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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금남정맥

금.호남정맥 5구간(오룡동고개-조약봉-입봉-보룡동고개)



















사진: 서서서


사진: 서서서







사진: 서서서











사진: 서서서























































산 행 일 : 2017 1 8(일요일))

산행코스 : 오룡동고개-탁골봉-주화산(조약봉)-입봉-보룡고개

산행거리 : 8.69km

소요시간 : 4시간

    : 봄날처럼 맑고 포근

    : 귀연산우회 20

 

 

나이들면 서운한게 많은 법이여

오랜만에 강원장님 귀연에 나와서 마구 긁으시더군

직장인 건강검진 야그하다가 아참 무릉객은 작년에 짤렸지?”

아니거든요.

다르고 다르다고 저 “31년 근무하고 만기제대 했걸랑요.

 

서서서님 크로바님 사진은 찍어주고 난 찍어줄 생각 안 하면서 하는 말

이물질은 빠져주세요!”

이녀!

나 이물질 아니고 귀연 본물질 무릉객이여!”

벌써 다 타버린 연탄재가 아니고

한 때 벌겋게 뜨거운 시절도 있었고 다 탄거 같이 보여도

안에는 아즉 시뻘건 알불이여

 

화무른 심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그거 귀연이나 무릉객 야그는 아니다.

나 아즉 내장도 튼튼하고 관절도 짱짱하다고

맘만 먹으면 지리산 당일 종주도 거뜬혀

 

계속 연속되는 시간과 날에 우리가 한 해의 끝과 시작을 마킹한 것처럼

어느 날 늘 변함없을 것 같은 일과 삶의 방식을 끝내는 날이 오게 되지.

그러면 마치 미지의 땅에 첫발을 디디는 것처럼 아주 생소하고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 거야.

우리가 길들여지고 중독된 삶의 방식과는 동떨어진 아주 서먹하고 낯선 세상

시간적인 절충과 마음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맞딱뜨리는 그 세상은 어쩌면 우리가 그 동안 살았던

비 상식적인 세상 때문에 더 힘들 수도 있지

 

문제는 사실 늙는 게 아니고 끈 떨어지는 거

늙어도 현직을 차고 있으면 외로울 새가 없어도 끈 떨어지면 평화롭던 대지에 스산하고 황량한 찬바람이

몰아치거든

내 앞에서 목청 높여 위하여 !”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 흔적 없이 사라지고

뻑하믄 술먹자던 후배 넘들 이젠 연락도 잘 안하고….

올핸 불나게 들어오던 새해인사와 카톡 소식도 팍 줄어 버렸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 보다 더 큰 현역과 예비역의 차이

그건 유효기간이 지난 신선식품과 보존기간이 지나 용도페기 되어야 할 서류 같이 사회가 어딘가치우고

싶은 고물 같은 거

 

세상의 이치는 원래 안 그런데 세상에 넘치는 게 사람이다 보니 아직 시푸르둥둥해 보여도 바코드에 찍힌

제조연식이 언제냐에 따라 폐품으로 분류되는 것일 뿐 

기다려봐!

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전쟁이 부활하면 금값과 젊은 노인 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오르게 될터이니

그런데 서운하다는 건 지금 까지의 관성과 기대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다는 느낌 같은 거 때문이겠지.

걱정마 !

내 삶의 앞장은 여백 없이 빽빽히 다 채워졌어도 아직 뒷장이 남았어

내 삶의 뒷장은 많은 여백을 남겨 두겠어.

그 남은 여백에는 나의 기쁨과 감동을 써야지

써야 할 내 삶의 일기는 이제 천천히 느리게 쓸거야

설령 내 삶의 뒷장마저 쓸 수 없는 이면지가 되어도

난 종이 비행기기 돠어 바람 타고 멀리까지 날아 갈 거야

 

살아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났고

퇴직 후 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 곁을 떠났지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오랜 친구들은 늘 내 곁에 남아 있고

내겐 변함없이 자연이 남았지

영혼을 울리는 장중한 산의 침묵과 가슴을 흔드는 고원의 바람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은 것처럼

산 친구들도 오래 내 곁에 머물러 주겠지

 

 

귀연이 좋아

큰놈은 매일 거르지 않고 카톡 정보 보내주고….

