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통산 가장 바쁜 주일 이었다.
19일 화요일 신입사원들 데리고 평택항 견학 다녀오고 저녁에 환영식이 있었다.
그날도 젊은 친구들과 엔간히 술을 먹고 2차까지 갔다.
수요일에는 이기자 부대 전우들과의 서울 미팅
이번에는 모임 이틀 전에 트위터로 소식을 전해온 청림이 까지 합류했다.
그리운 친구
햇수를 헤아려보니 만 31년 만이었다.
꼭 만나고 싶은 친구 중 하나였지만 세월의 파도에 밀리다 보니 30년이 훌쩍 넘었다.
껍데기만 있는 내 트윗터에 청림이 혹시나 하는 메모를 남겼고 내가 전화번호를 올려서 우린 그렇게
반가운 해후를 했다.
지난 5월에는 종상이가 구글에서 나를 검색하여 찾아내고는 먼저 연락을 해와서 올해는 30년만에 보고
싶었던 군대 친구를 두 명씩이나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청림과 반가움에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다가 수요일 이기자 전우들 셋이 만나는 날이라고 하니 만패
불청하고 합류한다고 부산에서 KTX를 끌고 왔다.
우리 넷은 서울역에서 만나 역 건너편 선술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쓴 소주로 세월의 먼지를 씻어냈고
지나간 날의 추억들을 풀어내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느닺없이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청림이의 좌충우돌 성공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듣다가
마지막 기차로 헤어졌다.
1월에는 부산에서 1박 풀코스로 최병장이 쏜단다.
목요일은 동윤이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대천에 다녀왔다.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고 대천에 제일먼저 도착하여 오랜만에 동윤이와 밀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전에서 늦게 오는 친구들 까지 다 만나느라 그날도 귀가가 늦었다.
금요일은 전인회 모임이라 대전에 내려가자 마자 모임에 참석하여 술의 순배를 돌렸고 토요일에는
아침에 사우나 다녀와서 이발하고 선미 결혼식 참석 했다.
오후에는 마눌과 도솔산 산책을 했고 6시에 모처럼 가족 모임에 참석하여 형제들과 늦은밤까지 두주불사
그리고 일요일?
멍한 머리와 푸석푸석한 눈으로 새벽 5시에 기상 아침밥 챙겨먹고 귀연 대관령 바윗길 트레킹에 참석하다.
몸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그간 일정상 귀연 동참이 뜸했고 이번 바우길 트레킹에 신청률이
저조하여 함께하기로한 결정 이었다....
산행코스에 비해 이동거리가 너무 멀긴 한데 밀린 피로는 오가는 버스에서 풀기로 하다.
버스 안이 좀 추운데도 아랑곳 않고 가는 내내 코골며 잤다.
완전 축지법
잠시 눈을 붙인 것 같은데 나는 뿅하고 옛 구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했던 것이다.
근데 이게뭐여?
대한민국의 대표 매운 바람맛으로 유명한 선자령은 따뜻하기만 하더라…
선자령은 정말 너무 많이 왔다.
겨울에도… 봄에도 그리고 단풍이 불타는 가을에도 …
사람들은 알까?
선자령 단풍빛깔이 얼마나 곱고 화려한지?
모두들 그림 같은 눈밭과 매서운 바람 맛을 떠올리겠지만
치명적인 유혹은 불타는 선자령의 가을인란걸….
바윗길 2구간 – 대관령 옛길 따라 가는 길
국사 성황당 갈림 길에서 우측 내려가는 길은 정말 황량했어.
빽빽한 나무들은 모두 가지에 잎새를 털어내고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지
오늘은 햇빛 따뜻하고 너무 고요하지만 그건 혹독한 선자령 바람 맛에 벌써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주눅이 들어 웅크리고 있는 황량한 숲의 모습일 뿐
시몬 듣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소리뿐 아니라 냄새도 좋았지 낙엽 마르는 냄새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상쾌한 동해의 바람도…
일주일의 바쁘고 몽롱한 시간이 나름 조용히 정리되었어..
사실 내려가는 길의 풍경이 너무 단조롭고 너무 편해서 후회했지…
“칸교수와 함께 제왕산 루트를 탈걸….”.
옛 선인들의 풍류와 애환이 남아 있는 길이지
개나리 봇짐 하나와 짚신 세컬레로 쉬엄쉬엄 넘던 고개
신사임당이 율곡의 손을 잡고 넘던 그 고개
강원도의 힘에 끌려 무수히 강원도를 다녀 왔건만
삶이 무거워도 지치지 말고 삶이 아파도 주저앉지는 않아야 했던 고달펐던 우리네 고갯길을 이제사
내가 걸어 내리네….
여름이 다시 가까워 오는 거야 ?
우린 부드러운 바람에 일주일의 피로를 날리고 제법 따스한 햇살에 마음을 녹였지
가끔 길가에는 옛 한시가 걸려 있고
발목에 걸리는 사르락 거리는 낙엽의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간지럽혔어
아쉬운 늦가을은 그렇게 나와 함께 느리게 대관령을 넘었어…
참 오래된 길이란 건
그 길이 그리 깊다는 것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이 고개를 넘었고
얼마나 많은 세월과 구름이 이 고개를 넘었을까?
너무 깊어 이젠 바람조차 들어 올 수 없는 그런 길이 되었네
한스런 세월과 외로운 나그네의 수심이 도랑보다 더 깊게 길을 파 놓았고
선자령에 쏟아진 비와 눈 그리고 나그네가 뿌린 땀과 눈물이 그 아픈 고랑을 따라 동해로 흘러 갔어
옛 선비들이 한숨을 내쉬며 오르던 구비구비 그 고개를 우린 소풍가 듯 즐겁게 걸어 내렸네…
지난한 삶이야 800리 고향 길에 남기어 두고 한량처럼 놀멍 쉬멍 그 길을 걸어 내렸네
이런 듯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한번 왔다 가는 인생길
이짐 저짐 잔뜩 욕심내 짊어진 짐 이제 좀 내리고 가볍고 즐겁게 고갯길 내려가세…
언제 따라 왔는가?
