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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정맥

호서정맥3구간(비득재-병목산-옥녀봉-월명산-놋점이고개-봉림산-가루골)















































































세월이 많이 흘렀다.

산은 상처 입은 채 거기 그대로 있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원래 대로 남겨두려 하지 않는다..

길을 내고 숲을 베어내고..

사람과 자연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자행되는 그 무수한 테러로 인해

산은 오늘도 편히 잠들지 못한다..

그냥 빠대고 댕기는 건 좋은데 제발 파헤치고 잘라내고 그러지만 말그라 !“

산은 거기 그대로 있지만 산도 인간처럼 화장을 하고 뼈를 깎아 얼굴을 뜯어 고친다.

비자발적인 성형!

오랜 세월이 지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산에 오르지만 웬지 낯설다.

진입로가 확장되고 입구에 상가가 즐비해지고

케이블카가 놓여지고 산 길에는 데크가 생기고 계단이 생긴다.

저승의 입국관리소 직원들 한국사람 싫어한다드만

하두 뜯어고친 사람이 많아 일일이 원적확인해서 대조할려면 너무 힘들다고..

한국 산도 마찬 가지여

선녀님들 달밤에 목욕하고 내려올래도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해서 오기가 싫다데

산은 거기 그대로 있고 사람은 쉬 늙어 가도

사람이 또한 산을 늙게 하네

우린 열심히 옛 추억을 떠올리며 산에 오르지만 

세월은 지칠 줄 모르던 내 체력만 가져간게 아니라  추억마저 싣고 저만치 달아나 버리는군

 

사량도 옥녀봉 외줄로프는 어데로 가고  난데 없는 산길 현수교가 웬말이고

8년 만에 고운 추억을 꿈꾸며 찾아긴 바래봉 철쭉 군락은 왜 그리 훼손되어 작아지고

붉은 황토길은 왜 그리 넓어 졌는지….

용산리 내려가는 흙 길에 뭐땀시 그리 많은 돌을 깔아 놓았는지….

풀씨가 자랄 수 없는 길을 걸으면 사람의 다리도 휘청거리는 법인데,,,,

엊그제 올랐던 장군봉-관음봉 계룡 능선은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지..

난데없는 데크와 무수한 계단을 힘겹게 등에 지고….

제발 내비두면 안될까?

건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만

방구깨나 낀다고 꺼떡 거리지만 고작 100년도 못 살고 깨구락지 될 인사들이

산에 몇 번 올라 보지도 않고 북망산천으로 떠날 사람들이….

산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그래서 정맥길에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야생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거긴 내가 좋아하는 것 두 많지만 날 좋아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나뭇가지며 가시덤불들 거미줄 까지……

인간이 빠대고 다녀도 보란 듯이 건강하게 다시 새살이 돋아 흔적이 지워지는 곳

역량있는 정치인이 없고 인심좋고 욕심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래도 잘 보존되는 내고장 정맥길

 

그래서 날 생선 그대로인 정맥길이 더 가슴에 와 닿는지도 몰라

그 길이 그 길 같아도 옛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지난 해 낙엽이 쌓여 발이 푹신 거리고

높진 않은 산길에서 우리 소박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정겹게 내려다 보이는 길이라

 

지난 번 비가 온데서 취소 공지가 떴는데….

몇몇은 나와서 하염없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계룡산으로 떠났다고 했어

산꾼이 산에 갈거라고 도시락 싸달래서 나왔는데 땀냄새도 안 풍기고 비지에 흙도 안 묻히고 집

에 일찍들어가믄 마눌이 깐이 본다고,,,,

 

하여간 한 달이 또 바람 같이 흘러서 3차 출정일이 돌아 왔는데

또 비가 온다는 거여

와따 호서 신령님 너무 허시네

귀연한테 고사상 제대로 받으시고 안면 몰수에  입까지 싹 딲으시자는거여 뭐여?….

그랴두 두 번씩 취소해버리면 사람들이 귀연을 얼마나 깐이 보것어….

지금도 깐보고 안 나오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디….

 

 

그라지

백두대간이건 정맥이건 목적산행은 비가오건 눈이오건 밀어 붙이는 것이여

일요일 출정의 날 아침에 창 밖을 내다보니 비는 무신 비

시간이 지나 해님까지 벌겋게 떠오르는디

 

그럼 그렇지

호서 산신령님이 입 싹 닦으실 리가 없지 

호서 신령님은 맑은 공기에 청명한 하늘을 열어 주시고 시원한 바람까지 마중 보내서 우릴 반갑게

맞아 주셨어.

글구 고삿상 잘 받으셨다고 그 답례로 잘익은 오디에 버찌에 보리똥 까지 한아름 안겨 주셨지

 

수림이 울창하고 훼손된 땅 별로 없는 우리고장 서천 보령 인근 신선놀음길 길동무는 통발하지 않고

나온 마실이 까정 합이 12

회장 총무나 김사장님은 서운하것지만 호서 유람단은 산타기 딱 좋은 딱 한타스 였다.

