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서해안 둘레길 3구간 (천리포-만리포-모항항-어은돌해변-파도리 해변 )

 

뜨거운 하늘이 그립다.

이 서슬푸른 여름에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근데 마치 한반도가 우기와 건기로 나뉘기라도 하는 것처럼 십수일을 마냥 퍼부어 대고 이제 가나

했더니 돌아와 또 퍼붓고

이번엔 진짜 갔나 했더니 태풍이 들이치고….

태풍이 자나고 말복 까지 지나 완전히 간 줄 알았던 장마군단이 다시 내려온다..

 

살다 살다. 내차가 30여분 앞이 안보이는 폭우지대를 달리다 단 1초 만에 했빛이 쨍쨍난 열사의

땅을 달리는 걸 처음 보았다..

다들 미쳤어..!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하나님도 꼭지가 돌고 날씨도 코로나도 길길이 날뛰는 거여

 

우야튼 휴가에 버금가는 8.15 연휴를 맞이하여 좋은 추억을 맹글어야 하는디 마눌은 축령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여름의 힐링

사람의 개성은 천차만별이라 한 여름이면 바다나 섬을 떠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처럼 큰 산의

계곡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눌처럼 편백나무 숲을 떠 올리는 사람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긴 하지만 이 여름 마눌과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

더위에 지친 영혼도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해야 하기에

가을은 무성한 여행의 가지와 그늘을 끌어 우리를 기다리지만 여름은 방랑자에게 가혹하다.

혼자 떠나는 길이라면 지리산 옹주나 용소골 덕풍계곡에 가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더 높이 오르고 한 말쯤 쏟아낸 땀에 먼지가 범벅이 될 때쯤

푸른 소로 풍덩 뛰어드는 거다.

 

마눌의 축령산은 이동하는 데 두시간이면 떡을 치고 일단 숲에 들기만 하면 들마루에 누워

빈둥거리기만 하면 되니 그냥 여름 소풍이라 황금의 연휴를 축내기엔 아깝긴 한데 또 어쩌랴?

 

무언가 2% 부족한 그 힐링의 하루에 서해안 둘레길의 하루를 얹기로 했다.

모처럼 휴가 기분도 낼 겸 바다 구경도 하고 회도 한사라 먹고

그리고 마지막 날은 손자와 함께하는 유지보수의 날

 

근데 서해안과 중부지방에 비가 예보되어 있다.

오늘 축령산에 가고 내일 서해안으로 가면 오늘은 뜨거운 남도의 산에서 힐링하고 내일은 뜨겁고

화려한 바다를 거닐 수 있겠지만 바다는 촉촉히 젖어들어야 멜랑꼬리한 낭만이 산다.

우리는 비 오는 바다의 추억을 위해 그렇게 서해로 떠났다.

 

 

 

 

 

우울한 낯빛을 한 채 우리를 맞던 서해의 하늘은 조금씩 비를 뿌리다가 갈수록 맑아지더니 정작 시작점

천리포에 도착해서는 다시 비를 흩뿌리며 어둡고 무거운 표정을 내비쳤다

 

 

 

지난 번 쏘맥과 포도주로 뒤풀이하던 천리포 해수욕장에 섰는데 이정표도 없고 흡사 저녁인 듯 날은 어둑하다.

청산님의 산행기를 보면 산길로 올라서서 만리포로 넘어 가드만 들머리가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백범회장에게 SOS를 쳤다.

신호는 가는 데 대답이 없다

이 친구는 말년에도 휴일근무 하내벼 !”

 

해파랑길에 이어 다시 서해안 둘레길 지킴이를 자처하는 청산님과 통화를 하고 나서야 들머리

방향을 잡았다.

가는 길에 백범 전화가 걸려와 길의 개요 까지 대략 설명을 들었다.

 

 

 

 

혹시나 해서 들머리 부근에 나와 있던 할머니한테 확인차 다시 길을 묻는데

인상 좋은 할머니 말씀 하시길

해변 좋은 길 놔두고 모할 라꼬 힘들게 그 길로 갈라고 그랴 ?

그 짝으로 만리포 넘어가는 산길이 있기는 한데 희미해서 잘 찾을랑가 모르것네. !

나도 젊을쩍에 올라보고 통 가보지 않아서 시방 길이 워쩐지는 잘 몰려 !”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할머니의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렇게 손바닥만한 세상에 갇혀서 살다가 돌아오지 않는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환갑이 넘어 처음 걷은 이 길은 어쩌면 종의 진화를 함축하는 흥미진진한 새로운 세상의

탐험 인 셈이다.

