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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끊긴 전화

끊긴 전화   2006/07/19 00:07 추천 4    스크랩 6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였을까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비린 것을 눌러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 글.. 끊긴 전화,, 도종환

                                  

       

       

         조선  " 연란" (love7592)님 블로그에서 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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