年術 위애연년술 又有憂死者 우유우사자 爲貪政事筆 위탐정사필 藥誤不得老 약오부득로 憂死非因疾 우사비인질 誰人言最靈 수인언최영 知得不知失 지득부지실 何如會親友 하여회친우 飮此杯中物 음차배중물 能沃煩慮銷 능옥번려소 能陶眞性出 능도진성출 所以劉阮輩 소이유완배 終年醉兀兀 종년취올올 사람으로 생겨나 백 년을 산다 하면 모두 합해 그 날이 삼만 육천 일인데 말과 달리 백 살을 사는 사람은 백 사람 중 한 사람을 보기 어렵다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모두가 죽고 귀하거나 천하거나 모두 땅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