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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혼자 떠나는 여행길1 - 사량도















































































































































































































































































나는 자유로워졌고 봄은 다시 돌아 왔다.

삶에 대한 복잡한 생각만 내리면 얼마나 황홀하고 눈부신 봄인가?

 

 위에서의 생각

- 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집을 떠나  위에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문득 류시화의 시가 생각이 났다.

인간이기에 흔들리며 살아야 하는 숙명 같은 거.

인생의 배는 파도도 흔들고, 바람도 흔든다.

배가 흔들리다 보면 조용하던 마음도 덩달아 흔들리는 법이다.

 

세월 속에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나는 이제 빈 몸으로 내가 그리워하던 빈 들판에 섰다.

아직 빈 들판의 자유를 누리기도 전에

삶이 또 내게 선택을 묻는다..

우리가 선택했던 책임과 의무 그리고 자유에 대한

그리고 삶이 다시 내게 물었다.

우리 삶의 궁극은 무엇이어야 하나?”

 

빈 들녘을 넘어가는 해는 눈이 부시지도 뜨겁지도 않다.

이젠 욕심과 집착은 내려 놓았다.

바람이 분다고 더 빨리 식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서산은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다.

 

자유에 지쳐 쓰러질 까 걱정이 되었지만 난 겨울에도 바뻤다.

남들은 많이 걱정하고 나 역시 조금씩 흔들렸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신께서 나를 위한 어떤 일을 준비하고 계신지 모른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대로 살다가 죽는다고 가정하에 미리부터 쓸데없이 걱정하고 고민할 하등의 이유가 있을까?.

 

지금은 내게 자유와 봄이 주어졌다.

다시 내게 어떤 일이 주어질 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짧고 아까운 멋진 봄을 즐겁게

누리는 것이다.

자유와 행복은 누리는 자의 몫이고 그건 마음이 선택하는 것이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란 아무 곳에도 없다..

내 삶의 황혼기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더 자유롭게 보내고 싶다.

 

 

역시 무릉객이다.

올해는 갑작스런 변화로 혹여 내가 늙어버리지 않을 까 적정했다.

먹는 것 , 자는 것, 배설하는 것 어느 하나 이상이 없다.

인생의 함축적인 진리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그 안에 다 녹아 있다.

건강과 멘탈 중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그 세가지는 절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니 그거야 말로

동서고금을 통틀어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가늠하는 부동의 확실한 지표가 될 것이다.

 

그래도 불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좋은 점도 있다.

내 즐거운 삶을 위한 최적의 선택과 타이밍을 만들 수 있다는 거.

소백산에 만난 최고의 설경으로 난 이무런 미련 없이 겨울과 이별을 고했다.

알파고 바둑도 무려 4국이나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한 돌산지맥과 위도 그리고 백화산 여행은 눈부신 3월의 햇살과 아름다운 봄날을

가슴에 가득 안았다.

 

4월은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했다

봄날은 친구들과의 여행으로만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다.

남도에 봄바람이 불면 마음이 분주해지고 엉덩이가 들썩인다.

빈 마음 한구석엔 아직 남아 있는 그리움은 오랜 세월이 가도 여전히 혼자 치유해야 할 역병이다.

봄이 병을 도지게 하지만 그 병이 또한 나를 늙지 않게 한다.

그냥 떠나고 싶다.

누군가를 의식하고 그들의 한계에 맞추어 여행 일정을 편성해야 하는 그런 부담 없이 그냥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가서 나와 세상과 봄날을 느끼고 싶다.

 

젊은 날 으례 그랬던 것처럼 새벽에 떠나 첫 배로 섬으로 들어 가기로 했다.

세월이 변한 만큼 섬도 많이 변해서 이젠 그리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했지만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 있는 섬이라 사량도에 가기로 했다.

아직 드나들던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던 때묻지 않았던 그 섬  

난 그곳에서 다시 황홀한 고독을 느끼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변한 거라고는 잠정적인 자유인

주어진 자유에 오랫동안 개정 증보된 내 머리 속 보물지도 그리고 아직 짱짱한 체력

무엇이 문제인가?

내 마음만 변함 없으면 멋진 봄이 다시 찾아 준 것 말고 변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새벽 3 40분에 일어나 주섬주섬 여장을 꾸린다.

점액질 어둠과 무기체의 고독에 휩싸인 대진 고속도로는 그 때처럼 바람이 이리저리 안개를 몰고 다녔다.

 

흘러간 시절의 음악을 틀어 놓고 난 혼자 용암포 간다.

혹여 시간이 빠듯하면 아침을 안 먹고 산을 탈 수는 없어서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 한통을 샀다.

배낭 속 과일과 계란이 있으니 섬의 산길에서 허기질 일은 없을 것이다.

 

30분전에 도착했지만 라면은 끓이질 못했다.

4월의 평일인 용암포 선착장은 한산했다.

공사 건이 많은지 대형 트럭과 인부들이 몇몇이 타고 객실은 자전거를 가져온 청년 하나와 아주머니 한 분

혼자 우적거리며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주머니는 배편에 대한 나의 여러 질문에 차근차근 잘 대답해 주었다.

작년에 사량도는 두 개 섬에 다리가 연결 되었다고 했다.

일찍 들어 왔으니 체력만 괜찮으면 두 개 섬 등산로를 다 탈 수 있을 거라고 알려 주었다.

내 젊은 날에는 배로 건너가 하루에 두 개 섬을 아우른 적도 있지만 오늘은 상도의 등산로만 종주할

예정이다.

산 길에서만 보내기에는 너무 눈부시고 아까운 봄 날이라

 

산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상부근에서 한 쌍의 남녀를 만났고 옥녀봉 부근에서 몇 몇 사람을 만났다.

