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휴가를 낼 수 없는 빡빡한 인생 2막이라 5월의 황금연휴는 오래 전 계획한 여행으로 제쳐두고
나머지 주말을 가지고 일정을 조율하다보니 날자가 늦게 나와 올해 어버이날 가족 모임 일자는 다소
뒤로 밀렸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앞둔 평일저녁에 은비와 정서방을 불러 어머님 모시고 저녁 식사를 했다.
동생들도 각자 주말에 찾아 보고 전화라도 넣어드렸을 터이니 그리 서운하진 않으셨을 게다.
시간은 참 잘도 흐른다.
비금도 여행을 다녀오고 정신없이 일상에 휘말리다 보니 금새 회동 일이 돌아왔다.
하필 항식이 딸래미 결혼식이 가족모임과 겹치는바람에 가서 축하해 주지 못해서 못내 섭섭했다.
쉬었다 가는 법이 없는 세월은 언제부터인가 서두르기 까지 한다.
아버님은 돌아가신지 벌써 7년이고 난 이제 멀지 않아 할아버지가 될 터이다.
어머님은 한 해가 다르게 쇠약해지신다.
태형이 외할머니가 떠나신 것처럼 어느 날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실 것이다.
떠나시기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형제들간에 우애 있게 지내고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살아 계실제 잘해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큰 효도는 자식들 각자가 아무탈 없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부모는 힘들어하는 자식이 가장 가슴 아픈 법이니까
럭셔리한 마티즈 뒷자리에 어머님을 모셨다.
마눌은 옆에 타고 태현이는 할머니 옆에…
사람들은 마티즈가 접촉사고로 찌그러지면 창문닫고 배기통으로 입풍선을 불 바로 펴진다고 비하하지만
그건 명예훼손이다.
이정도 무게면 웬만한 세월의 폭풍에도 마티즈는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숲에서는 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티즈를 타고 벤츠 뒤를 따라가면 마티즈는 보이지 않고 벤츠만 보이는 법이다.
여행의 기쁨은 차에 담기는 게 아니라 창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을 통해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은비 유럽여행만 아니면 우린 온 가족이 다 참석해서 회식 한 번 제대로 하는 건데 어긋난 일정이 아쉽기
그지 없다,.
한번도 쉬지 않고 수덕사로 갔다.
나도 가 본지 몇 년은 되었고 어머님도 오래되었을터…
동생들이 도착하기 전에 어머님 모시고 수덕사 경내를 돌아 보았다.
떠나기 전에 내년에는 이젠 같이 놀러 못 갈 것 같다는 어머님이 말씀이 마음 아팠는데 어머니는 일주문에서
대웅전에 오르는 다소 가파른 길을 천천히 잘 오르셨다.
부처님게 삼배를 올렸다.
“어머님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도패밀리 모두 걱정 없이 잘 살게 해주세요..
제 남은 인생 늘 기쁨과 행복 속에 살게 하시고 언제나 필요한 사람으로 남게 하소서!”
시간이 남아서 모처럼 경내를 샅샅이 돌아 보았다.
박물관에 전시한 한지로 만든 제기가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직접 설명해 주었는데 1000만원에 팔라고 했는데도 팔지 않았다고…
나도 노년에 한가해지면 목각공예를 배워 멋진 작품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형제들과 합류하여 기념사진을 찍고 저녁 해변만찬을 생각해서 비빔밥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간월도로 이동했다.
친구들과 자주 들렀던 곳이지만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오니 또 느낌이 새롭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간월암과 물빠진 해안을 둘러보고 부두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모처럼 가족들과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간월암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대천 숙소로 이동해서 여장을 풀었다.
가족들은 휴식하고 영태와 나는 대천항으로 가서 가족들이 식사할 적당한 식당을 물색했다.
대천 어항에서 직접회를 떠서 대천항 끝머리 해변식당에 식사하기로 에약했는데 해수욕장에 있는 식당처럼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바다에 떨어지는 낙조가 바라다 보이는 나름 소박하고 운치 있는 식당이었다.
