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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영웅 전갈

 영웅 - 전갈 !

 

고대 중국인들은 뱀을 선과 악 모두의 화신으로 여긴데 반해, 전갈은 온전히 사악함만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다. 페르시아인들은 전갈이 악마의 부하이며, 우주를 비옥하게 해주는 피를 가진 신성한 황소의 고환을 공격하여 모든 생명을 파괴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리스인들은 전갈이 힘센 거인이자 유명한 사냥꾼인 오리온을 죽였다는 전설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역사적으로 거의 모든 문화권을 통틀어 전갈은 고약한 평판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 전갈은 그런 악명을 얻을 만한 동물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악한 것이라도 자신만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전갈의 특이한 삶, 폭력적인 밤나들이. 야수 같은 사랑행위를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치는 우수한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자연의 기관총에 용감히 맞서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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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r.blog.yahoo.com/mossben2002/1195.html?p=1&pm=l&tc=4&tt=1243500679

 

전갈은 야행성 동물로서 거미류에 속하는데, 그 먼 친척뻘인 다른 곤충들에 가려 오랫동안빛을 보지 못하다가 요즘에야 과학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전갈은 충분히 주목 받을만한 동물로서, 누군가가 무척추동물의 기네스북을 엮어낸다면 다양한 분야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갈은 거미류 중에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살고, 가장 비열한 동물이면서 또한 가장 예민하고, 모성애는 지극하지만 부성애는 거의 없으며, 가장 느리면서도 재빠르고, 가장 총명한 동물이다. 게다가 전갈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육상동물일 것이다전갈의 짝짓기 방식에 대해 새로이 밝혀진 연구결과를 보면, 세상에 전갈만큼 삭막한 정사를 나누는 동물은 없을 것이다. 짝짓기를 할 때 암컷과 수컷은 서로의 앞다리를 붙들고 입을 꽉 맞문 채 꼬리를 앞으로 내밀고,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길고도 격렬한 왈츠를 춘다.  그러는 동안 수컷은 계속 암컷을 찌르고, 암컷은 끌려 다니는 것이 화가 난다는 듯 거칠게 몸부림친다. 교미가 끝나고 나면 대체로 수컷보다 몸집이 많이 나가는 암컷이 수컷을 먹어치움으로써 그 동안 시달린 것에 대해 앙갚음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암컷이 그렇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춤을 그렇게 오래 추게된 것은 부분적으로 암컷이 정자를 받아들이기 전에 수컷의 힘과 몸무게와 유전학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많은 자연과학자들이 전갈에 매료되었었다. 하지만 1970년대 휴대용 자외선 전등이 나타난 뒤에야, 이 조그만 어둠의 왕자한테서 중요한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전갈이 가진 또 다른 한가지 특성은 자외선을 받으면 마치 현란한 광고판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는 것이다. 전갈의 외골격은 손톱처럼 딱딱하지만, 손톱과는 다른 종류의 표피단백질인 키틴질로 이루어져 있다. 키틴질은 달빛 등의 여러 광원에서 나오는 자외선 광선을 찬란하게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새까만 전갈도 자외선에 비추면 초록이나 분홍빛의 형광 빛 색조를 띄는 것이다.  3백만 년 전의 전갈 화석도 자외선 빛을 받으면 눈부시게 반짝인다. 그 현란한 빛은 자외선 빛에 이끌리는 곤충을 꾀이기 위해 진화된 것이거나, 키틴질의 화학적 성질 때문에 우연히 생겨난 부산물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던 간에 전갈이 발산하는 독특한 빛은 7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보인다. 덕분에 밤이면 전갈이 먹이를 잡아먹고, 짝짓기를 하고, 싸우고, 독침을 휘두르거나, 그저 탁 트인 공기 속에서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신진대사율과 산소 소비량 따위를 측정하기 위해 전갈을 찾아내 전갈을 붙잡은 뒤 표시를 하고 풀어주었다가 다시 잡을 수도 있다


