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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이슈(펌)

적우

[나는 가수다]에 '깜짝등장' 하며 2등을 기록한 적우가 화제다.


[나가수]가 발굴한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그녀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무명생활을 견뎠다고 해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그런데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나가수]에서 그녀가 말한 것과 지금껏 그녀가 걸어온 행적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가수다]에서 적우는 가난 때문에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고, 14년간의 무명생활을 견디며 힘들게 살아온 가수로 그려졌다. 그녀 스스로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아마 [나는 가수다]를 시청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적우를 지금껏 대단히 열악하고 힘든 환경을 견뎌낸 불굴의 의지를 지닌 가수로 받아들였을터다.


허나 그녀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말한 것과 현격하게 다른 차이점이 느껴진다. 수많은 의혹들과 논란거리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세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번째. 그녀는 [나는 가수다] 출연이 결정된 직후 인터뷰에서 "룸싸롱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맞지만, 룸싸롱 마담이라는 것은 다 거짓 루머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2004년 6월 9일 <스포츠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적우는 스스로 "나는 유명 룸싸롱 마담출신 가수다"라고 고백했다. 결국 룸싸롱 마담 출신이란 말은 루머가 아니라 그녀가 직접 고백한 진실인 셈이다.


<스포츠 투데이> 인터뷰 기사에서 그녀가 한 말들을 살펴보자.
 

"가수 데뷔 전 서울 유명 룸싸롱에서 마담으로 일했다."
"룸싸롱 마담으로 일하기 전까지는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
"내가 운영한 룸싸롱에는 각계 유명인사들이 자주 방문했다"
"룸싸롱 마담 출신이라는 이력이 자랑스럽지도 않지만 부끄럽지도 않다"
"마담 출신인 사실을 끝까지 숨길까 고민도 했다"



하나같이 [나는 가수다] 출연 직후 이야기한 사실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다. 만약 최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8년전 <스포츠 투데이>와 가졌던 인터뷰는 모조리 거짓말이 되는건데, 이런 거짓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의문점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룸싸롱 마담 출신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해놓고 이제와서 이런 '말바꾸기'를 시도하는 건 너무 궁색한 일이다.


털고 갈 것은 확실히 털고 가는 것이 좋다.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음악성에 자신이 있고,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면 그까짓 출신성분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괜한 말바꾸기와 거짓말, 졸렬한 변명은 오히려 괜한 오해와 의혹만을 더 커지게 할 뿐이다. 이는 [나는 가수다]와 같은 대형 메이저 방송에 나오는 출연자로서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이다.


두번째. [나는 가수다]에서의 인터뷰에서 적우는 14년 무명생활동안 먹고 사는 것도 힘들었던 가난한 가수로 그려졌다. 가라오케든, 룸싸롱이든 어찌됐든 유흥업소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로 경제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의문점이 남는다. 2001년 <스포츠조선>에서 그녀가 직접 쓴 '적우의 레드 다이어리'라는 기사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2001년, 나는 마침내 내 꿈의 일부를 이뤘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돈과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서울 압구정동에 5인조 밴드가 서는 라이브 바를 연 것이다.


얼핏봐도 이상하다. 돈이 없어서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사람이 2001년에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털어 라이브 바를 열었단다. 그것도 다름아닌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압구정'이다. 생계를 꾸리기도 힘들 정도로 고생한 사람이 어떻게 고급 라이브 바, 그것도 압구정에 가게를 낼 수 있었을까. 2001년이면 무려 11년 전이다. 마흔 살이라는 그녀의 나이를 따져볼 때 무려 29살의 어린 나이에 압구정 라이브 카페의 소유주가 된 것이다. 서민으로선 꿈도 꿀 수 없는 대단한 성공이다.