내 사는 세상으로 난 이 길을 처음으로 걸어보는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이 길은 디시 돌아오기 힘든 길이고, 걷지도 못하는 날이 잰 걸음으로 나를 뒤쫒아 오고 있으니

애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야 할 길이다.

 

 

 

세월이 오래 흘렀어도 할머니의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렇게 손바닥만한 세상에 갇혀서 살다가 돌아오지 않는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환갑이 넘어 처음 걷은 이 길은 어쩌면 종의 진화를 함축하는 흥미진진한 새로운 세상의

탐험 인 셈이다.

내 사는 세상으로 난 이 길을 처음으로 걸어보는 오늘은 행복한 날이다.

이 길은 디시 돌아오기 힘든 길이고, 걷지도 못하는 날이 잰 걸음으로 나를 뒤쫒아 오고 있으니

애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야 할 길이다.

 

 

 

국사봉 가는 길은 초입만 빼고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경운기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여!

산꾼한테는 이런 길이 짱이다..

흙길이라 발이 편하고 사람이 없어 호젓한데다 숲길이라 시원하기 까지 하다.

나이가 먹을수록 아름답고 좋은 길을 찾아 걸어서 눈과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눌의 속도에 맞추려고 앞장 세웠는데 마눌이 나보고 앞장 서란다..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얼굴에 척척 걸리는 거미줄 제거용 방패막이다.

 

 

국사봉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정자 주변에는 무수한 고추잠자리가 날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어린 날의 잠자리들도 어느 날 내 곁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 당당한 위세의 말잠자리와 호랑이 잠자리를 본 날이 언제인가?

 

 

 

잠자리가 많이 나는 걸 보니 오늘 날은 점점 좋아질 모양이다.

우리는 자욱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가는 국사봉 정자에서 화려한(?) 식단을

펼치고 요기를 했다.

 

가볍게 점심을 하고 나자 안개도 많이 걷히고 무거웠던 하늘도 많이 밝아지니 바다와 천리포 해수욕장의

풍경이 옅은 안개 사이로 은은한 수채화처럼 내비쳐 보인다.

 

 

편안한 하산 길이 이어지고 등로는 노릉을 기댄 언덕아란 이름의 팬션으로 연결되는데 길을 내려서면

백사장의 규모가 천리포와 비교가 되지 않는 광활한 만리포 해수욕장의 전경이 펼쳐진다.

 

 

만리포에는 와 본 기억이 없다.

서해 바다에 오면 으레껏 대천과 무창포를 찾았고 가끔 춘장대에 들렸다.

주로 안면도 가까운 쪽으로 여행을 해서 백사장해수욕장과 몽산포, 삼봉해수욕장 까지는 가보았지만

더 윗쪽으로는 내 발길이 머물지 않았다.

 

 

천리포는 면소재지이고 만리포는 대도시여 !”

만리포 해수욕장 모래해변을 걸었다.

장마기간 중에도 비가 멎은 하늘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나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다.

해변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해변 보다 이런 날이 바다가 훨씬 운치

있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만리포의 랜드마크 조형물과 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이용복 식당을 돌아 보았다.

우린 해변으로 다시 내려서서 갈매기들의 망중한과 가을 같은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모항항이 멀리 보이는 해변 절벽지대를 휘돌아 갈 것이란 생각에 해변 끝까지 진행 했지만 길은 붉은

등대가 있는 곳에서 끊어졌다.

어느 식당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걸어온 길 중간지점에 있는 기와집을 가르키며 그 길을 따라가야

모항항으로 갈수 있단다.

별로 대수로울 것도 없는 알바!!

덕분에 우리는 서해의 최극점 만리포 끝단까지 걸어 보았다.

 

 

모항항으로 넘어가는 길은 불편한 길이다.

차의 통행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항구 끝까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평지의 흙길은 이젠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람 사는 곳들은 온통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 덮히고 우린 이제 콘크리트 벌집을 만들어 자신의

자랑스런 성공을 과시하며 기꺼이 그 속에 은거한다.

사람들은 마치 이 거대한 자연의 주인인 듯 모든 땅을 사고 팔고 작은 편익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생명의 땅을 불모의 땅으로 뒤바꿀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다.

물을 품는데 인색한 그 땅들은 이제 생명을 가꾸고 돌보는 능력을 상실했다.

우리는 이 삭막한 세상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기력을 되찾기 위해서 틈나는 대로 자연속으로 되돌아

가야만 한다.

