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국 끓는 아침 - 이영식 (1956 ~ )
생목이 올라 눈뜬 아침, 아내는
북어를 패고 있다
우리집 세간에도 패고 두드려
방짜로 풀어놓을 무엇이 남아 있던지
빨랫돌 위에 난장을 치고 있다
베링해에서 겨울산정까지
가시뼈 움켜쥐고 얼리고 말리던
난바다 한 덩이,
살점 튀도록 곤장치레 당한 뒤에야
황금빛 속내를 풀어놓는다
일찌거니
명란, 창란젓으로 장기(臟器) 내어준 보시덩어리
냄비 속 대파 몇 뿌리와 한 통속으로 끓는다
기다리면, 내게도 올 것이 있다는
국 한 그릇의 희망이 뜨는 아침
어둠 벗은 길들이 환하게 일어선다
어제 저녁에 마신 술 아직 깨지 않으셨다고요? 이제 좀 정신이 드는 것 같으시다고요? 오늘 아침엔 북어국 잡수셨다고요? 그런데 오늘 아침엔 거기 대접 속의 북어 토막, 대파부스러기, 그런 것들이 좀 이상하게 보이셨다고요? 마치 국물 속에서 몸을 떨고 있는 것처럼?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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