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앙일보 5월 4일자 김환영의 시시각각
최근 21세기가 ‘한·중·일 시대’ ‘아시아 세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번 달 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세 나라가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연합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세기는 영국의 세기,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다. 19, 20세기는 영어의 세기이기도 했다. 현재 4억 명이 모국어로 쓰는 영어는 국제언어 위상을 확보하고 영국과 미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데 일조했다. 영어는 인적 자본의 중요 요소로까지 인정되고 있다. 영어와 국가경쟁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어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국제무역 확대를 뒷받침하는 중대 변수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경제 성장도 빠르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억 명(영국문화원 추산)에서 20억 명(포브스지 추산)이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다.
앞으로 세계의 주도국이 바뀌어도 세계 언어 질서 속 영어의 패권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근거가 있다. 우선 미국은 ‘한·중·일 시대’에도 주도적 국가 중 하나라는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자마자 인도에 추월 당한다’는 주장이 현실화한다면 인도의 공용어인 영어는 더욱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벌써 영어 구사 능력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 강국’이 되는 게 IT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강국이 되는 조건이라고 인식하는 중국은 영어에서 인도를 앞서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부자 망해도 삼 년을 간다’는 말은 언어의 위상에도 통한다. 프랑스어는 아직도 미국 상류사회가 사랑하는 외국어다.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워 구사하는 유럽인이 1억4560만 명이나 된다. 영어는 굳이 말할 것도 없다.
한·중·일 시대에 한국이 중국·일본과 각 분야에서 동등하게 거래하려면 영어를 의사소통의 중립적 매개체로
중·일 시대’를 이끌려면 중국·일본에 비해 영어 능력이 앞서야 함은 물론 전 세계를 상대로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국가 간 영어 능력을 비교할 방법은 많겠지만 일단 TOEIC·TOEFL 등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보자.
좋은 소식은, 최소한 일본보다는 영어 경쟁력이 앞선다는 것이다. 평균 TOEIC 점수 상으로 한국은 2001년부터 일본을 앞섰다. 2008년 TOEIC 정기 시험의 경우 한국 수험자의 평균 성적은 610점으로 일본의 580점보다 30점 앞섰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다이아몬드’의 2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삼성이 소니를 제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TOEIC 점수다. 과장으로 승진하려면 삼성전자는 TOEIC 점수 920점, 소니는 650점 이상을 요구한다. 영어에 대한 인식 차이가 오늘의 소니와 삼성전자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20점 만점인 TOEFL 평균 점수에서도 2009년의 경우 한국(81점)은 일본(67점)을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의 영어 능력이 한국·중국에 심각하게 밀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TOEIC과 TOEFL 평균 점수를 근거로 한 한국과 중국의 영어 경쟁력 비교는 결과가 엇갈린다. 중국에서 2009년 TOEIC 정기 시험 수험자의 평균 점수는 727점으로 2008년 610점이었던 우리보다 앞서 있다. 평균 TOEFL 점수(2009년)는 우리가 앞선다. 우리가 81점, 중국은 76점이다.
최소한 영어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앞으로는 동아시아가 아니라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영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매년 지출하는 영어 사교육비 15조원은 아까울 것도, 억울할 것도 없는 현명한 투자라고 보아야 한다.
김환영 중앙SUNDAY 지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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