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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제주도 3일차 - 한라산

 

 

영실 -돈네코 : 6시간 30분  7/4일    흐리고 안개 그리고 맑음

동행 : 부지부장

 

 

 

 

 

 

 

 

 

 

 

 

 

 

 

 

 

 

 

남들이 잠든 새벽에 새벽 안개를 헤치고 한라산에 오른다.

차가운 안개의 입자가 목에 감기고 시원한 새벽 공기가 수림의 청명한 향기를

코 안으로 불어 넣는다.

내 살아가면서 추는 신명나는 춤

오늘은 한라산에서  부드럽고 감미로운 왈츠를 춘다.

새벽 바람은 서늘하게 목을 휘감고

영실 오르는 길에 살아가는 날의 진한 기쁨이 허공에 날린다..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는 산 안개 아래 일렁이는 진초록의 수림을 바다

한라는 몽환의 산안개와 무음의  장중한 교향곡에 둘러 쌓여 있다.  

오름 길 중턱에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것 만으로 내 가슴은

부풀어 오르고 내 영혼은 자유로운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관조한다.

 

몇몇 산에서 만난 산님들과 살가운 대화를 나누고

멋진 한라 신령님이 퍼포먼스에 혼을 내어 놓다가   

급기야 마음은 하늘로 둥둥 떠서 제주 산간을 유영한다.

발아래 흩어지는 운무와 바람이 열어주는 신비한 세상에 눈이 시리다.

 

발길이 밀린다.

내 발길을 잡는 건 한라의 힘겨움이 아니라 바람이다.

바람에 춤추는 산 안개.

무언가 장중한 것을 내 보이지 않으려는 듯한 한라의 엄숙한 표정에

그 감추어진 신비를 염탐하려 발 길을 늦추다 보니 일행들과 떨어진다.

1000고지 능선 새벽 산길

간 밤에 조용히 내려 온 별의 눈물을 가리려 애쓰는 안개의 황홀한 군무를 본 적이 있는가?

그 길을 걸어가면서 떠 오르는 어떤 상념과 생각을 만나 본적이 있는가?

찬 물을 한 바가지 엎어 쓴 듯  날카로운 깨달음이 가슴과 정수리에 전률을 일으키던 순간 

생각날 듯 사라져간 인생의 진리와 세상의 이치들이 번쩍이는 불빛처럼 머릿속을 환하게

밝혀주던 바로 그 순간

 

메마른 가슴을  한라의 이슬과 산안개가 촉촉히 적신다.

마치 꿈처럼 몽롱하다.

오늘 내가 이 길을 걸어가고 있음이.....

아무도 없는 광활한 한라의 품에 혼자 안겨 있음이 ....

 

 

 

 

 

 

 

 

 

 

 

 

 

 

 

 

 

 

길가의 풀 잎에는 간 밤에 내린 이슬이 촉촉하고

막힘없는 곳에서 맑은 공기에 실려오는 수림의 향기는 감미롭다. 

 

안개 속으로 멀리 굽이 치는 고산 평원을 가로 질러 멀리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나무 길

부끄러워 아직 맨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라의 수줍은 모습을 바라보며

혼자 그 길을 걸었다.

왜 멀리 떠나야 하는 지

머릿속에 소용돌이 치는 아름다움에 대한 어떤 관념들은 어느 때 내게 소리치는 지

 

나의 정신을 뒤흔드는 어떤 것들이 버릇처럼 나를 혼자 있게 만든다.

묵상하는 한라의 침묵 속에

살아 있음의 축복과 기쁨이 충만한 그 길을 걸었다.

 

 

 

 

 

 

노루샘에서 마신 건 물이 아니다.

별의 눈물, 그리고 드맑은 한라의 안개와 이슬.

아침의 청량함과 한라의 푸른 서슬이 가슴을 깊게 찌르며 내려간다.

 

 

 

 

 

동행- 부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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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세오름 산장

우리둘과 나에게 과일을 권하던 부부산님 말고 이 산장에는 까마귀 밖에 없다.

 

 

 

 

 

노루는 슬며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돈네코 하산 길에 거짓말처럼 태양이 떠오르고 안개가 홀연히 걷힌다.

이 드넓은 평원에는 우리 두 사람 뿐이다.

황홀하다.

대자연의 경이로움

그리고 변화무쌍한 한라의 아름다움 속을 호젓하게 거닐 수 있는 이 시간이...... 

 

 

 

 

 

 

 

한 참을 망설였다.

남벽을 걸어 백록담 까지 한 달음에 가고 싶어서...

참았다.... 그 길은 금지 구역이다.

더 나은 날을 위해 남겨두고 걸어 내리는 길에  아쉬움이 진한 안개처럼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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