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진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그러하지만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세계 넘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디지털카메라가 탄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요, 온라인이란 패러다임의 변화에 가장 큰 힘을 가진 게 또 아마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또 웬만한 휴대전화로도 얼마든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지요. 그래서 사진을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쉽사리 사진을 즐겨찍고 또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요즘입니다.
그렇다보니 사진은 전문가만 찍는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아주 고리타분하게 되어버린 시대. 이미 사진이 취미인 분들이 많지만 이제 누구나 사진을 취미로 가져도 좋은 시대일 것입니다. 오래 전에 한번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좋은 이유에 대해 적은 적이 있는데 그 사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도 많이 생기는 등 또 많은 시대의 변화가 있었던 듯 합니다.
이렇게 사진 찍기 좋은 호시절,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좋은 이유에 대해 누군가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한다면 술 몇 통을 비우며 밤을 꼴딱 세워야 할만큼 많은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을 듯 한데 오늘은 아주 짧고 간결하게 20가지 이유로 정리를 해봅니다. 어쩌면 아마 아래의 이유 때문에 사진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일 지도 모를 일이지요 :)
01.사진을 찍으면 부지런해진다
사진을 찍다보면 빛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고 "이른 아침의 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아침을 만나려면 당연히 일찍 일어나야겠지요. 사진을 찍게 되면 사진을 찍기 전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됩니다. 사진 찍으러 나가는 날, 늦잠은 상상도 못할 일이요. 계속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매일 일찍 일어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02.남으로부터 칭찬을 받을 기회가 생긴다
생각해 보세요. 혹시 마지막으로 칭찬받은 게 언제인지를. 어른이 되면 칭찬받을 일이 줄어듭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주는 입장이 되지요. 사진은 이렇게 칭찬받은 기억이 까마득한 당신에게 누군가로부터 "사진 잘 찍었다"는 칭찬을 받게 해주는 가장 좋은 취미입니다. 그것도 하루에 몇번씩이나요.
03.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다
예전부터 사진이 갖고 있는 가장 좋은 미덕. 바로 사랑하는 가족 및 지인에게 좋은 선물을 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라나는 자녀나 사랑하는 애인, 배우자, 친구, 그리고 부모님의 사진을 예쁘게 담아서 전달해주고 또 간직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영원히 사진이 갖고 있을 최고의 가치일 것입니다.
04.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넓혀 준다
예전의 오프라인에서도 그랬고 현재의 온라인에서도 같은 기호를 가진 사람들은 비슷한 연령대끼리 모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연령의 제한이 없지요. 그래서 사진을 찍다보면 또래도 많이 만나지만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 사진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사진이란 매개를 통해 인생의 지혜와 연륜을 얻을 수도 있게 되지요.
05.어쩌다 생각치 못한 부수입도 생기게 해준다
여전히 사진을 전업으로 하기는 힘든 시대입니다. 하지만 부수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사진을 찍다보면 소 뒷발 쥐잡기 식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때가 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데이터적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미디어를 비롯 다양한 기관이나 회사에서 본인의 사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생기고 꽤 알토란 같은 부수입도 생기게 된답니다.
06.나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취미 영역은 잘 하게 되는 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특히 음악이나 그림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시작하지 않았다면 꽤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되지요. 그리고 선천적인 재능도 무척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사진은 카메라란 기계가 많은 것을 해주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잘 하게 되는 데 있어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또한 후천적 노력이 훨씬 더 큰 부분을 차지하지요. 열정만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사진 찍는 능력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07.자신도 모르게 건강해진다
사진을 찍게 되면 부지런해지기 때문에 생활 습관이 달라집니다. 규칙적으로 바뀌게 됨은 물론이요. 좋은 공기도 많이 마시게 되겠지요. 무엇보다 사진을 찍게 되면 많이 걷게 됩니다. 장거리 이동이야 차로 한다고 하지만 차를 세운 바로 앞에 딱 사진 찍을 거리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무척 많이 걷게 되지요. 어느 정도 사진을 찍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08.어느샌가 무료함이란 단어를 잊게 된다
'시간 죽이기'. 사진 찍는 사람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분초를 다투는 일도 많고, 심지어 촬영지에서는 잠 자는 시간도 아까울 때가 있을 정도인걸요. 그리고 촬영을 다녀와서 사진을 고르고 보정하고 또 갤러리에 올리고 하다보면 남는 시간이란 생길 일이 없습니다. 어느 샌가 무료함이란 단어를 잊게 되겠지요.
09.모르고 살았던 존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섯살짜리 아이와 함께 길을 걸으면 평소 5분이면 혼자 걸을 수 있는 길이 한 시간이 걸린다" 이 말은 아이가 늦게 걸어서가 아니라 그 짧은 길을 걷는 동안에도 아이의 눈에는 오만가지 다양한 눈길을 끄는 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는 길이 오래 걸리겠지요. 사진을 찍게 되면 그렇게 지나치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정말 카메라를 들고 집 앞의 길을 한번 걸어보세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고, 또 신비한 자연현상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10.쓸데없는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돈이 많인 든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입니다만, 그것은 초기 비용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외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진이란 취미 때문에 쓸데없는 지출이 줄어듬을 깨닫게 될 것에요. 가욋돈이 생기면 사진에 투자할 것이요. 또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이 저녁 시간대이기 때문에 저녁 자리에 사람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고 술자리 등 유흥에 들어가는 헛돈도 훨씬 줄일 수 있게 된답니다.
