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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부여 궁남지

2013년 부여 궁남지http://blog.daum.net/goslow/17940120

2012년 부여 궁남지:  http://blog.daum.net/goslow/17940119

2009년 부여 궁남지:  http://blog.daum.net/goslow/17939135

 

 

 

 

 

 

어느 날 군대를 다녀오고  또 어느날 사회에 첫발을 내딪는다.

결혼 한다고 친구들 청첩장이 날아 온다.

부지런히 친구들 결혼식장에 쫒아 다니다. 어느 날 결혼을 한다.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귀여운 것들의 돌잔치 엊그제 같은데 학교를 가고 어느날 아버지 보다 키가 더 커진다.

그러는 사이에 친구들의 부모님들 부고장이 날아들고 그분들은 하나둘 씩 세상을 떠난다.

가끔 성질급한 친구들의 부고장도 날아든다.

부지런히 친구들 장례식장에 쫓아 다니는 어느 날 부모님이 훌쩍 떠나신다.

손에 잡히는 나의 역사가 눈 앞에서 허물어 진다.

추석 전 함께 조상 묘소에 벌초와 성묘를 가고 추석날엔 온 가족의 중심에서 조상님께 가문의 화평을

빌던 부모님은 어느 날 제삿상 위에서 우리를 굽어 보신다.

아이들이 군대에 다녀오고  하나 둘 빠른 친구들의 아이들 결혼 청첩이 날아든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우리의 부모님들은 모두 세상을  등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부모님들로부터 세상 끝으로 가는 다음번 열차의 승차권을 건네 받았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가 하나둘 씩 또 아이를 낳을 때 쯤엔 우리는 하나둘 씩 그 열차에 오를 것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고 나를 알고 있는 그 누구도  100년 후에는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나의 성곽이 낡아 가고 하나씩 그 역사가 허물어지는 동안에도 세상에는 무수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무언가 썪고 무너진 것들이 거름이 되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이 꽃피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진다.

그 세상에는 악취와 향기가 공존하지만 사람들은 100년의 영화도 누리지 못한 채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궁남지 위로 무수한 세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짧은 한해 한 해가 켜켜이 쌓여 1500년의 무심한 역사를 만들었다.

백제의 영화는 사라지고 나서도 선화공주가 거닐었던 궁남지의 연꽃은 어김없이 해마다 피어났다.

백제와 고려와 조선의 역사가 허물어 지고서도 누군가 이 시대를 살아 가듯이 무수한 연꽃은 그 연못

에서 생명을 다하고 스스로 거름이 되어 뜨거운 여름날에 후손들의 아름다운 연꽃으로 환생했을 것이다.

 

피어나는 연꽃이 백제의 영화와 선화공주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연꽃으로 평화로웠을 그 세상과 아름다웠을 그 사랑을 생각한다.

 

나는 올해도 궁남지에 갔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그 기품과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연꽃을 만나기 위해….

역사의 향기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를 위해

지난 여름 아름다운 궁남지에 남겼던 평화와 기쁨을 다시 추억하기 위해서…..

 

 

 

 

                                                                                               2014년 7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