배낭 메고 나가면 부동의 현역인 돼지 친구들이 우글거리고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 나 따라 같이 늙어가는 후배들 까지 득실득실 하지

정년도 없구 수강생이 많지 않아 출석미달로 짤릴 염려도 없지.

근무 태만과 회칙농단으로 인한 징계조치도 없어

술 안 사준다고 삐지는 후배는 없구 뻑하믄 식고문에 술 사준다는 선배들은 많지. 

우린 만나서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얼굴 맞대고 고민을 나눌 필요도 없어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용도 페기되는 나이가 귀연에서는 아직 한창 때라는 거

베낭만 둘러메고 나가면 날 갈구는 후배와 선배들이 언제나 넘치는 정으로 술을 따라 주고

철 따라 변화무쌍한 자연은 언제나 기쁨과 사랑으로 나를 반긴다.

서운함이 많을 나이에도 귀연과 자연이 있으니 사실 난 서운할 일이 별로 없다.

여전히 튼튼한 두 다리와 가슴 속 뜨거운 열정만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서운할 것도 잃을 것도 아무 것도 없는 즐겁고 아름다운 세상일 뿐이야

 

서운해할 시간도 이젠 아까운 나이군

늙어도 세상의 중심에는 항상 내가 있고 세상은 나를 축으로 도는 거야

네가 즐거우면 세상이 아름다운 무릉도원이 되고 네가 슬프면 세상은 비극의 성채가 되는 거지

결국 모든 희로애락과 세상의 길흉화복은 네 작은 가슴에 다 들어 있고 세상은 네 마음대로  만들어

가는 거야

 

 

 

사실 귀연이 그리 약해진 건 아니었다.

단지 금.호남 정맥 5구간 엔  중간에 끊을 때가 없다는 거

피암목재 까지 끊으면 또 가기는 가겠지만 가뜩이나 손님이 없는데 A,B팀 나누어 놓으면 추운날

너무 오래 바람 길에서 또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겨울날 해는 좀 짧은가?

집행부의 고심이 있었겠지만 우린 오룡동 고개에서 보룡고개 까지 유래없는 짧은 길을 걷고 나름

즐거운 여행길을 만들기로 했다.

 

오늘도 내림 길보다 오름길이 더 많았지만 날씨는 봄날 같아 봄소풍이라도 나온 듯 발길은 가벼웠고

봉우리마다 후련한 조망과 드높은 맑은 하늘은 즐겁고 여유 있는 산행을 만들어 주었다.

우린 오룡동고개를 출발해서 탁골봉과 635봉에 발도장을 찍고 세봉임도로 떨어졌다가 호남정맥이

분기하는 역사적인 주화산(조약봉)에 올랐다.

그 곳에서 등로는 우측으로 방행을 틀어 568봉과 갈대가 우거진 입봉을 거쳐 보룡고개로 내려서는

것이다.

정맥길이란 때론 백두대간 보다 낙차가 심해서 바닥근처 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차고 오르기에 오늘

좋은 날씨에도 힘든 구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조약봉 앞 헬기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트림과 방구가

나오기도 전에 우린 어이없이 보룡고개로 내려서고 말았다.

이게 뭐여?

해는 아직 중천에 떠 있고 몸은 이제 막 풀리려고 하는데 너무 짧아 아쉬운 산행이었다.. 

 

보룡고개 폐쇄된 휴게소 한 켠에서는 일찍 도착한 선두팀들과 주화산을 생략한 팀들이 먼저 내려와

야외에 상을 차려놓고 식사를 하며 술 한잔을 나누고 있었다.

전주에 가서 한옥마을 구경하고 남부시장에서 술 한잔 친다고 하더니 화심순두부 집에 예약을 해

놓았단다.

공교롭게 오늘 마눌이 오늘 점심으로 김치와 생두부를 싸주더니 법무부 공주분소에서 인성교화

책임관으로 근무하는 백범이 오랜만에 귀연에 모습을 드러내자 메뉴를 아애 두부로 통일해 버린모양이다.

 

후미팀이 도착하는 대로 바로 출발할 거란다.

우리가 후미인 줄 알았는데 아즉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니?

그려 오랜만에 큰놈이 나오더니 또 젊은 것들이 뒤에서 먹방을 차린 거지….”