이런 연구 조사를 통해서 거미학자들은 전갈이 4백만 년 전 실루리아기()에 처음 등장한 이후로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실루리아기 당시 전갈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간 비약적인 변화의 선구자였다. 일단 육지에 발을 디딘 전갈은 넓은 지역으로 흩어졌다. 일반적으로 사막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 보고 된 1 5백 종의 전갈은 열대 우림에서 사바나, 초원,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파고 들어 자신들의 서식지로 삼는다.  5킬로미터 지하의 동굴에서 사는 전갈도 있고, 파인애플의 갈라진 껍질 속에 숨어사는 아주 조그만 전갈도 있다. 해발 42백 미터에 달하는 히말라야 산맥의 산등성이에 사는 튼튼한 전갈들도 있는데, 그곳에는 천여 종의 전갈이 독침이 달린 꼬리를 쳐들고서 운 나쁘게 자신들을 발견할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갈은 자신에게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 동물들에게 독침을 쏘아 물리칠 수 있지만, 올빼미, 박쥐, 뱀을 비롯한 동물들은 통통하게 살찐 전갈이라는 푸짐한 식사를 위해 독쯤은 견뎌낸다. 잡혀 먹히지 않을 경우 전갈은 15년에서 25년 또는 그 이상까지도 살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 어떤 거미류나 곤충보다도 수명이 긴 셈인데, 전갈이 그렇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인색한 신진대사율 덕분이다. 전갈의 신진대사율은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낮아, 무의 뿌리가 자라는 정도와 같다.  물질대사가 느린 동물은 대부분의 작은 동물이 그렇듯이 에너지를 빨리 연소시키는 동물에 비해 훨씬 오래 산다. 전갈은 물질대사가 느린 덕분에 물과 먹이가 없고 추위와 더위를 견뎌야 하는 가혹하기 그지없는 생존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일년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며, 전갈의 매끄러운 외피는 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데 배설할 때에도 물은 보존하고 오물 가루만 배출한다전갈은 모든 생명 활동이 느려서 성숙하기까지 7년 가까이 걸리고, 새끼를 임신하는 기간은 일년 반에 달한다. 임신기간이 그렇게 긴 동물은 코끼리뿐이다. 어미 전갈은 심지어 포유류의 태반과 비슷한 기관도 가지고 있다. 무척추동물 가운데 몸 속의 새끼에게 영양을 공급해 주는 기관을 가진 동물은 전갈뿐이다. 새끼들은 태어나자마자 활동할 수 있지만, 발생이 완성된 것은 아니어서 곧장 어미의 등에 올라탄 채 2~6주 더 성장한다.

  

 

전갈 연구가들은 전갈이 극도로 민감하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다른 거미류나 곤충들은 신경세포가 몸 전체에 흩어져 있는데 반해 전갈은 머리에 뉴런이 집중되어 있어서 뇌에 상응하는 정보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별빛을 등대 삼아 길을 가는만큼 <걸어다니는 지진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다. 여덟 개 다리에는 좁다란 홈 모양의 기관이 달려있는데, 그것은 1미터 정도 떨어진 모래밭에서 곤충이 걸을 때 생기는 표면 진동도 감지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갈은 날아다니는 곤충도 잠아 먹을 수 있다. 사냥감이 다가오면 전갈은 집게 앞발을 허공에 쳐들어 조그만 발톱에 달린 예민한 털이 떨리는데 그 진동의 속도와 방향을 근거로 언제 곤충을 나꿔채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전갈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짝짓기를 하거나 도망치기 위해서도 예민한 감각에 의존한다. 최근에 전갈 수컷을 연구한 결과 전갈의 감각기관은 가슴 한복판에서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두 줄기의 팩텐(pectin)이라는 기관인데, 암컷이 남긴 소량의 유혹성 페르몬도 감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펙텐은 수컷이 정자무더기를 낳아 놓을만한 막대기를 찾을 때 도움이 된다.  수컷은 짝짓기하는데 버팀목 구실을 하는 그 막대기에 정자를 방출하고는, 암컷을 그 막대기 꼭대기에 올려 놓는다. 그러면 암컷은 자신의 팩텐사이에 있는 외음부를 열어서 정자덩어리를 빨아 들인다. 교미를 마친 암컷이 절정후의 후식으로 수컷을 잡아 먹으려 하면 수컷의 펙텐이 그 순간을 감지하여 화학신호를 보낸다, 그 즉시 수컷은 암컷한테서 떨어져나와 도망치지만, 10~20%에 이르는 수컷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암컷에게 잡아 먹힌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갈은 서로에게 적대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래서 전갈 전문가들 중에는 동족을 잡아먹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집단을 이루어 사이좋게 살아가는 몇몇 덩치 큰 전갈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협력적인 성격이 강한 그런 전갈한테는 동족을 공격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일러주는 일종의 군체 페르몬이 있는지도 모른다그렇게 적대감을 진정시키는 화학물질이 있다면 그것을 연구해보는 것도 유용한 일일 것이다.  협동성을 북돋아주는 페르몬이 있으리라는 것은 아주 근사한 착상이지만, 설령 과학자들이 그런 물질을 찾아내더라도 밤의 잔혹한 싸움꾼이자 동족을 죽이는 무자비한 사냥꾼, 색광이자 악마의 시녀라는 전갈의 명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출처[발췌] 참고자료

 

The Beauty of the Beastly -  Natalie Angier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 - 햇살과 나무꾼 역 / 해나무

 

Scorpion detection using UV LEDs

http://johnbokma.com/pet/scorpion/detection-using-uv-leds.html

 

Wildlife Photography - Scorpions under UV-light

http://www.wildlifephotography.nl/content/view/152/223/

 

Scorpion Facts

http://www.wrbu.org/scorpions/sc_sex.html

 

Scorpion Anatomy

http://www.geocities.com/CapeCanaveral/Hangar/2437/scorpionanatomy.html

 

Scorpions in Phoenix

http://phoenix.about.com/cs/desert/a/scorpions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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