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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릉객)

 

 

 

 

 

 

 

 

 

 

 

 

 


난 무릉객이다.
세상의 무릉도원을 제집 드나들 듯 주유하는 남자
영원한 사는 것은 바위 뿐
난 내 인생의 주인이지만 대자연의 언저리에 스쳐 머물다 가는 한 철 나비
감동없이 흘려보내는 세월이 너무 아쉬워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움과 감동을 찾아

바람처럼 떠도는 난 자유인이다..

난 부자다.
아들과 백두대간을 함께 주유했으니 부자고 드넓은 세상과 멋진 풍경을 마음껏

누리고 살아가니 또한 부자이다.

나는 부동산이 많다.
억만평의 임야와 천만평의 수영장 백만평의 정원쯤 될까?
삼천리 방방곡곡에 내 땅과 정원이 없는 곳이라곤 없지만 내 정원은 별도로 손질할

필요가 없다.
자연이라는 이름의 정원사가 언제나 조화롭게 손질하고 있고 나의 취미란 나의 드넓은

영지를 돌아보며 순환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사라져 가는 아쉬운 것들을 돌아

보는 것이다.

무릉객의 기준에서 내 땅이란 등기로 인한 법적인 소유가 아니라 단지 걸어서 느끼고

교감해야 할 대상으로 정의될 뿐이다.
어느 누군들 세상의 작은 땅이라도 100년 이상 소유할 수 있으랴?
어짜피 찰라의 내 것이라면 가슴 절절히 느끼고 감동하고 오래 추억 할 수 있는 땅이

래야 진정 내 땅이 아닌가?
지금도 나의 재산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물론 자연을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 주고 떠날 계획이지만…

부자들은 큰 집에 살고, 좋은 음식을 먹고 살며, 멋진 차를 타고 다닌다고?.
그리고 취미로 유가증권과 비싼 그림을 사모은 다고?

SO DO I .

나도 아름답고 럭셔리한 집에서 살고 큰 차을 타고 다니고 비싼 음식을 먹고
멋진 그림과 추억에 투자한다.

광할한 대지가 나의 집이다.
나는 아름다운 그림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지만 그 비싼 그림들을 집안에 걸지 않는다.
세상의 아름다운 그림들은 다 창밖에 걸려 있다.
내 침실은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 데 부족함이 없고 내 서재는 정말 크다.
대자연이 나의 학교이고 도서관이고 서재이다.
난 그곳에서 인생과 사랑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배운다.
철학과 문학인들 배우지 못할까?
거긴 산과 바다처럼 위대한 스승이 있고 새벽별과 이슬 그리고 바람과 구름 같이 심금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삼복염천에 서말의 땀을 흘리고 숨쉬지 않고 들여 마시는 그 차가운 맥주 맛을 아는가 ?
사막 한가운데 주점에서 파는 아주 차가운 맥주는 한 병에 얼마쯤 할까?
천 고지의 럭셔리한 가든에서 눈에 시린 풍광을 마주하며 즐기는 식사비로 우린 얼마를

내야 할까?


실바람을 목에 걸고 수려한 산하를 굽어보며 대자연 한가운데 함께 둘러 앉아 나누는 성찬

그 황제의 식탁에 난 으레껏 걸인의 입맛으로 초대를 받는다.

나는 주로 큰 차를 타고 다닌다.
계절 따라 난방과 냉방이 빵빵 나오고 전용 운전사도 따로 있다..
난 아주 긴 차도 하나 있는데 가끔 그 차도 이용한다.
백만장자인 내가 자랑할 건 사실 차가 아니라 내가 찾아 가는 세상의 아름다운 풍경 들이다.
정말 큰 재산은 쓰지 않는 돈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내 머리 속 보물지도와

식지 않는 열정 그리고 멀리까지 함께 걸어줄 좋은 친구들이다.

집과 정원이 얼마나 잘 가꾸어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슴에 쌓아둔 그리움과 추억이 얼마나 되는지
붉게 타는 가을과 흩날리는 눈발이 아름다운 곳을 알고 있는지…

몇 살인가는 중요치 않다.
아직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지
내일을 꿈꾸며 잠들고 새로운 기대와 호기심으로 다시 깨어날 수 있는지….

내 다리는 아직도 튼튼하고 내 가슴은 여전히 작은 감동에도 흔들린다.
난 무릉객이고 난 정말 부자다.

 

 

 

지루하게 사는 건 내 삶에 대한 만행과 테러 !

그리고 나에 대한 모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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