아무리 먹는 게 남는 거라 해도 그렇게 마구잡이로 먹구 또 순두부가 넘어 갈까?

순두부집 에약해놓고 소주를 곁들여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고 있다니 역쉬 대단하신 분들….

내 배도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조약봉에서 식사하길 잘한 셈이다..

 

하지만 그건 괜한 기우였다.

사람들은 순두부 한 투가리에 공기밦 한그릇씩 다 비우고도 모자라서 손으로 만든 커다란 두부 까지

한 모씩 시켜서 죄 먹어 버렸다.

 

화심순두부 집은 아주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전주 외곽인데도 식당은 아주 크고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도 식당 안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세상에나!  요새 불경기라 식당 폐업하는 데가 많다더니 여긴 아얘 딴 세상이다.

중국집이나 호떡집에 불났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순두부집에 불난 건 처음 본다.

주차장 크기가 그렇게 큰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세상은 요지경이다.

AI로 어떤 양계장은 돈 벌고 어떤 양계장은 망하고

그 넓은 보룡고개 주휴게소와 휴게소는 폐업하고 한적한 시골 외곽 회심순두부집은 돈을 갈쿠리로 긁고….

 

어쨌든 화심 순두부 집이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것처럼 내 배도 입추의 여지가 없어졌다.

오늘 순두부도 청계님이 쏘셨단다.

저번에 장수 순대도 맛있게 먹었는데….

“:감사합니다. 선배님 !”

누가 그러던데 청계님은 아무리 써도 써도 돈이 줄지 않는다드만

하지만 돈이란 많다고 잘 쓰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있어야 쓰는 거다.

 

모두들 배에 차서 더 이상 여유가 없으니 당연히 집에 갈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번에는 강원장님과 쾌남님과 대전에서 한턱 쏘신단다.

이름 바꿔야 할 판이네

귀연이 아니라 귀주  (술집으로 돌아가자!)

요즘 급속한 고령화로 파이프 수선 경기가 회심 순두부집처럼 좋아 지는가?

쾌남님은 국책연구과제라도 하나 딴 모양이여!

아니여 밥과 술을 사는 건 돈이 아니고 마음이고 정이여.

 

취지는 좋은데 시방 그게 가능할까?

거기다 삼겹살?

여기서 대전 까정 1시간 이면 떡을 치는데

이게 후배들 대접하자는 거유 아얘 식고문 하자는 거유 ?

아이구 선배님들 우리가 한 번에 마구 먹고 동면에 들어가는 곰도 아니고 날 잡아서 순서대로 쏴주시면

안되나요?

어짜피 소용없다.

이미 귀연에서 끈 떨어진 무릉객 야그니까.

내가 한 위장 하긴 하지만 오늘 워낙 먹은 게 많아 거의 질식상태라 3차는 포기하고 그냥 갈마역에서

내리려 했는데 웬걸 버스는 막바로 보안관이 경영하는 삼겹살집으로 직행이다.

먹다가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지만 용도페기 대상인 나이에 이렇게 식생활이 문란해도 되는 건가?

 

근데 웃긴 건

막상 또 삼겹살이 냄새를 풍기며 구어 지니 또 술과 함께 들어가더라는 거

웃고 떠들면서 술과 함께 먹으니 그것도 술술 넘어가고 들어간다는 거….

 

어쨌든 정맥길에서 오랜 만에 누리는 귀연의 여유로운 망중한 이었고 화려한 대동금남정맥 2017

개강파티였다...

혀 꼬부라진 난해한 백범의 건배사는 주제를 파악하기 힘들었어도 술자리는 즐거웠고 건배사보다 더 힘에

넘치는 백범의 표정과 제스쳐는 앞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귀연호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회장후보의 강력한

신념이자 선거유세였다.

법무부 백범 만세!”

백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네

오늘 먹은 두부도 아랑곳 없이 다시 또 거기로 돌아 가겠지만 올해는 꼭 개과천선하여 귀연에도 자주

나오고 법무부에서도 승승장구 하게나!

 

그리고 고맙소 선배님들

이건 밥이고 고기고  술이 아니야

이건 정이야

그래 ! 이런 날도 있어서 산이 좋고 귀연이 좋고 산 친구들이 좋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