시나브로 따라 온 계곡의 물길은 잎새를 떨구는 낙엽송 숲 길에서 제법 목청을 높여 가는 길은 재촉하건 만…
“일 없시요 ”
물가에서 한가롭게 노닐다 술 한잔 치려 주막에 걸터 앉았는데 …
버선발로 반색해주는 주모도 없었네…
가을을 따라 잡으러 낙엽 길을 슬금슬금 내려 가는데
무우청 푸른 밭둑에 진짜 주막 하나 나오더니
기다리던 산 친구 술 한잔 권하니
오호라 그 맛이 또 기가 막히는구나…
왜 사냐고 어떻게 사냐고 묻지도 말게
저기 푸른 하늘에 흰구름 흘러 가거늘…
어디로 가냐고 묻지도 말게..
바람 부는 대로 흘러 간다네…
술 한잔 치고 가게나
해 넘어 가면 다시 달이 떠 오르고
오늘 못 가면 내일 간들 또 어떠리
여유롭기는 한 길인데 본전생각이 났어
너무 단조롭고 너무 편안한 그 길에서…
인생도 그런 것 아닌가?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라면 답답하고 지루하겠지
그래서 얼마간의 긴장과 모험도 필요하고
변화와 자극 그리고 한 뼘의 감동도 필요하지
사실 그게 거창한 것도 아니야
자연과 계절의 변화와 늙지 않는 마음이 하나로도 충분한 거
무언가 10% 부족한 그 갈증의 순간에
대관령 산신령님 홀연히 문하나 열어주신 거 있지 ?
단지 하나의 팁
길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던 작은 안내판에 삼포암이라고 써 있었어
그려려니 그냥 지나치려는데 청산님이 불러 세웠지..
뒤에 팀들도 있고 시간도 많은데 들렸다 가자고…
“좋지요…”
연어처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물길과 계곡의 산세가 정말 범상치 않은 거야..
별볼일 없는 곳에 들어서 있던 팬션과 게스트하우스 들이 아니었어
어흘리 대관령 오토캠핑장과 많은 팬션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오토캠핑장 언저리만 기웃거리다 돌아 가겠지…
조금만 더 올라가면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비경의 삼단폭포가 거기 있는데…
늘 그렇듯이
우리가 마지막 몇 방울의 땀을 아낀 덕에 훨훨 날려보낸 인생의 무수한 파랑새들이 있었겠지…
살아 가면서 잃지 말아야 할 건 호기심 그리고 열정
행운은 그것들이 불러내는 더 높은 확률일 뿐이고……
어쨌든 우린 삼단폭포에서 무언가 부족한 10%를 채웠어
10시간 이동에 4시간 트레킹의 어이없는 비효율 여행길.
사실 그 비효율 이란 것도 어패가 있긴 해
어짜피 휴식하러 온 날의 편안한 여행길 아닌감?
이동 10시간 중에 4시간 쯤은 잠을 잤고
두어 시간은 사색과 명상의 즐거움을 느꼈고
또 두어 시간은 동료들과 즐겁게 떠들었어
게다가 골든벨 퀴즈 프로와 강연 100도씨도 시청했지
돌아가는길 창밖에는 비가 여름비 처럼 줄줄 내리는데
공부 좀 더 해야 된다고 반성 까지 했어
50문제 출제 문제에 내가 맞출 수 있는 건 고작 서너개
ㅋㅋ 빨빨 거리고 돌아 댕기며 놀기는 잘 놀았는데 상식과 교양은 줄줄 샌거 있지….
세월에 훨훨 날아가는게 열정과 기력뿐이더냐?
결국 공부잘한(?) 내가 이렇게 되는데 뭐하러 고등학생들 그리 쌔빠지게 공부시키는지?
강연 100도씨 경매사 아줌마의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였네
교통사고로 인한 식물인간의 역경도 보란 듯 극복하고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오뚜기처럼 재기해서 연 매출 30억
그 늙은 나이에 대학 까지 가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어
그런 고통 속에서도 편안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가직할 수 있었던 아줌마
지금 80도에서 끓고 있는 물을 100도씨 까지 팔팔 끓이면서 살겠다는 그 아줌마
“나를 위한 인생을 사세요”
나의 평소 철학과 같았는데 그 아줌마는 더욱 처절했지
웃음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조차 없는 환경에서 그리 당당하게 말하고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는 거
자연과 같이 인간의 삶도 감동 인거야
내가 행복해야 주변과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정말 맞는 말 아니것어?
내가 이만큼 밖에 잘 살지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삶에 불평 불만 많은 사람한테 한마디만 하겠어
“징징거리지마아!”
여유로운 여행길에 할 거 다하고 마지막 한잔 술에 도루묵과 간재미 탕의 별미 까지 먹어봤으니 이번여 행길
에서도 이만하면 본전 다 찾지 않았을까?
근데 바우 길은 너무 편한 힐링이라 역주행만 안한다면 70을 넘겨 가도 괜찮을 길이야
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대관령바우길 2구간 (대관령 옛길)
'올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들과 안면도 노을길 (꽃지 - 삼봉) (0) | 2015.03.23 |
---|---|
태안 솔향기길 1구간 (꾸지나무골 해변 - 만대항) (0) | 2014.04.25 |
대부도 해솔길 (0) | 2013.11.06 |
계족산 황토길 (0) | 2013.08.22 |
해인사 소리길 (0) | 2013.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