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 : 2014년 4월 19일 토요일
장 소 : 태안 솔향기길 1구간 (꾸지나무골 해변 – 만대항)
날 씨 : 화창하고 바람 좋다
동 행 : 태연,황찬,봉규 나 그리고 마눌들 ….
아우들이 말을 잘 들어!
성님이 산으로 가자면 산으로 가고 … 바다로 가자면 바다로 가고…
부부가 함께하는 모임은 즐거워야 하기에 일단 산을 접고 바다로 길을 내다.
재수씨덜 한테 점수좀 따야쥐….
하여간 우리 모임은 남자고 여자고 같이 즐거워야 한다.
괜히 모임 날이 누군가에게 부담스럽다면 그건 모임을 잘 못 이끄는 거다.
요즘 날씨는 워째 이리 좋다냐?
대문을 밀치고 나선 날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운 데 일단 문밖을 나서면 봄 빛에 세상이 온통 눈부시다.
봉규가 황찬을 픽업하고 거부기가 태안시외버스 터미날에서 마눌과 나를 픽업했다.
제수씨가 부득이한 일정으로 빠지게 되면 내가 차를 가져가 외토리 거부기를 픽업해주려 했는데 제수씨 일정이
조정되어 거부기가 우리가 픽업하기로 했다.
왜냐구?
특별한 날에는 내가 대부분 거부기를 픽업한다.
그리고 천안- 태안이 대전-태안 보다 더 가깝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거부기 차가 내차보다 더 좋다.
유사시에 온 사방에서 에어빽이 터진단다.
어쨋든 전원 참석이다.
9시 40분에 거부기가 우릴 픽업하여 꾸지나무골 해변으로 가는데 봉규녀석 벌써 도착했다고 통발이 온다.
부지런한 녀석들….
지난 번 청계산 회동 이후 3개월 만에 우린 다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약간 서늘하고 흐린듯한 날씨에 만대항에서 뒤풀이를 할 요량으로 태안 솔향기길 1구간을 역으로 진행한다.
우린 먼저 출발하고 백두대간에 빛나는 두 준족 봉규와 거부기는 함께 차량을 움직여 만대항에 한대를 주차하고
합류하기로 했다.
2km나 진행 했을까?
혹여 점심이라도 못 얻어먹을세라 거부기와 봉규는 무장공비처럼 순식간에 우리를 따라 잡았다.
“제 버릇 개 못 주는 녀석들…”
그저 길을 잡으면 물불을 안가리고 내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 급한 녀석들….
한적한 바닷가에서 널널 힐링 좀 하면 어디가 덧나냐?
4시간여 이어지는 길은 목가적이고 아름다웠다.
당초 해변 길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해안 절벽으로 이어지는 산 길은 제법 낙차가 크고 굴곡이 심했다.
대부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안면도 노을 길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길이다.
편안한 산책길로 유도 한다 했는데 제수씨들에게 2년전 겨울 이슬봉의 악몽이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해안 길에는 이제 진달래와 산 복숭아가 막 피어나고 있다.
풍경은 걸을수록 점입가경인데 가는 길 내내 건강한 소나무 숲이 계속 이어지고 폴폴 날리는 솔 향기가 걸을수록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늘 하루 구태여 서두를 일도 없어서 좀 이른 시간 바위가 많은 해변에서 각자 준비해 온 진수성찬을 풀어 놓고
이른 시간에 술 한잔 친다.
바람은 시원하고 바다는 후련하고….
이넘들아 살아감이 이만하면 되지 무얼 더 바라냐?
우린 족발과 갖은 산해진미를 안주 삼아 서울막걸리 소짜 1통과 원 막걸리 대짜 한통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비워냈다.
떡에, 찰밥에 , 라면에 그리고 후식 커피 까지 …
이건 만나서 먹자는 건지 만나서 걷자는 건지…
유붕자원방래 불역열호아?
어쨌든 오랜 친구들과 동부인하여 낭만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이 또한 살아가는 날
의 기쁨 아니겠는가?
바람은 시원하고 날씨는 갈수록 화창해졌다.
기분 좋은 취기가 도도한 취흥을 불러내는 통에 가슴은 더욱 부풀어 오르고 정신은 몽롱해진 채 즐겁게 남은
가경을 걸었다.
인생길은 시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길
마음을 나눌 수 있고 함께 길동무 할 친구가 있어서 인생 후반부 우리 여행길도 즐거울
것이다.
만대항 횟집이 너무 부실해서 우리는 백사장항으로 이동했고 황찬의 안내와 수고로움 덕분에 맛있는 농어와
도미로 여행의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었다.
제수씨들의 열화 같은 요청에 의해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는 그 푸짐한 꽃게찜을 한마리씩 덤으로 안겨
주었다.
우리가 함께한 태안 솔향기 길은 즐거웠던 시간은 그렇게 흘렀고 그 추억은 우리 우정의 책갈피에 고이 접혔다.
건강해라 이넘들아 그리고 제수씨들 건강하세요…
결국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다.
욕심 부리지 말고 하나씩 기꺼이 내려 좋으면서 더 홀가분 해져야지…
이제 훌쩍 줄어든 아까운 인생 길 더 즐거워야 하지 않겠냐?
나는 왜 예까지 와서…
이태수 (1947~)
오다가 보니 낯선 바닷가 솔숲입니다.
갯바위에 부딪히는 포말을 내려다보는
해송의 침엽들도, 내 마음도 바다빛깔 ㅇ비니다.
아득한 수평선 위로 날아가는
괭이갈매기 때,
마음은 자꾸 날개를 달지만
몸은 솔숲 아래 마냥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 솔밭 잎까지 들이치는 파도는
이 물의 사람들이 그리워서 그런 걸까요
왔다가 되돌아가면서도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나는 왜 예까지 와서
괭이 갈매기들 따라 날아가고 시ㅍ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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