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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지리산 둘째날

 

 

 

 

지리종주 !

난 해마다 그 고단하고 힘겨운 길을 왜 걸었을까 ?
아니 늘 때가되면 그 길은 왜 그렇게 가시처럼 목에 걸리고. 내 가슴은 울음을 울었을까?

 

 

그 길은 내 마음의 행로였다.

내 삶의 근원적인 기쁨과 행복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길이었다.

나는 그 길을 걸으면서 내 안의 충만한 사랑을 확인했다.

나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세상에 대한 사랑 !

 

다 좋았다.

장엄한 지리산의 풍경도

혼자만의 황홀한 고독도

침묵으로 설파하는 장중한 산의 웅변이 내 가슴을 흔드는 것도

 

솜쳐럼 지쳐 내 머리가 하양게 되고

산장에서 한가롭게 바람멍과 노을멍을 때리다가 내일의 기대를 안고 깊은 잠에 빠지는

것도 너무 좋았다.

 

신성한 대지의 기운은 내 발을 타고 올라와 내 머리를 맑게 했다.

나는 세상의 시름과, 드글드글한 욕심들을 지고 올라와 그렇게 고원의 바람에 날려 보냈다.

아니 그 길을 걸으면 오장육부의 노페물과 삶의 찌꺼기들은 거친 호흡과 굵은 땀으로 쏟아져

나왔고 마음은 저절로 비워지고 또 무언가로 채워졌다.

 

그 길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그 길을 걷고 나면 내 몸에서 세속의 악취가 탈취되고 내 영혼은 그렇게 가벼워졌다.

지리산은 내게 삶의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영혼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고 내 삶은 있는 그대로.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7시간쯤 잤다
중간에 두어 번 깼지만 아늑하고 펀안 했다.

산장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은 다 사라졌다.

1시간 정도만 오르는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찍 서두르는지?

천천히 라면을 끓여 먹고 반디 등불 하나로 혼자 천왕봉 길을 잡는다.

멀리서 붉은 여명이 뜨는데 오늘도 어김없는 일출의 촉이 선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못한 게 또 아쉬워 지는 맑은 여명이다.

 

일출 전에 어둠속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붉은 빛의  여명이 더 강렬하고 아름답다.

천왕봉 가는 내내 서로 다른 풍경의 실루엣에 걸리는 붉은 여명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천왕봉에 도착하고 5분쯤 뒤에  24년 정월의 붉은 태양이 한점 구름없이는 하늘 위로

장엄하게 솟구쳐 올라왔다.

붉은 태양이 밝히는 희망찬 새해의 아침이고 산과 신이 축복하는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었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보내고  그렇게 다시 천왕봉 일출을 마주했다.

 

올해는 배낭이 너무 무거워  불경스럽지만 제물과 막걸리를 챙기지 않았다.

그냥 두 팔을 올려 일출을 마주하고 사위를 돌며 절을 올렸다.

 

내 어머니와 같은 지리산이여 !

내 어머니의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인도해 주시고

내 늙어도 언제나 감동과 삶의 기쁨을 잃지 않게 하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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