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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펌)

봄날장미님의 한라산 설경

 

                              일시      ;       2008년 2월 12일 화요일

                              어딜      ;       한라산(영실매표소 - 영실코스 - 윗세오름대피소 - 어리목코스 - 공원관리사무소)

                              누구와   ;       봄날장미 홀로 ^^

                              날씨      ;       제주시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 했으나 이미 한라산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고 바람이 너무 세차서 눈을

                                                  뜰 수 없었으며 안개로 발끝이 안보일 때도 많았고 깃발조차도 파 묻힌 곳 허리까지 빠지는 곳 등등

                                                  매우 악조건의 날씨였음)

 

작년부터 영실코스에서 운해를 보고 싶어 기회를 노리던 차 마침 12일 특별 휴가를 맞이하여 한라산을 향한 채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 자료를 수집했으나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기에는 몹씨 미흡한 정보뿐이었다(한라산만 산행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장 싸게 다녀오려 함 ^^)

어쨌든 항공은 가장 싼 제주항공의 첫차와 당일 막차를 예약하려 했으나 첫차는 이미 만석이었다 그러나 운좋게 한 좌석이 나와서 예매를

끝마칠 수 있었다 (4일 전에는 모두 공석이 많았는데 하루사이에 첫비행기만 만석이다)

2일 아침 김포공항행 버스(300번은 4시30분이 첫차이고 15분 간격으로 출발)를 타고 김포에 도착하여 티켓(20분 전엔 마쳐야 함 아니면 취소되고 그 티켓은

대기자에게 돌아감)을 받은 후 아침 식사를 하고 11번 GATE로 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동 중 무척 춥다 ㅠㅠ)

버스에서 내리니 산뜻한 오렌지색의 쌍발프로펠러 제주항공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 ^^

(가장 조용할 것 같은 뒷 좌석을 미리 예약하였으나 의외로 프로펠러가 크다 차라리 앞쪽이 소음도 적고 창밖 풍경도 넓게 볼 수 있다 ^^)

 

뒷좌석에 앉아보니 날개와 바퀴가 시야를 가린다 쩝...

김포에서는 솜같은 구름이 간간이 보였는데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구름이 운해를 이룬다 덕분에 실껏 소원 풀었다 ^^

멋진 운해 위에 동이 트기 시작한다

  

 

제주도가 보이기 시작하고...

 

내리기전 찍은 내부모습

 

제주공항 전경 #1

 

#2

 

8시 10분에 도착하여 수속을 마치고 버스정류장에 17분에 도착하여 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를 기다리니 몇분 지나지 않아 도착하여 바로 터미널로 향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다 교통정보가 잘되어 있어 몇분안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정류장 앞 정경

 

8시 30분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9시에 출발하는 천백도로행을 영실매표소까지로 해서 2500원에 표를 끊는다

시간이 많이 남아 요기도 하면서 기다리니 9시가 거의 다되어서야 2번으로 도착, 타자마자 바로 출발한다

 

9시 42분 어리목에 도착하니 여러분의 산님들이 내리고 등산객중엔 나와 한분만 내리지 않는다

체인을 설치하는 기사분

 

어리목에서 산행 준비하는 산님 모습

 

10시에 영실 매표소에 도착

산행을 시작하려하니 매표소 직원이 저 위에는 사람도 날리는 강풍이 불고 대설 주의보가 내렸으니 산행을 포기하란다

오늘은 올라간 사람이 아무도 없단다

그래서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이라도 올라가보고 정 안되면 내려오겠다고 하곤 발걸음을 옮긴다

 

10시 43분 산행 들머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11시 16분 눈과 바람 안개로 사방이 조망 제로

 

서울에서 오셨다는 동행인 한분(이분이 없었으면 아마도 일찍 산행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그냥 오르는데 숲은 이미 끝나서 바람이 너무 거세다 얼굴엔 고드름이 주렁주렁(남극탐험하던 아문젠 얼굴 삽화가 생각난다 ^^)

 

그래도 사진 욕심에 손시려운 것 눈 아픈 것도 마다 않고 셔터를 눌렀다(아... 정말 미쳤다 ㅋㅋㅋ)

 

저기 보이는 빨간 깃대가 생명줄이다

 

11시 37분 이곳에 도착하니 아름다운 눈꽃이 우릴 반긴다 일순 두려움도 없어지고 그 황홀한 모습에 연신 셔터만 누른다 ^^

 

 

 

 

 

 

 

 

 

 

 

 

 

 

 

 

 

 

 

 

 

 

 

 

 

 

 

 

 

 

 

 

 

 

 

 

  

 

 

 

 

 

 

그래도 윗세오름을 1.6km 남겨 놓기까진 간혹 눈에 빠지고 길을 잃긴 했어도 그래도 수월하게 올라갔으나 그 이후엔 안개와 눈에 깃대마저 파묻혀 발끝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속에서 전진도 못하고 서성이다 뒤를 보니 동행자가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소리쳐 불렀으나 대답도 없어 다시 발길을 돌려 되돌아 가니 동행분이 나타난다 어찌나 반갑던지 ㅎㅎㅎ

 

 

12시 46분 드뎌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으나 문이 잠겨있다 그래 가려다 안되어서 그옆문을 여니 그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밖에서 그렇게 고함을 치고 했는데도 인기척도 내지 않고 있다니... 들어가 보니 남자 3명이나 있다 모두 대피소에 근무하는 것 같다

동행분은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물 따뜻한 곳으로 오란 소리를 안하고 빨리 하산하란다

그러다 내가 커피를 드리며 걱정하니 그때서야 난로로 오라면서 뜨거운 물도 준다 (속으로 얼마나 화가 나던지...)