게다가 적우가 운영한 라이브 바는 그저 그런 '평범한' 라이브 바도 아니었다. 압구정 소재의 가게인만큼 대단히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녀가 과거 자신의 라이브 바를 소개하면서 쓴 글을 통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손님중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많았다. 원래 5인조 밴드는 내가 노래하기 위한 시설이었는데, 손님들은 저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려고 아우성이었다. 가수가 아닌 손님 중에서 최고의 실력파는 '터프가이' 최민수. 노래 솜씨도 솜씨지만, 고 김현식의 노래를 부를 때면 무대에서 뿜어나오는 카리스마가 압권이라 가수로 나섰어도 대성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와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은 최민식. 당시 최민식이 통기타를 연주하며 김광석의 '거리에서' 등을 부르면 시끌벅적하던 홀 안이 물을 끼얹은 듯 잠잠해지면서 다들 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노래보다는 드럼치기를 즐겼던 정준호도 기억에 남는다.


최민수, 최민식, 정준호 등 당대의 배우들이 즐겨 찾는 라이브 바, 게다가 워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손님들이 저마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려고 아우성인 라이브 바라면 분명 그저 그런 수준의 라이브 바는 아니었을터다. 29살의 젊은 여성이 압구정 소재의 라이브 바를 운영하며 최민수, 최민식 등의 스타들과 교류했음에도 생계를 꾸리기 힘들었단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1년 11월 22일 <문화일보> 기사를 보면 적우는 2004년 데뷔 당시 룸싸롱에서 노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상황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인터뷰만 보면 데뷔 자체도 힘들었지만, 데뷔하고 나서도 꽤나 힘든 생활을 이어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2004년 적우의 데뷔는 웬만한 대형 메이저급 가수보다 훨씬 화려하고 웅장했다.


2004년 5월 18일 <스포츠조선>을 보면 "신인 가수 적우, 데뷔 쇼케이스 VIP 101명 초대 화제"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기사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적우가 자신의 데뷔 쇼케이스 무대에 박중훈, 황신혜, 강제규 감독 등 영화계 거물들 뿐 아니라 조순 전 총리, 정운찬 서울대 전 총리, 정동영 국회의원 등을 초대해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게다가 쇼케이스 장소는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리젠시 룸'이었다. 리젠시 룸은 체리목 벽면과 대리석 장식, 아름다운 샹들리에 장식으로 유명한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대표적인 럭셔리 룸이다. 2004년 형편이 어려워 룸싸롱 노래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무명가수가 보통 사람들은 한 명도 만나기도 어려운 VVIP 101명을, 다름아닌 그랜드 하얏트 호텔 '리젠시 룸'에 초대해 놓고 화려하다 못해 휘황찬란한 쇼케이스를 가졌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기는 하는건가.


아무리 적우가 노래를 잘하고, 무대매너가 좋다고 해도 이 정도로 거물급 인사들이 움직였다는 건 그녀가 오랜 시간 그들과 착실히 친분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일일터다. 감히 적우에게 되묻고 싶다. 혹시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노래를 불렀다던 감동적인 인생 역전 스토리가 사실은 대중의 동정을 얻기 위해 조작되고 만들어진 이미지 메이킹이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만약 그녀가 정말 생계가 어려웠다면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에 압구정 소재의 고급 라이브 바는 어떻게 차렸으며, 서른 두살에 하얏트 호텔에서 정재계와 문화계 인사들을 데려다 놓고 휘황찬란한 데뷔 쇼케이스는 어떻게 가졌으며, 데뷔 앨범에 어떻게 6억이란 어마어마한 제작비까지 지불할 수 있었던 것인가. 아무리 당시 제작자인 신철이 도와줬다고 해도 기본적인 자금동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여기서 또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그녀는 [나는 가수다]에서 털어놓은 것처럼 2010년 예술의 전당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그리고 그 콘서트는 놀랍게도 매진이었다한다. 그런데 예술의 전당은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에게 턱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나는 가수다]에 적우와 함께 출연 중인 인순이조차 숱한 대관신청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전당 무대를 단 한차례도 밟아보지 못했다.


역대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대중가수는 딱 네명이다. 말이 필요없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전설 '가왕' 조용필, 이 시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한명인 김광진, 당대의 발라드 가수이자 콘서트의 황제인 이문세. 그리고 생계를 위해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무명가수 적우다. 놀랍지 않은가.