넓은 35명 버스에 널부러진 채 우린 그렇게 3구간 들머리 비득재에 도착했어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뽀송뽀송하고 길은 얼마나 편한지

우린 메기의 추억을 흥얼거리며 그 옛날 고향의 산길을 즐겁게 걸었어

병목산을 지나 새재를 지나 편안한 길을 따라 파죽지세로 진군

배울게 많은 귀연

경제..사회..정치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며 열띤 토론과 강론을 펼치고

작금의 대한민국 스캔들을 바라보는 남 녀 대표주자들의 치열한 대리전 토론회를 흥미진진하게

관전 하기도하고

울산 및 대도시의 분양정보를 상담하기도 하면서…….

 

최돈민씨만 발에 모터달고 훨훨 날아가고

우린 새똥이 오염되지 않고 살아 있는 자연임을 증거하는 옥녀봉 정자에서  11시 반쯤 되어

맛 있는 점심 식사 까지 마쳤지…..

 

근데 밥먹구 나서 배부르고 등따시니 분위기가 조금씩 틀어지네

신령님은 식곤증 때문에 조시는지 더 이상 바람을 풀지 않으시고

백범대장은 아젯밤 술이 조금씩 오르는지 능선을 놓치고 옆댕이 능선으로 해서 찬샌골로 산을 내려와

버렸어….

정자나무 밑에서 마실이가 만들어 온 육포를 뜯으며  한낮의 나른한 게으름에 빠져들기도 하구

맥주마시고 오디 따먹고…..

 

우리가 알바를 안 했으면 제대로 내려왔을 잿말재를 마을 어귀에서 걸어서 천천히 올라 갔는데 길

한켠에 오디 열매가 아주 실했어..

산우들이 고갯길을 올라 다 사라져 버리고 나서도

난 그 달콤한 오디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해 입이 온통 새까맣도록 따먹었지….

한참 후 홀로 230고지에 오르니 적막하더군

산우들은 훨훨 다 날라 가고….

뜨거운 태양은 본격적으로 이글거리고 길은 완전히 60도 경사에 난 쏟아져 구를 것 같고….

산을 다 파해치고 개간한 안부에서 할아버지가 말했어

땡 볕에 혼자 워디가? “

: 놋점재 갈라고 하는디유….

     이쪽으로 가는 사람들 못봤어요?

할아버지: 벌써 한참 됐는데….

부지런히 따라 댕겨야지 혼자 떨어지면  못써

 : 그사람들이 나 떼어 놓고 뿔나게 가버렸어요….       

할아버지 : 어여 빨리가.  부지런히 쫒아가야 혀

 

 

일행들은 부시치 고개가 잇는 4번 도로에서 쉬고 있었다.

겁나게 씨알 굵은 보리수 열매를 따먹으면서..

에고 억울혀 나 보리똥 겁나 좋아하는디   오디 따먹느라 손가락 두 개 만한 왕 보리떵 다 놓쳐

버렸네

 

우린 또다시 버찌를 따먹으며 된 비알을 치고 올라 또 하나의  월명산에 올랐다가 그렇게 놋점이 고개로

떨어졌어

근데 사단이 난겨

날씨가 무덥고 길이 험해지니 반 수 이상이 몬 간다고 드러 누었어?

산길 고작 5시간 밖에 안 탔는데

울산에서 탱자탱자 하다보니 군기가 빠진 산꼭대기가 무리를 선동하며 여기서 끊자고 앞장 서는디

그람 안되제

먼저간 최돈민 씨는 어떻하라고..’

글구 귀연의 자존심이 있지

목표를 아침에 정해놓고 2시 반도 안 되서 길을  파하자믄 오떠케 하자는겨?

그렇잖아도 귀연 다 늙었다고 깐이 보는디

글구 이 길을 안 걸으면 다음 길이 또 마구 늘어 나잖여

그나마 오늘은 날씨도 마이 도와 주고 있는데……

근데 문제는 2시간 30분은 족히 더 가야 하는디 대다수 A 팀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거

산우들은 기다림에 기꺼이 동의해 주겠지만

박력의 사나이 산행대장 백범이 결정 해야제….

 

우리는 모두 백범을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백범대장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고를 외쳤다.

시아시 된 맥주 못 먹어도 고’ !!!

그렇게 비장한 특공조는 꾸려졌다.

육군하사 도하사, 해병하사 신하사, 공수병장 마병장, 청산님, 산세상님, 산행대장 백범

 

근데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었고

길을 찾는 사이 산행대장이 마실이와 같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흐미 산행대장은 대원들 놓구 어디간겨?

시방 남은 6명이 쪼개지면 어떻하자는 거여?

누가 낙오병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4명의 대원들은 대장도 잃어버리고 무더위를 헤치고

흔적없는 길을 찾아가며 목표를 향햔 외로운 진군을 계속했다.

특공대는 찟어진 채 40여분간 잡목에 감기고 가시덩쿨에 할키면서 6월의 정맥길에서 표효했다.

