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0.08.27 특별기고
공무원 교육을 할 때마다 “대한민국을 누가 건국했는지 아느냐”고 물어본다. 예를 들어 ①단군 ②이성계 ③이승만. 이렇게 얘기해도 ‘이승만’이라는 정답을 대는 사람은 100명에 5명 정도다. 이성계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2명, 단군도 5명쯤 된다. 대다수는 침묵이다. 반면 “북한을 누가 건국했느냐”고 물으면 ‘김일성’이라는 사람이 20% 이상이다. “왜 이렇게 대한민국 역사를 모르느냐”고 물으면, “해방 이후 역사는 시험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최근 “광화문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세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인가”라고 했더니 ‘편협한 역사인식’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대한민국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다. 해방 후 62년 만에 가혹한 식민지와 분단, 전쟁의 고통을 딛고 기적의 역사를 이뤘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세계 최강의 철강·조선·반도체 국가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김연아·박태환 같은 선수들은 연이어 세계 정상에 오른다. 조선·고려왕조는 물론 고구려나 발해·신라·백제도 대한민국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국가다. 자유도 민주주의도 없는 세습왕조에 국민은 굶주리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실험한 사회주의는 모두 망했다.
광복과 함께 이렇게 위대한 대한민국의 건국도 기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상징거리인 광화문에 초등학교마다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또 하나 더 세워야 하나. 광화문에 세워야 할 동상은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도 돌아가신 뒤 세워 드리면 된다.
문제는 “이승만이 없었다면 분단되지 않았고, 참혹한 6·25전쟁도 없고,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자주 국가가 될 수 있었다”고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이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공산 침략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일찍이 구한말, 조선왕조 시절 국민 주권국가를 건설하려다 사형선고를 받고 6년을 복역했다. 전쟁 중임에도 평화선을 선포해 독도를 지켰다. 민주주의 경험도 없고, 교과서 한 권 없는 상황에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운 이 대통령의 선택은 탁월했다. 물론 잘못한 것도 많다. 4·19 때 시위대에 발포해서 무고한 시민과 학생 187명이 죽었다. 하지만 29세의 청년 이승만이 쓴 ‘독립정신’에서 자유의 소중함을 강조한 대목을 보면 100년 앞을 내다본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
“모든 사람들이 힘껏 일하고 공부하여 성공할 수 있도록 자유의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나라에 활력이 생겨 몇십 년 뒤에는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하겠다고 나섰을 때 거의 모든 지식인·정치인이 반대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철강산업을 일으킨다고 하니까 내가 다니던 서울대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대한민국에는 기술과 자본·시장도 없는데 자동차·철강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며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해냈다. 경제학자들이 안 된다고 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서 해냈다. 오늘날 경기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자동차 관련 산업인데 그때 반대했던 내 생각이 부끄럽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 거대한 대륙,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연평균 9.6%라는 놀라운 경제성장률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 통일국가로 만들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러나 당장 10년 뒤, 20년 뒤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뚜렷한 목표나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비롯한 각 분야의 리더십은 혼미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이룩한 성공의 역사부터 알아야 한다. 모두가 기적이라며 배우러 오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공 역사부터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어떻게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겠는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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