먹고 살기도 힘들었다던 그녀가 대중가수로는 네번째, 여성으로선 가요계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선 것이다. 게다가 매진 세례였다는데 이 정도 커리어면 생계를 꾸리기 힘들었다고 말해선 안 된다. 이미자, 패티김을 시작으로 한영애, 인순이, 이은미 등 당대의 여성 가수들도 밟아보지 못한 무대에서 매진행렬을 이어갔다는 사람이라면 가난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백번 양보해서 생각해본다면, 그녀는 진정 예술의 전당에 선 '가난한 예술가'였다는건가.


세번째. 그녀는 장기호의 추천으로 [나는 가수다]에 기적적으로 합류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 행운을 거머쥐며 그녀는 "단 한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장기호 자문위원님께 너무나 감사하다"는 요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물론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그녀는 장기호는 몰랐다고 하지만 [나는 가수다]의 또 다른 자문위원인 김형석, 김현철과는 대단히 '절친한' 사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데뷔 앨범에 김형석, 김현철 등이 그녀의 데뷔 앨범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지 앨범에만 참여했을 뿐이지 적우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2004년 6월 15일 적우가 <스포츠 조선>에 연재한 "레드 다이어리"를 보면 이런 말은 쏙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적우는 김형석, 김현철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그러는 사이, 프랑스로 유학(?)을 갔던 신철 오빠가 돌아왔고, 나는 녹음을 시작했다. 작곡가들이 하나씩 곡을 줬다. 곡이 내게 맞을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김형석 신재홍 김현철 등 내 앨범에 참여한 작곡가들은 모두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들이라 내 목소리와 스타일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앨범에만 참여했던 것이 아니라 라이브 바 호스트이자 단골손님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심지어 그들이 적우의 목소리와 스타일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지금껏 대중은 [나는 가수다]가 적우를 발탁한 이유를 오로지 뛰어난 노래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연, 학연 등은 완전히 배제한 채 실력만 보고 뽑았다고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적우는 자신을 직접 추천한 장기호 교수하고만 일면식이 없었을 뿐, 장기호 교수 옆자리에 앉아있는 김형석, 김현철과는 이미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 또한 사실은 아닌 셈이다. 적우가 [나는 가수다] 출연의 행운을 거머쥐게 된 이유가 오로지 '노래실력' 하나 때문이었을까. 장기호 교수가 적극적으로 적우를 밀던 순간 같은 자문위원이었던 김현철과 김형석은 과연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 궁금한 것이 점점 많아지는 순간이다.


적우는 누가뭐래도 [나는 가수다]가 탄생시킨 가요계의 '신데렐라'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메이저 방송에도 출연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분명 축하 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 행적들은 [나는 가수다]에서 말한 '가난한 무명가수'의 삶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를 즐겨보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혹자는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 이것이 첫번째 덕목이다.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만으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될 수 있는건 아니다. 수많은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이라면 최소한의 정직함과 솔직함은 필수 조건이다. 14년간 생계를 위해 유흥업소에서 노래를 불렀다던 그녀가 사실은 압구정 라이브바를 운영했으며, 화려한 데뷔 쇼케이스를 가졌고, 자문위원단과 친분을 쌓아왔다는 건 누가 뭐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나는 가수다]가 적우를 '인간극장'의 주인공처럼 소개하며, 동정표를 얻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낼 건 드러내고, 밝힐 것은 밝혀야 TV를 보는 시청자도 그녀의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치졸한 이미지 메이킹으로 사람들의 눈에 들려는 졸렬한 전략을 쓰기엔 과거 그녀가 말하고 쓴 인터뷰와 글들이 너무나 큰 장애물이다.


이제 적우가 선택할 방법은 단 두개뿐이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의혹과 논란에 대해 확실하게 해명하고 노래만으로 승부를 보는 것과 과거의 인터뷰와 글들은 모두 발뺌하고 의혹투성이 변명만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 아무쪼록 그녀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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