변경된 골프 약속 때문에 식사 후에나 합류할 수 있었던 희수네를 빼고 우린 모처럼 즐거운 해변 만찬을
즐겼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싱싱한 자연산 회는 맛이 일품이었고 그렇지 않아도 불가사리 먹성을 달고 다니는
패밀리들은 먹고 남을 충분한 양이라는 회뜨는 아줌마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벼메뚜기 처럼 달려들어
일차 주문량을 순식간에 초토화 시켰다.
이후 갑오징어외 10만원 어치의 회와 부대 안주를 추가하여 연회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매운탕에 공기밥 까지
완젼 풀코스로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웬걸 마지막엔 남은 살과 뼈로 어죽 곰탕 육수를 내어 라면 까지 넣어
저인망 무차별 쌍끌이 공략 끝에 바닥까지 말끔이 훝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입금하는 월회비가 25만원이나 날라갔는데 이라다 적립회비 먹는데 다 날리게 생겼다.
그래도 어쨌든 잘 먹는 게 좋은 것이다.
남들보다 맛있게 잘 먹는다는 건 인생의 기쁨 하나는 예약하고 사는 거니까
패밀리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맛있게 먹는 모습에 어머님도 흐믓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항상 “즐겁게 살아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김은옥 여사님…
모처럼 대천회동 기념으로 패밀리 노래자랑을 하려 했는데 희수네 도착이 늦어 식사하고 들어오느라 시간
소모가 많았던 탓에 우리는 막바로 실전 민속놀이 혈투에 돌입했다.
대천의 밤이 다소 아깝긴 하지만 우린 12시 30분 까지 데드라인을 정하고 물러설 수 없는 또 한판의 숙명의
대결을 펼쳤다.
요즘 새로 벌린 사업으로 격무에 시달린 정은부는 일찍 잠드는 바람에 다행히 사업자금을 축내지 않았다.
대세의 흐름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생겼다.
불가에 귀의한 희수부의 옴마니 반메홈 카리스마가 현저하게 쇠퇴했고 제수씨의 바쁜 일정으로 혈혈단신
내려온 연우부는 응원세력의 부재로 지갑에 큰 구멍이 났다.
요즘 전국을 빠대고 다니는 태형네는 온몸에 대자연의 기가 실렸는지 운빨이 하늘을 찌를 기세 로 치솟아
또다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옛날 본전을 되찾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새롭게 역마살이 뻣치는 집안이라 먼 곳으로 출장가서 판을
벌리기만 하면 판세를 휩쓸고 있다.
역대 전적으로 보면 은비네가 가장 안정적 아닐까?
많이 따지도 못하지만 많이 잃지도 않는 ….
연우부는 약은 화투로 늘 광팔아 연명하는 앵벌이 수준이라 비하하지만 엄연히 연사가 있는 판에서 안정
적인승률을 가져가는 것은 나름 실력이고 내공이다.
잘 먹고 잘 노는 가운데 바닷가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먼 바닷가에 오면 전투 민속놀이는 잠시 중단하는 편이 낫겠다.
가족들과 밤바다도 거닐어 보고 해변 찻집에서 차도 한 잔 마시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낭만적인 해변 바에서 맥주잔을 부딪히며 남은 우리 즐거운 삶을 위해 건배하는 것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될 것이다.
오래 살아 보니 늘 가까이 있는 것이 소중한 것이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서 우리가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많은 것들이 우리 삶을 따뜻하게하고 세상을
살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부부와 자식, 부모와 형제…
이 삭막한 세상에서 고통을 함께 나누고 끝까지 믿어 주고 응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건 하늘이 만들어준 인연이지만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어이없이 허물어질 수도 있고 한 번 어긋나면
힘든 세상 한 가운데서 더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파도소리 들으며 우린 도패밀리의 변함없는 건승을 확인하며 즐거운 대천회동의 첫날밤을 그렇게 추억 속에
갈무리했던 것이다.
.
1일차 일정
수덕사 관광
수덕사 식당에서 산채 비빕밥 주익
간월암 산책
대천어항에서 회와 술 한잔 저녁식사
2017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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