이곳에서 간단한 요기와 준비해간 뜨거운 물을 마시고 윈드스토퍼 대신 구스다운으로 갈아입고 고어텍스자켓을 걸치니 든든해진다

스패츠를 했으나 왼발은 스패츠 앞코가 벌어져 그곳으로 눈이 조금 스며들어 양말이 몇군데 젖어 새거로 갈아신고 앞코를 단단히 걸으니

이후엔 허리까지 빠지는 가운데서도 눈이 스며들지 않았다 ^^

3시 30분 차를 탈 요량으로 1시 넘어 대피소를 나옴(다시 영실로 하산하는것이 맞바람도 피할 수 있어 수월할 거라 했지만 계획대로 어리목으로 하산함)

밖으로 나오니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감각 상실이다

잠시 우왕자왕하니 대피소직원이 방향을 알려준다 그냥 대피소로 다시 들어가고 싶어진다

길도 깃대도 보이지 않는다 가랑이까지 빠지는 눈길을 그냥 나아간다

 

가다 눈에 빠지면 헤어나오기도 힘들다

마치 늪같다

비로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온다

이렇게 해서 죽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스치면서 그가운데 지금의 BGM이 자꾸 들린다 ㅋㅋㅋ

 

여기서 교훈을 하나 얻었다

지리산에선 한발 한발 옮기다 보면 결국엔 정상을 밟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는데 여기서는 깃대가 보이질 않을 때는 보일때까지 그자리에 서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뜻 안개속에 비치는 깃대를 목표로 스틱으로 땅을 짚어가면서 안전한 곳만 한발 한발 옮기면서 전진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저 깃대까지 가려면 왼쪽으로 돌아가야 하나 오른쪽으로 돌아가야 하나...

 

깃대도 길도 끈도 아무것도 안보인다

 

온몸이 얼음투성이인 동행분

눈을 뜰수도 없다 얼굴을 만져보면 얼음만 버그적거린다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걸어가도 이렇게 공포스러운 적은 없었다

 

 

2시 34분 드뎌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서야 안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결국 해냈다는 희열이...

 

 

이젠 길이 매우 편하다

이젠 차시간에 맞춰 하산하는 것만 남았다

그차를 놓치면 추운 곳에서 한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지만 설경이 자꾸 날 지체하게 만든다 끙...

 

 

 

 

 

 

 

2시 48분에 도착

 

 

3시 6분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다

여기서 10분 이상을 가야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정류장으로 가는 길

 

 

 

3시 20분에 도착한다

(오다보니 두갈래 길이 나오는데 그중 왼쪽으로 와야 정류장으로 바로 온다)

 

3시 48분쯤 버스가 도착하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가까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후 사우나탕에 가서 찬물에 찜질을 한후 간단히 목욕을 하고 나오니 6시가 조금 넘었다

택시를 타고 사라봉으로 가자하면서 궁금한 소요시간을 물어보니 곧 러시아워가 되니 차라리 느긋하게 용두암을 구경하고 공항으로 가는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

용두암으로 간다

도착하니 푸른 바다가 나를 반긴다 일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허지만 바로 어둑해지는 시간이라 사진은 별로이다

 

 

 

 

 

 

용두암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주변을 걷다보니 코스도 짧은데다 날이 어둑해지자 사람들도 없어 쓸쓸하다

그래도 해변을 바라보며 걷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운좋게 7시 30분 비행기로 변경할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출발할 수 있었다

이번엔 앞쪽에 앉았는데 오면서 아래에 펼쳐지는 도시의 불야성은 가이 환상적이었다(특히 광주시)

서울에 도착하니 바로 남산위를 지나가고 불탄 숭례문의 그부분은 조명이 모두 꺼진 채 스커멓기만 했다...

가도 가도 거대한 서울의 불야성... 정말 서울이 크긴크다 ^^

집에 도착하니 9시 40분쯤 엄청 피로가 올려온다

오늘 점심시간에 따뜻한 곳에서 안락하게 식사를 하려니 갑자기 행복감이 주체할 수 없도록 밀려온다

수저를 든 채 한참을 푸른 하늘을 보면서 최대한도로 그 느낌을 받아들인다

그땐 이렇게 아늑하게 식사할 수 있으리라곤 꿈도 꾸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