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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마음운전 잘 하시나요?

 

 

 중앙일보 2009.6.5    박성호 기자 현문우답

 

 

#풍경1 : A는 자동차입니다. 날 때부터 자동차였죠. 그래서 늘 운전법을 익혔죠. 집에서든, 학교서든 말이죠.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를 밟고, 전조등을 켜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야 자동차의 인생이 굴러가니까요. A는 그렇게 자신을 굴리며 조금 더 행복한 길, 조금 더 풍족한 길, 조금 더 탄탄한 길을 찾아서 끊임없이 핸들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배운 대로 기어를 넣고, 경적을 울리고, 브레이크를 밟아도 수시로 사고가 났거든요. 과속을 하다가 앞차를 들이받고, 모퉁이를 돌다가 옆차를 긁고, 도로 한가운데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기도 했죠. 이유도 모른 채 차가 멈추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동차의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됐죠. 그래도 A는 자신을 위로합니다. “주위를 둘러봐. 이 세상에 긁힌 자국도 없이, 상처도 없이, 고통도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가 어딨겠어?”

묘한 일은 이뿐만 아닙니다. 어떤 때는 분명 고속도로로 갔는데 정작 자신은 덜컹대며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있었죠. 또 어떤 때는 부산을 향해 달렸는데 도착해보니 목포였습니다. A는 이렇게 읊조리죠. “인생이란 게 그렇지. 불가사의한 거잖아. 이렇게 달리다가 결국 모든 자동차가 폐차장으로 가는 거 아니겠어?”

#풍경2 : A의 친구 B도 자동차입니다. 마찬가지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됐죠. 그런데 B는 자신에게 물었어요. “뭔가, 이상해. 왜 나는 항상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달려야 하는 걸까? 좌회전을 하고 싶은데 왜 차는 항상 오른쪽으로 도는 걸까?”

그래서 B는 찾기 시작했죠. ‘새로운 운전법’을 말입니다. 높은 산과 험한 광야를 다 뒤졌죠. 결국 두툼한 책을 한 권 찾았어요. 제목은 『모토경(Motor經)』. 아주 먼 옛날 ‘깨친 카’라는 이름의 자동차가 남긴 ‘운전 설명서’입니다.

책을 펼친 B는 깜짝 놀랐죠. 책에는 “모든 자동차는 날 수가 있다”고 적혀 있었거든요. 뿐만 아닙니다. 세상 모든 자동차의 기어는 4단까지죠. 그런데 이 책에는 5단, 6단, 7단, 8단의 사용법도 기록돼 있었죠. 그리고 “당신이 원하면 무한대로 기어를 올렸다가, 무한대로 기어를 내릴 수 있다. 그런 끝도 없는 에너지가 당신 안에 있다”고 덧붙였죠. B는 믿기지가 않았어요. “아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싶었죠.

B는 책을 한 장씩 넘겼어요. 그런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이 터졌죠. 지금껏 ‘내가 알던 나’가 무너져 내렸거든요. ‘깨친 카’의 한 마디, 한 마디에 B자동차의 생각, B자동차의 주관, B자동차의 상식, B자동차의 시선이 하나씩 무너졌죠. 결국 최고 속도, 최고 파워, 최대 주행거리 등 B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았죠.

그리고선 책을 따라 시동을 걸었죠. “부~르~릉!”하는 굉음이 들렸죠. 지금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힘과 진동이었죠. “도대체 이게 뭐지?” B는 조심스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죠. 그랬더니 자동차는 “쉬~이~익!”하며 바람처럼 날아갔죠. 또 멈출 때는 솜털보다 부드럽게 섰죠. 그제야 다른 자동차와 부딪칠 일도 없어졌습니다. 순간 B는 깨달았죠. “그동안 ‘나’를 몰랐구나. 나 스스로 나의 울타리(한계)를 쳐놓고 있었구나. 내 안에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는데, 지금껏 엉뚱한 ‘운전법’으로 달리고 있었구나. 마치 조종사가 커다란 비행기를 타고서도 자동차 핸들만 돌렸던 셈이구나.”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에겐 ‘마음’이 있죠. 작동도 하죠. 마음의 시동도 걸고, 마음의 핸들도 돌리고, 마음의 경적도 울리죠. 그런데 수시로 사고가 납니다. 아내와 남편, 아들과 딸, 친구와 직장동료 등 주위에 있는 차들과 시도 때도 없이 부딪히죠. 왜 그럴까요? 우주를 채우는 마음을 갖고도 나만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우주선을 타고서도 자전거 페달만 밟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하는 겁니다. 무한한 가능성, 한없는 에너지인 ‘마음’을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죠. 역사 속에 남아 있는 ‘깨친 카’들은 그렇게 마음을 운행했던 이들이죠. 그들이 남긴 마음에 대한 사용설명서가 바로 ‘경전(經典)’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물어야죠. 나는 지금 어떤 핸들을 잡고 있나?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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