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 끝에서
다시 비가 내린다 합니다.
그냥 차창 밖으로라도 물드는 가을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벌써 11월
가을도 비를 피해가면 좋으련만
오늘도 떠나지 못하면
가을은 빗 속으로 홀로 떠나가겠지요
몇 번을 만나고도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은 사랑처럼
가을은 늘 아쉬움 입니다.
어제 비가 온다 해서 산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비를 핑계로 모처럼 가까운 산을 가자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모처럼 게으른 하루를 보냈습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바라 본 하늘엔 여름처럼 태양이 이글거리고
이죽거리는 친구들의 멜을 받았습니다.
“간 때문이야 ~~ 너 때문이야~~”
모악으로
예정된 길을 떠났습니다.
비가와도 상관없는 가을 여행길에는
그래도 스무명이 넘는 동행이 함께했습니다.
비가 오는 산이라도
떠날 수 있는 건강과 자유에 감사합니다.
더불어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고
가슴을 흔들어 주는 아름다운 가을이 있어 더 바랄게 없습니다.
가을 속으로 떠난 여름산행이었습니다.
갤 것 같은 날씨는 잔뜩 흐린 채 비를 뿌리지 않았고
우린 한 여름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모악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아뿔사 ! 정상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징어를 잘 먹는 고양이가 사는 정상에서
자욱한 안개와 수 많은 사람 그리고 가끔 부는 바람을 만나고
우린 너무 이른 시간에 도시락만 까먹었습니다.
자욱한 안개와 떨어진 낙엽으로 축축히 젖은 산길을 내려오는 길에
개울에서 머리를 감고 등멱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금산사 경내에 들러 국보와 보물들을 둘러 보았습니다.
계곡과 금산사 경내에는 가을이 한창이었습니다.
짧은 가을여정 이었지만
그래도 떠나길 잘했습니다.
현란한 빛깔의 가을 숲 길을 걸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에 푹 빠져 보았습니다.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며 허둥대던 시간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주에 들러 찌그러진 주전자와 찌그러진 양푼에 담긴 막걸리를 나누며 우리들의 빛 바랜
추억을 들추고 잠시 술과 더불어 사는 정에 취해 보았습니다.
2011년 11월 6일 모악 여행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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