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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경기지역 폭포

[위크엔드] 가을문턱 시원한 물줄기의 유혹
경기지역 폭포
폭포마다 전설 ‘가득’ 단풍까지 물들면 절경

‘술을 마셨으면 이젠 잔을 놓고 가을 폭포로 가라/ 가을폭포는 낙엽이 질 때마다 점점 더 깊은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정호승의 ‘가을폭포’에서)

시인은 이렇게 가을 폭포를 표현했다. 불그스름 물들어가는 나뭇잎 아래 굽이치는 물줄기. 시원한 물소리와 물보라. 계절의 문턱에서 나그네를 기다리는 경기 지역의 폭포들을 알아봤다.

◆파주 운계, 연천 재인폭포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 50m 가까운 운계폭포의 물줄기가 바위를 때린다. 물살에 다듬어진 바위가 매끄럽다. 겨울이면 꽁꽁 얼어 빙벽 등반가가 몰리기도 한다.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 서쪽 깊은 곳엔 재인폭포가 있다. 너비 30m에 높이 18m. 주상절리(柱狀節理·다각형 기둥 모양의 절벽)의 경관이 빼어나다. 얽힌 전설도 흥미롭다. 옛날 줄타기에 능한 재인(才人)이 아름다운 아내와 살았는데, 고을 원님이 아내를 탐해 재인을 죽인 뒤 수청(守廳)들라 했지만, 원님의 코를 깨물어 정조를 지켰다고 한다.


◆가평 용추·무주채·무우폭포

용추폭포는 가평군 승안리 자연휴양림에 있다. 높이는 5m에 불과하지만 수량이 풍부하다. 지금도 가끔 용녀(龍女)가 내려와 목욕한다는 전설이 통할 만큼 물이 맑고 경관이 신비롭다. 용추계곡에는 용이 누운 형상이라는 와룡추(臥龍湫)를 비롯, 무송암·탁령뇌 등 9개 절경이 있다.

무주채폭포는 가평읍에서 34㎞ 떨어졌다. 서늘함이 아니라, 추위가 스밀 만큼 물이 차다. 풍광은 설악산 버금가게 수려하고, 단풍도 화려하다. 옛 무관(武官)들이 나물 안주에 술 마시고 춤췄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곳.

무우폭포는 운악산 중턱 현등사(懸燈寺) 입구에서 만난다. 울창한 숲 새소리와 은은하게 퍼지는 노승의 염불이 여운을 준다. 구한말 민영환(閔泳煥) 선생이 찾아와 나라를 걱정했다는 ‘민영환바위’와 미륵바위, 눈썹바위, 치마바위도 있다. 가평엔 이밖에 명지폭포, 북호동폭포 등 폭포가 많다.


◆양평 중원·치마폭포

양평군 용문면 중원산의 중원폭포는 기암절벽에 둘러싸여 물소리가 우렁차다. 하지만 물줄기는 수줍은 처녀의 댕기 같다. 그 아래로 못이 넓고 깊게 드리워졌다. 폭포를 지나 나무 우거진 숲 터널 아래 오솔길을 걸으면, 구슬을 쏟아붓는 듯 물소리 요란한 치마폭포에 닿는다.

◆동두천 원효·장림폭포

원효폭포는 소요산 입구에서 800m쯤 올라가면 절벽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m 물기둥에서 물보라가 피어난다. 신라 원효대사(元曉大師)가 고행수도한 곳이라는 전설도 있다. 해룡산·칠봉산에 둘러싸인 동두천 장림계곡 깊숙한 곳엔 아담한 장림폭포가 있다. 조금 더 가면 청량폭포가 나온다. 인근 왕방산에는 927년 고려 광종이 친히 행차, 이 곳에서 수련하던 도선국사(道詵國師)를 격려했다는 왕방폭포가 있다.

남승우기자 futurist@chosun.com
입력 : 2006.08.31 23:23 30' / 수정 : 2006.08.31 23:2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