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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친구와 돼지감자 - 이기자 모임 제 11차
































































다음날
















































































































2016년 4월 1일 ~2일 (금~토 1박 2일) 돼지감자 이야기

 


고향 같은 친구가 있고

자연 속에서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음 편한 시골이 있다는 거

그건 단순한 하루의 힐링이 아니라

살아가는 날을 기쁨과 감동 이다.

 

제 작년 종상 농장에서 묵으면서 백화산을 오를 때 대궐터 인근에 엄청난 돼지감자 군락지를

봐 두었었지

그리고 우린  백화산의 추억을 뒤로 했다.

 

작년에도 바쁜 와중에도 우린 계절별  회동을 거르지 않았다

가을에 부산과 거제도에서 해풍을 맞았고, 여름에 종상 감나무 농장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가을엔 안면도 바다낚시를 즐겼다.  사실 폼만 잡다가 불쌍하게 보여 옆집에서  주꾸미를

얻어 술 한잔 치기는 했지만....


우린 돼지감자를 한번도 떠 올리지 못했다.

퇴직하는 날 사무실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돼지감자를 쇼핑팩 가득 가져오셨다.

손수 캐서 말리고 볶았다는....

그 동안 고마웠다고

원 무신 말씀을 !… 저야 말로 매일 책상 닦아주시고 사무실 깨끗하게 해 주셔서 늘 고마웠지요.”

모두들 이것 저것 많이 챙겨주시는데 난 마음만 남긴 채 찡한 콧날과 먹먹한 가슴으로  서른 한 해의 

아름다운 추억을 마무리 했다. 

나의 새로운 날들은  또 그렇게 흘러 갔다. 

마눌은 그 향과 맛이 좋다고 매일 차를 끓여 내어 그 많은 돼지 감자를 시나브로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돼지감자 열풍이 갑자기 불어왔다.

부자 청림이 갑작스런 돼지감자 예찬론자가 되고

슈퍼에서 흙도 안 털어낸 돼지감자를 작은 팩에 넣어 3000원 한다고 하고

당뇨에 좋다느니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느니 메스컴에서도 떠들고...

까마귀가 좋다고 너도 나도 까마귀 잡드만...  


우엉차와 정구지에 필이 꽂혔던 청림이 2월에 백화산 돼지감자 캐러 가자고 노래를 불렀다.

 난 한가해지고 청림은 시간이 많아

그려 날잡아 한 번 캐러 가세나! “  하였다.

근데 종상이 "땅이 얼어서 안돼야!" 한마디로 깨갱깨갱~~~

날이 풀리면 돼지감자를 캘 수 있데서..

약속을 맞추다 보니 아뿔싸 야심찬 출정은 4월초로 늦어졌다.

 

마눌왈!

돼지감자를 캐면 을마나 캔다고

구냥 친구들하고 돼지고기나 구어먹고 오셩~~`”

 

김밥과 막걸리를 챙기고, 점심용 버너와 코펠을 챙기고, 하루 유할 입성을 준비하여 아침 830분에

종상 감나무 농장에 도착하다.

종상과 부인은 벌써 농장으로 출근하여 손님 맞을 채비가 한참이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라 느티나무 농장 일이 바쁠 텐데 괜히 친구들이 온다 해서 번거롭게 만들었다.

늘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밀고 가는 믿음직한 종상

종상이야 말로 가장 탄탄하게 노후를 준비하는 봉급생활자의 모범이다.

아들은 벌써 취업했고 딸은 이번에 임용고시 합격과 함께 서울에 발령 받았다.

재직하면서 커다란 농장을 일구고 이팝나무며 , 느티나무며 나무도 잔뜩 심어 놓았다.

부러운 친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청림도 도착했다.

작년 안면도 모임 때 700만원 짜리 뱃살빼기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7kg나 살을 빼서 얼굴이 핼쓱하고

허리의 S라인이 살았던 청림은 프로젝트 투입전보다 훨씬 더 튀어나온 배를 들이밀며 나타난 것이다.

슈퍼 요요!

우짤끼고!”

애고 아까워라!

그 돈을 친구들과 유흥비로 탕진 했으면 을매나 재미 있었겠노 ?….

 

우야튼 우린 갖은 먹거리에다  황간읍에서 돼지감자 채굴용 쇠스랑을 구입하고 농장의 갈고리 까지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백화산에 올랐다.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캐러가는 비장함까지... 

 

몸매무새가 무너진 청림은 대궐터에 오르는 내내 허우적 거렸다.

청림 왈 "엄하사가 왔어여 하는데 "

맞다. 엄하사가 왔어야 그나마 저질체력이 가려 질텐데

엄하사는 황혼기에 크게 벌린 사업 때문에 올 수가 없어서 오늘은 청림이 발군의 체력력(? )으로

단연 두각을 나타 내었다.

 

하여간 우린 여름 같은 봄의 햇살을 맞으며 거친 백화산 자락의 비탈을 차고 올라 오매불망 그리던

돼지감자 평원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허걱!" 

아이구 근데 이게 웬일이여?”

이건 정말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었다.

돼지감자 군락지는 대규모 폭격과 공습이라도 당했던 것처럼 완죤 초토화 되어 있었다.

말도 안돼!”

그것도 최근 몇 일 사이에 아주 대규모로 파헤쳐저 시쳇말로 아주 아작이 났다.

대대적인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어 완전 조직적으로 돼지감자 군락지를 처참하게 도륙 낸 것이다.

