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백 산
2007년 12월 13일 목요일
날씨: 흐림 시계불량(엄청난 광풍)
흔적 : 어의곡리(새밭)-비로봉-연화1봉-연화2봉-희방사주차장(5시간)
광풍은 귀싸대기 얼얼하게 때렸고 몸은 바람에 붕붕 떠 다녔지만
소백
그곳의 겨울은 귀때기 시린만큼이나 열나게 아름다웠다
10:04
어의곡리 율전이라고도 새밭이라고도 하는 곳에서 산문을 열었다
초입은 삼 년 전이나 오늘이나 별 다름 없었다
율전마을 뒤에 버티고 선 산릉도 태산같다
어의곡매표소엔 아무도 없었다
야간 산행 금지라 그러면 밤엔 지킨다는 말씀인가?
어의곡 그 길에서 바람은 마실을 떠났는지 땀을 마구 쏟아내게 했는데
물길 소리 끊어지는 쯤에서 마실 나갔던 바람이 돌아오는 낌새다
미친 바람의 괴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오르면 맞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비로봉 1.5km 남겨 논 지점에서 중무장의 채비를 했더니 오름이 이어질 때마다 버겁다
속도를 약간 늦춰 오르다보니 소백 턱밑이다
산문을 연지 1시간 37분만에 비로봉을 턱밑에 올라선다
순백의 세상으로의 초대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았다
그 초대장이 귀싸대기 열나게 얻어맞고 KO패 직전에 대피소에서 나간 혼 되찾게 될 줄은 몰랐으니...
비로봉에 닿기까지 오르는데만 급급했지 야트막한 오름의 계단을 그림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비로봉에선 몸을 가눌 수는 있었으니
정상석도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잡았다
천동리와 희방사라고 되어있는 이정목의 가리킴을 따라 나무계단을 내려섰지만
엄청난 바람의 괴력으로 인해 몸이 붕붕 날고 있었다
마치 패러그라이딩 떠오르는 순간을 위하여 힘찬 도움닫기 후에 서서히 떠오르는 그 순간처럼
내 작은 몸은 저 계단을 내려서며 붕붕 떠다녔다
와중에 내려온 길 잡겠다고 뒤로 돌아섰더니
안면은 이미 감각을 잃은지 오래다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순간에도 무심한 오른손가락은 셔터를 누르고 있었으니...
그래서 여자는 독하다
작은 몸으로 비로봉을 오르다 하마터면 밧줄 바깥 세상으로 날아갈 뻔했다
저 밧줄의 용도가 무엇이든 사람의 몸이 부딛쳐 밧줄이 걸림줄이 될 수 있는 높이가 되었으면 더 안전할 것이라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조금 가파른 오름에선 밧줄 자체가 바깥으로 나가는 몸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어의곡에서 올라서는 계단은 가만히 엎드린 형국이니 밧줄이 낮으면 날아가는 몸을 막는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주목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 쯤 이르니 바람도 조금 잦아든다
대피소 가는 길
지척에 대피소가 있다
입에선 휴~ 다행이다라는 소리가 나 몰래 새어나온다
대피소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힘든다
바람에 문이 열리기는커녕 닫히고 있다
가까스로 열고 들어서니 몇몇의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바람에 붕붕 떠다닌 탓인지 어지러워 멀쩡한 마루바닥이 출렁거리기라도 하는지 휘청휘청
프라이 팬에 콩을 넣고 이리저리 까부는 느낌이다
휴~ 우선 눈 앞을 가린 머리띠나 풀고 여장을 대충 정리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는데 손이 얼어 자동이다 덜덜덜~~~
몸은 녹기는커녕 발까지 시리다
뜨거운 차를 세 잔씩이나 마시고 대충의 요기를 한 후 여장을 단단히 꾸리고선 대피소를 나선다
저 언덕에 올라서면 파도를 몰고오는 바람소리와 함께 또 다른 순백의 세상이 열린다
주목은 왜 순백을 거부했을까?
아직은 솜이불 덮고 싶지 않은걸까?
살아 있는 동안은 되도록 그 기상 그대로?