잡목과 가시덤불은 그렇다 치는데 누가 산 전체에 산삼을 다 심어 놓고 철조망을 쳐 놓아서 가뜩이나

힘든 고라니 길에서 엎어진 철조망과 흩어진 철사들 까지 내 가랑이를 붙잡고 생쑈를 한다.

난 느그들 진짜 싫다. !”

이럴줄 알았으면 바지도 헌 것으로 입고 오는 건데

오늘 내 바지 완져 걸레되게 생겼네

임도사거리에 어렵게 내려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무성한 풀숲 사이 진행 길을 보니 고라니 한 마리

지나 간 흔적 밖에 없다..

고라니 두 마리는 어디간 겨?

집 나간 두 마리 고라니 걱정하면서 한숨 돌리며 휴식하고 있는데 대장 고라니와 마실 갔던 고라니가

헐레벌떡 다시 돌아 왔다.

우린 청산님표 토마토 까지 다 먹었는데

우짜튼 경사 났네….

정은이하고 트럼프도 만나니 우리도 인자 헤어지지 말고 목적지까지 함께 가야지

 

청룡사 절과 천방산이 갈라지는 임도에 도착해서 지도를 보니 임도와  봉림산정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서  치고 오르는 산 길이  봉림산정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산길로 들어 서는데 봉림산 입구를 알리는 비석이 서 있다.

마치 사람이 다니지 않는 짐승 길을 걸어가는 짐승 같은 사람들을 애도 하는 듯

도로에서 차에 받혀 죽는 고라니들을 애도 하는 듯

오늘은 당최 사람꼴이 아니여 .

고라니 길 까정 이렇게 빠대고 댕기니 고라니들이 도로로 쫒겨 나서 객사하는 것이여

니덜이 인적 없는 산 길을 헤메며 다시 길을 내는 고라니 심정을 알어?

 

그라두 가슴에 담아 온 풍경이 하나 있어

봉림산을 오르며 나뭇잎 사이로 본 보령호의 수려한 모습과

봉림산을 내리며 바라본 서천 들판의 모습

 

사소한 풍경들도 이젠 소중해 지는 나이

하마터면 못보고 지나쳤을 풍경들

하마터면 만나지 못하고 흘려 버렸을 감동들

이젠 더 이상 무언가를 잃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나이

 

봉림산

내 인생길에서 다시 오를 일이 거의 100 없을 것 같은 산

아직 늙지 않은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난 그 산에 올랐네

보령 산하와 서천 들판이 둥둥 떠오르는 산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르고 다시 내 가슴을 흔드는 무언가를 본다.

오뉴월의 뙤약볕 아래서도 가시 덤불 속에서도

그 풍경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무언가는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어느 한가로운 날 지나간 풍경들이 또 내게 말을 걸어 올 것이다.

오래 이어 온 나의 길과 나의 삶의 방식이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보았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나를 만들고 내 삶을 만들고

이젠 나의 미래도 만들어 갈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산을 찾는다.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시험하고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 산을 오르기도 하고

누군 험한 세상을 살아 갈 강한 정신력과 지혜를 구하기 위해 산을 오른다.

또 다른 누군가는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명상과 사색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산에 오른다.

어떤 이유이건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내가 찾고 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산은 늘 모든 것을 얻게 해 주었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으며 봉림산을 내려와 임도에 떨어지니

고라니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청고라니 한 마리 외롭게 서 있다.

길에는 표시기도 없고 이정표도 없고 같이 헤메던 다른 고라니도 없다.

~~~

의리없는 고라니들 ….

길은 임도를 무시하고 수직으로 내리 꽂는 겨 ….

 

우리는 일일 고라니 체험을 무사히 마치고 무사히 도로로 내려왔다.

갓 길에 상을 펴고 서천골  풍류를 즐기던  산우들의 축하와 환영과 받으면서

중간에 물 한통을 잃어버렸지만 허여사님이 준 얼음물 한 통으로도 호서정맥 3길의 풍류를

즐기기엔 무리가 없었다.

목젖이 얼얼한 맥주를 다섯 컵 연달아 마시고 도로에서 알탕하고 얼음물로 등목하고 우린 비로소

다시 사람으로 환생했다..

귀연만세! 무릉객 만세!

 

니덜이 진짜 맥주 맛을 알어?

 

 

산행일 : 2018610일 일요일

산행지 : 호서정맥 3구간

 : 비득재-병목산-옥녀봉-월명산-놋점이고개-봉림산-가루골

 : 18.2km

 : 8시간

 : 귀연 12

 : 시원하고 바람불다 오후에 무덥다

 

비득재   : 09:35

병목산:  : 09:51

옥녀봉  : 11:40

대덕1: 13:24

월명산 : 14:05

원진지맥분기점 ; 14:15

놋점이고개 : 14:30

임도4거리: 15:33

봉림사입구 쉼터 : 14:10

봉림산정상 :16;35

하산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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