 

 

 

모항항에서 길은 항구의 건물 사이로 산길에 접속하여 파도길로 접어 든다.

 

 

 

우린 행금이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어은돌 마을을 거쳐 파도리로 넘어 간다.

행금이란 지명의 유래는 옛날 사금이 나왔던 마을이란 뜻에서 생금말로 불리었다가 생금으로

바뀌고 다시 행금이란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행금이 쉼터를 넘어 서면 수련이 가득 자생하는 저수지가 앞을 막아 선다.

좌측길이 원래의 진행방향 인 모양인데 제방공사 중이러 좀 더 멀리 휘돌아가는 우측의 우회 길을

열어 놓았다.

그래도 비포장 길이라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길 역시 아스팔트 포장길과 접속된다.

해변길과 산길을 접속하려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런 길이 많이 늘어날수록 둘레길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다.

 

 

어은돌 해변을 굽어보는 언덕에서의 마을 풍경은 목가적이고 아름다웠다.

우린 마을로 내려서서 폐가에 들려 손을 씻으며 한숨을 돌리고 어은돌 해변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 앞에 고요하고 한적한 시골 바닷가 풍경이 펼쳐 졌다.

고기들이 숨기 좋은 돌들이 많다는 마을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숨기 좋은 곳 같았다..

 

 

해변의 끝으로 갈수록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이 많았는데 조용한 해변과는 다르게 숲 속 텐트와

차량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해변은 그리 넓지 않고 모래질도 다소 떨어지는 듯 하지만 넓은 솔 숲에 둘러싸인 야영의 편리

성으로 인해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듯 보인다..

 

 

 

어은돌 해변 길은 다시 산에 의해 막히고 우린 마지막 산길을 올라 종착역 파도리로 내려섰다.

 

 

학암포와 파도리 ..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명의 결이 곱고 젊은 날에 많이 들었던 이름이라 웬지 낭만적이고 살갑게 느껴진다..

 

현실의 바다는 한적하고 조용했지만 그렇게 목가적이거나 감성적이지는 않았다.

도열한 절벽은 파도리라는 어감이 풍기는 여성적인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 이름은 파도소리가 간직한 낭만적인 상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거친 파도가 해변을

때리고 깎아내서 만들어 낸 저 투박한 해안 절벽을 통해 그 힘과 위세를 과시하고자 붙여진 이름 같았다.

실제 파도리 란 지명의 유래는 무엇일까?

 

한국지명총람 따르면 삼면이 바다로 파도소리가 나기 때문에 파도리라고 하였다 한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내력도 전해진다. 파도리의 화창도 관장항 일대의 파도가 너무도 거세 이곳을 지나는

배들이 난파하기 일쑤였다. 실제 세곡선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파선되는 예가 비일비재 하였다.

이런 연유로 고려 문종때에는이곳은 지나기 어려운곳이라는 난행랑 이라는 지명이 나왔다 한다.

아울러 이처럼 배가 지나기 어려운 화창도와 꼬창목이 있는 이곳 마을을 파도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가벼운 힐링과 산보일거라 생각하고 시간이 나면 천리포 수목원 까지 돌아보려 마음먹었던 그 길은

언감생심 생각보다 멀고 힘든 길이었다.

내 생각이 그럴진대 마눌도 꽤 힘들었을 것이다.

차량 회수를 위해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 천리포 까지 직접 가는 버스는 없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버스를 갈아타고 해변에 가는 것은 하세월 이다.

택시를 타던지 자전거로 가던지….

근데 두 다리 멀쩡한 무릉객이 택시탈 일이 있나?

그러려면 애초에 애마 등에 자전거를 싣고 오지 않았지

어쨌든 나는 마눌을 파도리 마을회관 정자에서 쉬게 하고 천리포 가는 길에 매여 놓은 자전거를 타고

원래 출발점인 천리포로 넘어 갔다.

10km 가량 되는 거리이니 엉덩이를 바짝 추켜세우고 패달을 밟으면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다.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며 풍경을 되짚어 바라보는 것 또한 즐거운 여행이다.

천리포 해변에서 무사히 차량을 회수하여 마눌을 태우고 모항으로 넘어가 펄펄 뛰는 회로 그날의 여독을

말끔히 풀었다.

뿌듯한 뻐근함과 입 속에서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기를 음미하며 늦은 귀향 길에 올라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걷 기 일 : 2020815일 토요일

: 서해랑길 태안해변길 3코스

: 천리포-만리포-모항항 어은돌해변-파도리

: 13km

소요시간 : 6시간

:흐리고 맑음

: 마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