하얀 산호초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연화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다
비로봉은 새하얗다
여전히 소백의 혼을 담아 하얀 꿈 속을 헤맨다
비로봉의 칼바람에 맞서려면 준비 단단히 하고 가야합니다
그 길에 서기만해도 그대는 그림 속의 인물이 되고
바라보는 눈은 흐뭇해서 손 시린 것 잊고 시간도 놓아준다
천문대 들어오고
입을 다물 수 없는 광경에 길 잃고 싶어라
핑계 김에 길 잃어서 늦었노라고 거짓말이라도 하고싶어라
이산 저산 그 어떤 그림보다 좋구나
저체온증 걸리지 않을만큼 시간을 놓아주어 이 산에서 꾸물거리고 싶구나
시린 손 주머니에 꾸욱 찔러 넣었다가
다시 셔터 누르고
사서 하는 고생
그래도 즐거워라
빈 저 길은 내가 지나온 길이요
누군가가 행복한 표정 지으며 올라오길 기다리는데
행복의 주인공이 오지 않아
저리도 아름다운 길 버리네
또 다른 아름다움에 홀리려 길 떠나네
연화봉 가는 길
천문대 1.2km 남았다는 이정목을 만나고
낡은 천문대도 그림이 되어 다가온다
돌아보아도 산호초
앞을 보아도 산호초
봄산을 꽃산으로 만들던 그 철쭉들이 이제 겨울 만나 산호초로 변신했구나
자연관찰로를 따라갔더니 꿈길이 되어버렸다
연화봉 전망대
희방사 이정표에도 더덕더덕 겨울 묻었다
연화봉
오늘 동화같은 순백의 세상을 함께 못한 이들에게
겨울 소백을 전하고 싶어 연화봉 우체통을 마주한다
겨울
어디를 가나 날씨가 한 몫 거들면 눈꽃 세상에 묻히기는 쉽지만
산호초 가득한 저 바다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직 소백이라
산호초의 몸짓을 만나려면 소백으로 들어오시라
단
광란의 바람에 맞서 무너지지 않을만큼의 채비를 잊지 마시라
그리고
이 우체통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줄의 마음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랑도 품고 오시라
추워도 서럽지 않는 소백에 들어가시라
제1연화봉을 돌아본다
희방사 가는 길에 돌아보는 천문대
연화봉
희방깔닥재
소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천연덕스런 하늘엔 구름도 잠잠하건만
희방사
희방폭포
희방폭포 주변은 계단과 난간 정비하느라 바쁜 손길들이 있다
행여 방해될세라 미안한 걸음으로 나온다
백미러에 비치는 길과 길곁에 치운 눈이 그림이더니
실제 보는 것과 다르지만
오늘 걸음은 그렇게
바람에 떠밀렸지만
순백의 세상에 흐트러진 내 마음 흘려 놓아서
행여 맑은 소백이 탁해질까 미안하여라
행복의 나라 소백에서 드리는 글
2007년 12월 13일 목요일
날씨: 흐림 시계불량(엄청난 광풍)
흔적 : 어의곡리(새밭)-비로봉-연화1봉-연화2봉-희방사주차장(5시간)
광풍은 귀싸대기 얼얼하게 때렸고 몸은 바람에 붕붕 떠 다녔지만
소백
그곳의 겨울은 귀때기 시린만큼이나 열나게 아름다웠다
10:04
어의곡리 율전이라고도 새밭이라고도 하는 곳에서 산문을 열었다
초입은 삼 년 전이나 오늘이나 별 다름 없었다
율전마을 뒤에 버티고 선 산릉도 태산같다
어의곡매표소엔 아무도 없었다
야간 산행 금지라 그러면 밤엔 지킨다는 말씀인가?
어의곡 그 길에서 바람은 마실을 떠났는지 땀을 마구 쏟아내게 했는데
물길 소리 끊어지는 쯤에서 마실 나갔던 바람이 돌아오는 낌새다
미친 바람의 괴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오르면 맞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비로봉 1.5km 남겨 논 지점에서 중무장의 채비를 했더니 오름이 이어질 때마다 버겁다
속도를 약간 늦춰 오르다보니 소백 턱밑이다
산문을 연지 1시간 37분만에 비로봉을 턱밑에 올라선다
순백의 세상으로의 초대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았다
그 초대장이 귀싸대기 열나게 얻어맞고 KO패 직전에 대피소에서 나간 혼 되찾게 될 줄은 몰랐으니...
비로봉에 닿기까지 오르는데만 급급했지 야트막한 오름의 계단을 그림으로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비로봉에선 몸을 가눌 수는 있었으니
정상석도 흔들리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잡았다
천동리와 희방사라고 되어있는 이정목의 가리킴을 따라 나무계단을 내려섰지만
엄청난 바람의 괴력으로 인해 몸이 붕붕 날고 있었다
마치 패러그라이딩 떠오르는 순간을 위하여 힘찬 도움닫기 후에 서서히 떠오르는 그 순간처럼
내 작은 몸은 저 계단을 내려서며 붕붕 떠다녔다
와중에 내려온 길 잡겠다고 뒤로 돌아섰더니
안면은 이미 감각을 잃은지 오래다
외마디 비명도 지를 수 없는 순간에도 무심한 오른손가락은 셔터를 누르고 있었으니...
