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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가는 대로

이기자 전우들

 

 

 

 

 

 

 

 

살아 가면서 우린 무수한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어떤 만남이 삶을 기쁨으로 밝히기도 하고 어떤 이별이 삶을 상심으로 뒤덮기도 한다.

우린 그런 뒤엉키는 기쁨과 슬픔을 겪으며 더 성숙해가고 만남과 이별에 조금씩 담담해진다.

그 슬픔과 기쁨의 질곡이 가끔 아픔과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어떤 이별에도 이미 우리는 익숙해지고

아픔의 크기와 시간은 조금씩 작아져 간다.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 삶의 섭리를 깨닫고 나서 충혈된 두 눈으로 무수한 세월을 보내고 나면 알지

못하는 사이 가슴은 조금씩 딱딱해진다

가슴은 조금씩 통증에 무감각해지고  남아 있던 상처는 세월이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나서 삶이 그 위에 망각의 수의를 덮는다.

.

늙는다는 것이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기쁨이 그렇게 격하지 않고 어떤 이별이라도 그렇게 아프게 다가 오지 않는다.

어쩌면 이별이 우리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는 것처럼 이제 새로운 만남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과

감동은 우리 가슴에서 이별을 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칠 가슴이 없고 만남도 이별도 너무 쉬워졌다.

한번의 만남을 만들고 나면 어딘가에 남아 있는 무수한 흔적들로 인해 완전한 이별조차 불가능해졌다.

 

원래 만남이 그렇게 기쁜 것이고 이별의 아픔이 그리 쓰라린 것인지 오래 잊고 살았다.

 

다시 가슴이 부드러워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가슴이 딱딱해지기 이전 순수했던 시절에 만들었던 아쉬운 이별이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4월에 31년 만에 군대 친구 종상이 말을 걸어왔고

지난 11월에는 나의 빈 트윗터에 청림이 메모를 남겼다.

가끔 지나간 그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면 시린 아픔으로 다가오던 그런 친구들이다.

 

몇 번인가 인터넷이고 SNS를 검색했었어도 만나지 못했는데 어느날 세월이 준 느닷없는 선물처럼 우린

그렇게 다시 만났다.

 

엄하사는 제대하고도 꾸준히 만났다.

그는 이미 나의 형제 같은 친구가 되었다.

부부동반으로도 가끔 만났고 업무상 지나는 길에는 한번씩 들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지난 이야기도

나눈다.

2년전 여름에는 함께 군생활 했던 곳으로 추억여행을 떠나 잃어버린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지나간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그 옛날 뻬치카 옆에서 끓인 라면과 함께 마시던 얼어버린 경월소주의 짜릿한 그 맛처럼

저물어가는 화악산 계곡에서 둘이 달빛에 기울인 그 술 맛의 여운과 사창리의 하룻밤은 다시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아저씨 혹시 명월리에서 놀던 그 아저씨 맞나요?”

나의 페이스북에 31년 만에 종상이 홀연히 남긴 말이다.

나도 열씸히 찾다가 찾지 못했는데 구글에서 나의 사진과 기사가 검색되었다고 했다.

연락이 닿고 나서  종상이 천안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주었고 우린 30년의 공백이 마치 아무 것도 아닌 듯

그간  끊어진 시간이 고리를 이으며 다시 그 시절의 친구로 돌아 갔다.

우린 가끔 안부를 나누면서 2개월에 한 번 정도 중간에서 만나 소줏잔을 기울인다.

5월과 7월에 만났고 9월에는 엄하사와 같이 수원에서 만나 늦도록 술과 세월을 나누었다.

 

11월 모임일 이틀 전에 청림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 전날 빈 내 트위터에 남겨진 청림의 메모를 보고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는데 아침에 득달같이 청림의

전화가 왔다.

반가운 마음에 우린 전화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11 20일 엄하사와 차하사와의 모임이야기를 했는데

청림이 만패불청하고 KTX를 끌고 서울로 달려왔다.

우리 넷은 서울역에서 만나 역 건너편 선술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쓴 소주로 세월의 먼지를 씻어냈고 지나간

날의 추억들을 풀어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느닷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청림이의 좌충우돌 성공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우린

그렇게 마지막 기차로 헤어졌다.

 

우린 적어도 두 달에 한번의 만남은 이어갈 것이다.

이제 다시 헤어질 일은 없지만 우리의 우정은 남은 인생 동안 계속 이어져야 함으로

 

만남이 다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우린 친구들 얼굴에서 아련한 세월을 보고 우리 기쁜 날의 추억과  그리움을 만난다.

그 그리움들이  가슴을  적신다.

다시 가슴을 흔드는 만남의 의미와 다시 만난 친구들의 소중함이 가슴을 따뜻하게 한 날이다.

.

이기자 전우들

그립고 아름다운 시절의 내 친구들

이제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고 오래 오래 만나며 살자….

 

 

 

 

 

 

 

 

2013 9 10일 수원 모임

 

 

 

 

2013 11 20일 서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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