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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카우보이의 퇴장과 쇠락

며칠 전 한국 신문에 실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진은 충격적이다. 그의 나이 올해 67세. 그 정도면 남한에선 노인 축에 끼지도 못한다. 남한의 젊은 노인은 주체할 수 없는 기력으로 골프장, 백두대간, 천안행 전철, 구청 사교모임을 누빈다. 68세인 남한 대통령은 건넌방처럼 외국을 다닌다. 지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병든 지도자는 쇠약한 80대 같다. 그의 탈색된 얼굴에서 북한의 검은 그림자를 본다. 지도자의 유고(有故)에 아무런 대비가 없는 사회에서 지도자의 종말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있는 건 아닐까. 그의 사진을 보면서 자동차 사이드 미러(side mirror)의 문구가 떠올랐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한반도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도자 3인은 남·북한의 최고권력자와 미국 대통령일 것이다. 김정일의 파트너는 그동안 여러 명이었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죽으면서 김정일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됐다. 그보다 1년 반 먼저 남한에선 김영삼(YS), 미국에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됐다. 독재자 김정일은 계속 권좌에 있었고 민주국가의 파트너는 바뀌었다. YS 다음엔 김대중(DJ)과 노무현이 권력을 이어갔다. 클린턴 8년 뒤엔 부시 8년이 이어졌다. 김정일은 미국인 2명, 남한인 3명을 댄스 파트너 또는 결투의 상대자로 삼았던 셈이다.

김정일의 파워는 못된 짓으로 마을의 이목을 끄는 ‘악동 파워(rogue power)’다. 그 악동 파워를 가장 크게 키워 준 이는 부시였다.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부시는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3대 ‘악의 축’ 국가로 꼽았다. 북한은 정상적인 GNP(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로는 잊혀진 나라다. 그런데 필자가 고안한 ‘변형 GNP(국제악명도·Global Notoriety Product)’에선 3대 국가로 올라선 것이다. 7년이 지난 지금은 이 분야 1위일 것이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은 크루즈 미사일에 무너졌고, 이란은 적잖이 성질을 누그러뜨렸다. 김정일만이 가열차게 반미(反美)의 창끝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정권만이 핵을 가지고 있다. 북한을 아홉 번째 핵 보유국으로 만들어 준 건 부시였다.

핵에 목숨을 걸었다면 김정일 인생의 클라이맥스는 핵실험에 성공한 2006년 10월일 것이다. 당시 남한 대통령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에 따르면 북한의 핵은 미국으로부터 정권을 지키려는 자위용이었다. 그리고 같은 민족인 남한에겐 별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노무현은 집권 내내 김정일을 이해하려 하면서 우호적으로 행동한 파트너였다.

청바지를 입고 광야를 내달리는 카우보이처럼, 부시·노무현·김정일은 각자 자신의 독트린(doctrine)을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2000년대 운명적인 시기에 카우보이 3인은 한반도라는 광야를 내달렸다. 부시와 김정일은 말 위에서 서로에게 장총을 겨누었고 부시와 노무현은 말에서 내려 샅바 싸움을 벌였다. 노무현과 김정일은 별이 쏟아지는 초원의 텐트에서 커피를 나눠 마셨다.

그런데 그 시끄럽던 카우보이들이 사라지거나 흔들리고 있다. 부시는 텍사스 시골목장으로 갔고 노무현은 험준한 바위를 거쳐 영원히 땅속으로 들어갔다. 사람은 자신을 이해해주거나 아니면 자신을 화나게 하는 이가 곁에 있어야 기력을 유지하는 것인가. 마치 운명이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카우보이 2인이 사라지자 마지막 카우보이도 급격히 쇠잔해지고 있다. 하도 기운이 없어 말에서 떨어질 것만 같다. 카우보이들이 아무런 대책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있어 광야의 평화가 위험하다. 26세 김정운은 말 타는 법이라도 아는지 걱정된다. 아버지는 사라지고 아들은 어린데 대규모 총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목장은 어찌되는가. 이명박과 오바마는 서둘러 보안관 배지를 달아야 한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베이징 의료 소식통 “5년은 못 넘길 듯”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 외에 췌장암에도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13일 중국과 한국의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렸으며 생명이 위독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췌장암에 걸린 것으로 진단된 시기는 지난해 뇌졸중 판명 때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의료 소식통은 췌장암이 주로 말기 때 발견되는 데다 김 위원장이 노령인 점을 감안할 때 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YTN은 전했다.

지난 9일 워싱턴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건강 악화로 1년쯤 뒤면 매우 위태로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CIA도 김 위원장이 5년은 못 넘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8일 오전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조선중앙TV가 녹화중계한 화면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고개 숙여 묵념을 하거나 앉아서 자료를 읽을 때 머리숱이 많이 빠져 있고, 무표정한 얼굴에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 입 모양이 약간 비뚤어져 있었다. 대회장에 입장할 때는 다소 절룩거리는 듯한 모양으로 걷는 등 지난 4월 김일성 생일 행사 때보다 더 수척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왼쪽 입술이 밑으로 처진 것은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 증상일 수 있지만, 화면만으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신경과 민양기 교수는 “장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면 뇌경색 후유증은 일단 회복된 것으로 봐야 하지만 체중이 주는 등의 외모 변화는 당뇨병과 같은 다른 건강상의 이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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