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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군대를 다녀오고 또 어느날 사회에 첫발을 내딪는다.
결혼 한다고 친구들 청첩장이 날아 온다.
부지런히 친구들 결혼식장에 쫒아 다니다. 어느 날 결혼을 한다.
아이들이 태어난다.
그 귀여운 것들의 돌잔치 엊그제 같은데 학교를 가고 어느날 아버지 보다 키가 더 커진다.
그러는 사이에 친구들의 부모님들 부고장이 날아들고 그분들은 하나둘 씩 세상을 떠난다.
가끔 성질급한 친구들의 부고장도 날아든다.
부지런히 친구들 장례식장에 쫓아 다니는 어느 날 부모님이 훌쩍 떠나신다.
손에 잡히는 나의 역사가 눈 앞에서 허물어 진다.
추석 전 함께 조상 묘소에 벌초와 성묘를 가고 추석날엔 온 가족의 중심에서 조상님께 가문의 화평을
빌던 부모님은 어느 날 제삿상 위에서 우리를 굽어 보신다.
아이들이 군대에 다녀오고 하나 둘 빠른 친구들의 아이들 결혼 청첩이 날아든다.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우리의 부모님들은 모두 세상을 등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부모님들로부터 세상 끝으로 가는 다음번 열차의 승차권을 건네 받았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가 하나둘 씩 또 아이를 낳을 때 쯤엔 우리는 하나둘 씩 그 열차에 오를 것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고 나를 알고 있는 그 누구도 100년 후에는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나의 성곽이 낡아 가고 하나씩 그 역사가 허물어지는 동안에도 세상에는 무수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무언가 썪고 무너진 것들이 거름이 되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이 꽃피고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진다.
그 세상에는 악취와 향기가 공존하지만 사람들은 100년의 영화도 누리지 못한 채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다.
궁남지 위로 무수한 세월의 바람이 불었다.
그 짧은 한해 한 해가 켜켜이 쌓여 1500년의 무심한 역사를 만들었다.
백제의 영화는 사라지고 나서도 선화공주가 거닐었던 궁남지의 연꽃은 어김없이 해마다 피어났다.
백제와 고려와 조선의 역사가 허물어 지고서도 누군가 이 시대를 살아 가듯이 무수한 연꽃은 그 연못
에서 생명을 다하고 스스로 거름이 되어 뜨거운 여름날에 후손들의 아름다운 연꽃으로 환생했을 것이다.
피어나는 연꽃이 백제의 영화와 선화공주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억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연꽃으로 평화로웠을 그 세상과 아름다웠을 그 사랑을 생각한다.
나는 올해도 궁남지에 갔다.
뜨거운 여름날에도 그 기품과 우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연꽃을 만나기 위해….
역사의 향기 속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를 위해 …
지난 여름 아름다운 궁남지에 남겼던 평화와 기쁨을 다시 추억하기 위해서…..
2014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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