11.특정 분야에 해박한 사람이 된다
나비를 잘 찍으려면 촬영 기술이 중요할까요? 천만의 말씀!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비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냐라는 것을 사진을 찍다보면 깨닫게 됩니다. 나비는 언제 눈에 잘 띄는지, 특정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나 먹이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잘 알아야 나비를 만날 확률도 높아지고 훨씬 더 뛰어난 나비 사진을 찍게 되지요. 비단 나비 뿐이겠습니까?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와 현상이 그러할 테고 결국 특정 분야의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특정 분야의 박사 못지 않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방증이 되기도 합니다.
12.여행을 많이 떠나게 된다
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아마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에요. 누구나 떠나고 싶어하는 여행을 사진을 찍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떠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아무래도 여행을 떠나야 찍을 수 있는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여행에서 사진에 너무 집착하면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진에 대한 지나친 집착만 버린다면 분명 여행과 카메라는 찰떡궁합입니다.
13.낯선 것에 대한 용기가 생긴다
사진, 특히 사람이 들어있는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익숙한 공간과 존재가 없는 곳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무형의 바리케이트를 부수는 데 큰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두렵지만 사진기를 들고 그 두려움을 깨 보면 나와 피부와 눈빛색이 다르고, 다른 문명권에 사는 사람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요. 얼마든지 친해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14.날씨를 알아보는 혜안이 생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예언자도 도사도 아니었습니다. 적벽대전에서 그가 조조군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사진을 찍게 되면 기상예보관 뺨치는 날씨에 대한 혜안이 생기게 됩니다. 좋은 풍경사진을 위해 필요한 지식이지만 날씨에 대한 혜안이 생기면 일상생활도 보다 편리해지지요.
15.내비게이션 없어도 지리박사가 된다
이제 내비게이션 없는 세상은 상상도 못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운전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길눈과 표지판, 그리고 교통지도에 의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게 되면 방방곡곡 안 가는 곳이 없다보니 운전도 더 많이 하게 되는데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게 될 때도 많지만 표지판이나 다른 정보에 의존해 찾아가야 할 곳도 많고, 시간이 지나면 전국에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로 지리 박사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태어나 우리나라 곳곳을 다 가보고 또 안다는 것도 참 축복받을 일이지요.
16.영어가 늘게 되고, 외국인 친구들도 생기게 된다
사진은 이미지요, 텍스트가 필요없다보니 언어가 전혀 필요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깨기가 참 좋아요. 해외의 사진 사이트에 사진의 사진을 소개하고 올리기도 훨씬 편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플리커나 500px 등의 해외 글로벌 사진사이트에 사진을 소개하고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국의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교류가 생기고 심지어 친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이나 사진에 대한 평가를 달기 위해 안 쓰던 영어도 공부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외국어에 대한 공부도 쏠쏠히 하게 될 것입니다.
17.자기 본업 외에 유명해질 기회가 생긴다
사진은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확실히 낮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사진에서도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선천적인 재능이 부족해도, 그리고 늦게 시작해도 불가능한 게 아니란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예만 봐도 본업이 아닌데 사진을 뒤늦게 시작해 유명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오로라와 천체 사진의 달인으로 유명해진 권오철 사진작가도 본업은 사진이 아니었고 평범한 엔지니어요,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사표를 내고 별과 기상현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지요. 사진은 누구에게나 문호가 열려있는 가장 개방적인 예술이요, 매체입니다.
18.지난 세대에 대한 존중감이 생긴다
사진은 현재를 찍는 것이지만 현재는 과거가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내가 찍고 있는 자연현상은 물론이요. 선조들이 만든 유적과 문화를 찍다 보면 지난 세대, 그리고 인류의 선조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래된 것이 마냥 '구닥다리'가 아니라 소중하고 물려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지요. 그러면서 지나간 세대에 대한 경외와 존중감이 생긴답니다.
19.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지난 세대에 대한 존중감이 생긴 이후에는 내 세대 다음의 세대에 대한 책임감 또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됩니다. 지난 세대가 훌륭하게 물려준 현재의 가치를 나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에게도 전해줘야 할 마음이 생긴다면 그보다 훌륭한 마음가짐도 없을 거에요. 그래서 동강의 할미꽃을 자신만 찍고 싶은 욕심에 촬영하고 난 뒤 꺾어버리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자격이 없는 사람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과 모습을 30년 뒤, 아니 수백년 뒤에도 누군가 누릴 수 있도록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우리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워지겠지요.
20.내일에 대한 기다림이 생긴다
두서없이 정리하기도 했고 20가지 이유가 순서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이 20번째 이유는 마지막에 나와도 그 명분이 충분할 듯 해요. 내일에 대한 기다림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희망이요, 힘이 될 것입니다.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 삶만큼 절망적인 삶도 없을 것이요. 그런 사람들만 있다면 정말 불행한 사회가 되겠지요. 요즘 우리나라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데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미덕은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것입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날씨가 좋을것이요. 오늘보다 내일은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요라는 기다림과 희망. 아무리 소박할지언정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즐거움과 힘이 되거든요. 아무쪼록 사진을 취미로 가지는 분들이 사진을 찍으며 오늘보다 즐거운 내일을 기다리게 되길 바라며, 사진을 취미로 가지면 좋은 20가지 이유의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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