주말이면 교통이 마비되고 북새통을 이룬다는 가장 인기 높은 사량도 섬의 명성이 무색할 지경이다.

내지 오름 길에 눈부신 햇살을 한 번 보여주고 태양은 구름 속에 숨었다.

섬은 약간 쓸쓸하고 조금은 우수에 찬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고 난 바다를 내려다 보며 조용히

그 길을 걸었다.

아무도 없는 아름다운 길은 호젓하고 낭만적이었다.

눈부신 바다의 풍경은 변함없이 인상적이었고 난 그 길 위에서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고 멋진 봄날의

상념에 젖었다.

 

인생이란 그리 거창하고 특별할 것도 없다.

나무나 다람쥐나 우리나 모두 정해진 시간을 누리다 세상을 떠나는 거다.

나의 젊은 날이 전광석화처럼 지나가고 인생의 해거름이 잰 걸음으로 다가 오는 것처럼 삶은 아무런

흔적과 기억조차 남기지 않고 절멸의 무로 수렴될 것이다.

우린 순간순간 우리 삶을 의미 있게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난 또 최선과 최적의 접점을 찾아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 왔으니 앞으로도 더 잘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과 자유는 망자의 유작처럼 점점 가치와 가격이 올라 갈 것이다.

내 삶은 다른 사람보다 점점 더 내게 소중하게 될 것이고 삶의 궁극은 나의 기쁨과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내 인생의 파이의 많은 부분은 내가 가장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내지에서 1 10분 배가 있다.

내 계획은 그 배로 나가 남해 일대를 둘러보고 섬진강과 쌍계사를 돌아 보는 것이었다.

내지에서 종주하고 금평항으로 내려 선 것은 오후 12 10분이였다.

연결되는 버스가 없다.

식당 아줌마는 콜택시를 부르던지 부지런히 걸어 가란다.

단지 짧은 원점회귀를 위해 2만원 들이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나는 시간이 촉박했지만 50여분을 남기고 걸어서 그 길을 가기로 했다.

마음이 급해서 뛰다가, 걷다가 하는데

이제 한창인 사량도 해안길 벚 꽃과 포구는 왜 그리 아름다운지

난 바쁜 중에도 나른한 사량도 봄날의 풍경을 찍어 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항을 지나고 한 참을 걸어가다가 시간을 보니 뱃시간이 겨우 20분 남았다.

하는 수 없이 길가에 서서 손을 드는데  SUV차를 몰던 진주 아저씨가 단 박에 차를 세워 주셨다.

사량도 공사 때문에 들어와 있는데 자기도 통영에 나가는 길이란다.

난 아저씨 덕분에 배를 놓치지 않고 다시 용암포로 나올 수 있었다.

 

용암포에서 삼천포 대교를 지나 남해로 갔다.

빛나는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다도해 섬들

난 부족한 잠과 나른한 봄날의 햇살에도 졸리지 않았다.

무수한 봄을 남도에서 보내고도 사량도에도 남해에도 벚꽃이 그리 많은지 처음 알았다.

봄빛은 화사하고 바람은 부드럽다.

마늘은 웃자라고 꽃이란 꽃은 다 피어 난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을 이렇게 건강하게 누리는데 더 바랄게 무엇인가?

 

남해 해안선을 따르다 하동으로 넘어 왔고 섬진강변 벚꽃은 반쯤 떨어지고 남은 꽃 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평일 늦은 시간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화개장터를 4km 정도 남기고 차량은 완전 거북이 걸음이다.

아마도 돌아가는 꽃놀이 상춘 인파가 쏟아져 나오면서 화개 삼거리가 교행하는 차들로 북새통인

모양이다.

해는 점점 붉은기를 머금고 산너머를 기웃거리고 있다.

1km를 남기고 더 이상 참지 못해 차를 도로변에 주차하고 섬진강변을 걸어 화개장터에 가기로 했다.

태양의 잔광이 잠시 머무는 녹차밭과 푸른 섬진강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강변을 홀로 걸었다.

바람이 조금씩 차가워졌지만 얇은 옷 만으로도 견딜 만 했다.

사실 내가 입은 상의는 여름 옷이다.

사량도 산길에서 따뜻한 봄 볕과 부드러운 바람을 가슴 가득 느끼기 위해 상의도 하의도 모두 얇은

여름용으로 갈아 입었었다.

벚꽃들은 불어오는 미풍에도 성급히 꽃 잎을 떨구고 봄은 벌써 북으로 갈 채비를 한다.

저물어 가는 벚꽃 길을 따라 쌍계사 못미쳐 까지 걸었고 저녁 식사를 하고는 건너편 둑길을 따라

어둠이 내린 길을 걸어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 왔다.

애초 걸어 올라 갔던 길에는 벗 꽃 길을 따라 등이 걸렸다.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고도 봄날의 벚꽃을 보기 위해 계속 모여 들었다.

 

봄날은 간다.

내가 아름다운 봄날을 누리던 그러지 않던

내 인생은 흘러 간다.

내가 탄식하고 슬픔의 눈물을 흘리던 내가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르던 아랑곳 없이 흘러 간다.

사람들은 늙어 가는 삶을 한탄하지만 나는 어떤 세월을 보낼지 선택할 수 있다.

남은 세월의 중심에는 내가 있고 그 선택의 기준은 나의 만족과 기쁨이 될 것이다.

 

감사할 게 너무 많은 봄날이었다.

부드러운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

나의 튼튼한 두 다리와 여전히 펄펄 살아 있는 미각

그리고 이 멋진 자유

 

모처럼 나의 방식으로 봄을 보내고 집에 도착한 건 난 12시가 다 되어서였다.

그건 아직 늙을 생각 없는 무릉객의 멋진 봄날이었다

 

                            

                                                                                              2016 4 5일 봄날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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