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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탁자 실명공개 잘했다

출처 : 중앙일보 2010년 2월16알 ~17일

서울경찰청장, 인사청탁 간부 실명 공개 [연합]

2010.02.16 08:08 입력

전보 앞둔 경정 16명…참석자들 깜짝 놀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외부의 유력 인사를 통해 자신에게 인사청탁을 해온 직원의 실명을 회의석상에서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16일 "지난달 27일 참모회의에서 청장이 갑자기 전보 인사를 앞둔 경정급 직원 16명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들은 모두 외부 인사를 통해 나에게 인사청탁을 한 경찰관'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간부에 따르면 조 청장은 실명이 공개된 16명 가운데 1명을 직접 회의실로 불러 청탁 과정과 이유를 해명하도록 했으며, 이들의 인사청탁 사실을 인사카드에 기록해 특별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동안 경찰청장이나 지방청장 등 경찰 인사권자가 회의 석상이나 기자간담회 등에서 외부 인사청탁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청탁을 한 직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조 청장의 이번 실명 공개는 앞으로 인사와 관련한 외부 인사의 압력을 철저히 차단해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의 정부 시절 조성태 국방부 장관은 외부 청탁을 하면 누구든 불이익을 준다고 공언하고서 유력 인사를 통해 줄을 댄 장교를 진급 대상에서 배제하고 이를 공표했으며, 그 결과 군(軍) 인사가 매우 공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인사청탁은 지난 1일 단행된 경정급 보직인사를 앞두고 총경 승진에 유리한 자리를 얻고자 이뤄졌으며, 인사청탁을 한 간부 16명은 모두 청탁한 자리로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서울청의 한 간부는 "처음 있는 실명 공개에 모두 깜짝 놀랐지만, 앞으로는 제대로 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사설] 경찰 인사 청탁자 실명 공개 잘했다 [중앙일보]

2010.02.16 19:47 입력 / 2010.02.17 04:03 수정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외부 유력 인사에게 인사 청탁을 한 간부 16명의 이름을 회의석상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직접 회의실로 불러 청탁 과정과 배경을 해명토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들 모두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인사카드에 기록해 특별 관리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인사 불이익에 더해 공개 망신까지 준 것은 지나쳤다는 일부 지적도 있으나,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인사 청탁 문화를 돌아볼 때 과감하고도 필요한 조치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청탁 관행의 고리를 끊으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고 이번 충격요법이 공직사회에 일대 경종이 되길 기대한다.

사실 공직사회의 인사 청탁 비리는 뽑고 뽑아도 자라나는 독초(毒草)와 같다. 오죽했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사 청탁을 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을 시키겠다”고 했겠나. 그럼에도 형 노건평씨를 비롯해 386들의 끼리끼리 자리 나눠먹기를 근절하지 못했다. 전 국세청장도 취임 일성으로 청탁 배격을 강조했지만, 본인이 로비에 연루됐다. 전 국무총리도 청탁을 받고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알선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만큼 우리 공직사회에 인사 청탁이 만연하고 끈덕지다는 방증이다.

이번 경찰인사를 앞두고 강희락 경찰청장은 청탁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었다. “청탁 전화가 수백 통이 걸려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실토하면서다. 그런데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독초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릇된 ‘네트워크 문화’ 때문이다. 바로 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을 기반으로 한 연줄 문화다. 여기에 기댄 청탁은 기본적으로 능력과 성과를 무시한 채 음험한 뒷거래를 암시하며 공정한 순서를 ‘새치기’하는 것이다. 이는 공직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부도덕한 범죄다. 그럼에도 짐짓 인지상정(人之常情)으로 치부하는 잘못된 정서가 배어 있는 것이다.

권력의 피라미드에 속한 공직의 속성과 인사권자 본인의 자세도 문제다. 시쳇말로 바람을 타기 쉬운 조직에 청탁이 횡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인사권자가 공정성과 청렴성에 의심을 받을 때 청탁이 비집고 들어온다. 인사권자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다면 전화가 수백 통씩이나 걸려오는 일조차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청탁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은 없고 과실은 크기’ 때문일 터이다. 중간에서 청탁을 중개하는 쪽은 말씀 한마디 넣어주는 것으로 유형무형의 보답을 기대한다. 설사 잘 안 돼도 피해가 없다. 마찬가지로 청탁을 들어주는 쪽도 상응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겠나. 그런 점에서 청탁하면 진짜로 ‘패가망신’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궁리해볼 만하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특히 공직 인사는 무슨 전리품이나 기득권이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와 성과로 가늠할 일이다. 청탁은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행위다. 이는 과정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공정한 인사는 투명한 관리와 절차가 생명이다. 이번 서울 경찰청장의 청탁자 공개가 한 차례의 ‘홍보성 쇼’로 그쳐선 안 된다. 청탁을 도려내는 서슬 퍼런 공직 기강의 칼날로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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