마치 전원주택지 조성공사를 하는 것처럼

우린 10년 묵은 돼지감자는 커녕 잔 뿌리 하나도 찾기 어려웠다.


띠옹~~~  대경실색  

그리고 홧김에 서발질 한다고

우린 허탈감과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달래느라 여름 땡빛 같은 햇살 아래 대궐터에 퍼질러 앉아

준비해간 막걸리만 좍좍 들이켰다.….

청림 왈 고생 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이여!”

올라오는 데 진을 다 뺀 청림은 여기서 캐도 지고 내려 갈 일에 앞이 캄캄했을 터

개뿔~~~ 일주일만 먼저 왔으면 우리가 먼저 치고 삐지는 건데…”

애고 아까워라 내 돼지감자~~”

이 엄청난 군락지에 백화산의 정기를 쭉쭉 빨아 올려 수십 년 자란 돼지감자 약효는 어떨 것이고

평당 수확량을 소매가로 환산하면  내 원래 일당은 빠지는거 아녀? 

남의 떡이 더 커보이고 놓친 물고기가 더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라

난 내려오는 내내 배가 아프고 노동에서 해방된 청림의 발길은 가벼워졌다..


그래도 조용한 계곡에서 친구들과 함께 알딸딸 한 채 봄놀이 하니 기분은 좋네!.

우린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라면과 오뎅을 끓여 먹고 느긋하게 호젓한 산수를 즐기다 다시 농장

으로 돌아 왔다.

 

청림은 기진맥진 만사 제켜 놓고 퍼지려 하는데

종상이 밭둑으로 돼지감자 캐러 가잖다.

친구들이 돼지감자 캐러 왔는데 빈 손으로 갈 수가 있겠능가? 백화산만은 못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캐야지…”

 

청림은 다시 삐걱거리는 노구를 이르켜 마지못 해 우리 뒤를 따랐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는 것이여!"

우린 삶의 진한 땀 냄새를 맡으며 노동의 기쁨(?)을 느껴 보았다.   

밭두렁에서 우린 딱 50분 캤는데 반 가마 정도는 너끈히 캤다.

 백화산에서 캤으면 우린 월매나 캤것어?” 난 내내 백화산 정기 머금은 돼지감자가 아쉬웠고

다 캐도 그 먼거리 그 무거운 걸 어찌 가지고 내려 올라꼬?”하믄서 볼멘 소리로 야그하는 청림은

사면된 노동에 감사했다.

난 캐기만 캐면 오늘저녁 한 번 내일 두번 해서 다 가지고 내려온다고 큰소리 뻥뻥 쳤다.

 

농장에 돌아와서 돼지감자 세척하고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나오니 종상이 숯불을 피우고 야외 삼

겹살 파티를 준비하는데 그 향과 맛의 추억이 시장기를 더 부추킨다.

임금님의 수라상에 걸인의 입맛으로 초대되는 기쁨.

종상 부인이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았다.

파절이, 곰취나물에 , 미나리 까지…. 낭만적인 부위기 까지 어우러져 봄의 미각에 걸맞는 소박한 식단은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황제의 만찬이 되었다.

아무 소음 들리지 않는 맑은 자연 속에서 좋은 친구들과 나누는 돼지고기와 한 잔의 술이 돼지감자 보다도

몸에 좋은 보약이었다. 

엄하사가 같이 왔어야 하는데

이기자 전우들은 함께 공격 앞으로 해야 하는데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우리는 한잔 술과 좋은 안주로 멋진 봄과 우리의 우정을 노래했다.

점심 때 라면 끓이느라 먹지 못했던 김밥까지 후식으로 먹고 우린 별이 총총하고 아무런 도시의 소음이

없는 백화산 자락 등따신 방에서 함께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피곤한 차에 술까지 한 잔 걸쳐 우린 늦게 가지 푹 잠을 자다가 엄하사의 전화에 화들짝 잠이 깼다.

해는 벌써 중천에 올라 있었다.

 

오늘도  날씨가 너무 좋다.

우린 차하사 부인이 준비해 놓은 시레기국과 갖은 봄 나물로 아침을 먹고 반야사로 이동하여 그 곳에서

임천석대를 거쳐 백옥정으로 이어지는 백화산 호국의 길을 걸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넓은 계곡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봄이 자박거리며 걸어오는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흘러 많은 고기가 노닐고 무수한 꽃과 새순이 흐드러지게 피어

났다.

아름다운 봄  그리고 산자수명의 계곡길 

맑고 수려한 계곡의 봄 길을 걸으니 생동하는 그 기운이 발을 타고 올라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다.

친구들과 산 좋고 물 맑은 산골에서 하루를 머무르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힐링이고 마음 편한 휴식이었다.

 

나는 우리의 수확물과 차하사가 백숙으라고 가지 쳐서 싸준 엄나무 까지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 함께해서 즐거웠네 차하사  최병장!  !”

돌아온 뒤에도 고향을 다녀온 듯한 푸근한 여운이 남았다.

 

PS

좋은 시간 이었네 친구 !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릴 수 있었던...

오랜만에 먹어 보는 맛있는 숯불구이 삼겹살이었네

조용한 시골의 낭만과 친구의 정이 가득하니 어디에 그 맛을 비견할 수 있겠는가?

부인의 정성 어린 세심한 배려 그리고 맛있는 봄 나물 반찬은 이 봄의 가장 융숭한 성찬이었네.

너무 잘 먹고 잘 놀다 간다는 말 꼭 전해 주게나!

그리고 하려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뜻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네

늘 건강하고 또 다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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