그래서 여자는 독하다
작은 몸으로 비로봉을 오르다 하마터면 밧줄 바깥 세상으로 날아갈 뻔했다
저 밧줄의 용도가 무엇이든 사람의 몸이 부딛쳐 밧줄이 걸림줄이 될 수 있는 높이가 되었으면 더 안전할 것이라는 것을 체험한 순간이었다
조금 가파른 오름에선 밧줄 자체가 바깥으로 나가는 몸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어의곡에서 올라서는 계단은 가만히 엎드린 형국이니 밧줄이 낮으면 날아가는 몸을 막는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주목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 쯤 이르니 바람도 조금 잦아든다
대피소 가는 길
지척에 대피소가 있다
입에선 휴~ 다행이다라는 소리가 나 몰래 새어나온다
대피소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힘든다
바람에 문이 열리기는커녕 닫히고 있다
가까스로 열고 들어서니 몇몇의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바람에 붕붕 떠다닌 탓인지 어지러워 멀쩡한 마루바닥이 출렁거리기라도 하는지 휘청휘청
프라이 팬에 콩을 넣고 이리저리 까부는 느낌이다
휴~ 우선 눈 앞을 가린 머리띠나 풀고 여장을 대충 정리하고
뜨거운 차를 마시는데 손이 얼어 자동이다 덜덜덜~~~
몸은 녹기는커녕 발까지 시리다
뜨거운 차를 세 잔씩이나 마시고 대충의 요기를 한 후 여장을 단단히 꾸리고선 대피소를 나선다
저 언덕에 올라서면 파도를 몰고오는 바람소리와 함께 또 다른 순백의 세상이 열린다
주목은 왜 순백을 거부했을까?
아직은 솜이불 덮고 싶지 않은걸까?
살아 있는 동안은 되도록 그 기상 그대로?
하얀 산호초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연화봉 가는 길에 뒤돌아 본다
비로봉은 새하얗다
여전히 소백의 혼을 담아 하얀 꿈 속을 헤맨다
비로봉의 칼바람에 맞서려면 준비 단단히 하고 가야합니다
그 길에 서기만해도 그대는 그림 속의 인물이 되고
바라보는 눈은 흐뭇해서 손 시린 것 잊고 시간도 놓아준다
천문대 들어오고
입을 다물 수 없는 광경에 길 잃고 싶어라
핑계 김에 길 잃어서 늦었노라고 거짓말이라도 하고싶어라
이산 저산 그 어떤 그림보다 좋구나
저체온증 걸리지 않을만큼 시간을 놓아주어 이 산에서 꾸물거리고 싶구나
시린 손 주머니에 꾸욱 찔러 넣었다가
다시 셔터 누르고
사서 하는 고생
그래도 즐거워라
빈 저 길은 내가 지나온 길이요
누군가가 행복한 표정 지으며 올라오길 기다리는데
행복의 주인공이 오지 않아
저리도 아름다운 길 버리네
또 다른 아름다움에 홀리려 길 떠나네
연화봉 가는 길
천문대 1.2km 남았다는 이정목을 만나고
낡은 천문대도 그림이 되어 다가온다
돌아보아도 산호초
앞을 보아도 산호초
봄산을 꽃산으로 만들던 그 철쭉들이 이제 겨울 만나 산호초로 변신했구나
자연관찰로를 따라갔더니 꿈길이 되어버렸다
연화봉 전망대
희방사 이정표에도 더덕더덕 겨울 묻었다
연화봉
오늘 동화같은 순백의 세상을 함께 못한 이들에게
겨울 소백을 전하고 싶어 연화봉 우체통을 마주한다
겨울
어디를 가나 날씨가 한 몫 거들면 눈꽃 세상에 묻히기는 쉽지만
산호초 가득한 저 바다 만날 수 있는 곳은 오직 소백이라
산호초의 몸짓을 만나려면 소백으로 들어오시라
단
광란의 바람에 맞서 무너지지 않을만큼의 채비를 잊지 마시라
그리고
이 우체통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줄의 마음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랑도 품고 오시라
추워도 서럽지 않는 소백에 들어가시라
제1연화봉을 돌아본다
희방사 가는 길에 돌아보는 천문대
연화봉
희방깔닥재
소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천연덕스런 하늘엔 구름도 잠잠하건만
희방사
희방폭포
희방폭포 주변은 계단과 난간 정비하느라 바쁜 손길들이 있다
행여 방해될세라 미안한 걸음으로 나온다
백미러에 비치는 길과 길곁에 치운 눈이 그림이더니
실제 보는 것과 다르지만
오늘 걸음은 그렇게
바람에 떠밀렸지만
순백의 세상에 흐트러진 내 마음 흘려 놓아서
행여 맑은 소백이 탁해질까 미안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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