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쩍엔 우린 길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
그냥 깨어나고 바라보는 세상이 경이롭고 즐거웠지
젊은 날엔 우린 각자 갈 길을 잘 알았어
개울물이 강물로 흐르듯이…
강물이 바다로 가는 길을 잘 찾아 가듯이…
우린 그렇게 묵묵히 각자의 길을 걸어 갔지
그 길이 간직한 수 많은 삶의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며..
길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풍경을 즐기면서 …
그렇게 풋풋한 인생의 봄과 잎새 무성한 여름을 보내고
벌써 인생의 가을이야
이젠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리고 조금씩 가벼워지고 둥글어져야 하는…
“자! 이제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 들어라!”
담배연기 자욱했던 입영전야 !
젊은 그 날은 아쉽게 흘러 갔다.
머지 않았군 친구들 …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꽃이 될 날이….
샴발라를 아는가?
인도 북부의 어느 지역에 있다는 전설의 왕국으로 “절대 평온의 세계”
큰 의식이 모든 물질계와 현상계를 지배하는 세계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극히 평화로운 세상으로 궁극의 도와 맞닿아
있는 전설의 이상향
무릉도원과 이어도에 비견될 수 있는...
“사념의 구름위로 날아라. 사념의 구름 위를 걸어라
그리고 절대평온의 샴발라에 이르라”
살아가면서 매 순간마다 평화를 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세상은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우리가 늘어뜨린 인연은 또 그리 많으니…
우리가 어깨에 짊어진 삶의 짐을 아직 모두 내리지 않았으니….
이세상은 단순히 살아 가기 위해서도 수 많은 대가와 세금을 치러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수많은 전쟁에 휘말리기도 하는 거니까….
세상과, 삶과 그리고 자신과
하지만 그냥 인정하자.
다 사는 게 그런 거라고…
우리가 뜨겁게 익어간 세월이 있고
모진 세월에 갈고 닦은 긴 호흡의 깊은 내공이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길에서는 그 평화와 풍경을 즐기고 …
거칠고 험한 길에서는 스릴과 모험을 즐기고 …
그렇게 사는 거지
그리고 한 번씩 가슴이 울컥하고 또 무언가에 목마름을 느낄 때는 훌쩍 떠나는 거야
내 심장의 고동과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는 곳
깊은 산 속에서 흘러내려 맑게 고여 넘실대며 언제라도 가슴의 갈증을 후련히 풀어헤치는 그 곳으로…
친구들!
세월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더 빨리 흐르고
늘 푸르고 마르지 않을 것 같은 영혼의 샘물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젠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하나쯤은 손에 넣었는가?
삼발라에 갔다.
젊은 날을 함께한 오랜 친구들과 ….
내 일정에 맞추어 통발을 넣다 보니
속세를 떠나 자연으로 가는 마차에 올라 탄 친구들은 달랑 네 명
전환,종경,항식 그리고 나.
그 때 그 친구들만…
마차는 거저 방울소리 울리며 무릉도원으로 떠났다.
푸른 계곡의 물은 내 가슴에서 후련하게 부서지고.
술병에서 추억과 인생이 쏟아진다.
폭염경보는 채 11시가 안되어 날아 들고 도시는 더위에 지쳐 갈 때
우리는 연어처럼 계곡을 거슬러 올라
깊은 계곡의 그늘 아래서 이빨을 부다닥거리며 오랜 친구들과 막걸리 한잔을 친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한 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머리색 바래고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친구들은 함께 40년전 그 시절로 돌아 갔다.
“자! 이제 우리의 남은 젊음을 위하여 잔 들어라!
산이 말했다.
이제 좀더 가벼워지라고
여름은 이렇게 보내는 거라고…
삼발라에는 싼 값으로 살 수 있는 멋진 풍경과 즐겁고 행복한 하루가 있다.
그냥 단순히 아침 일찍 떠나는 것 만으로 잊지 못할 멋진 추억을 만들 수도 있다.
탈무드에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아침에 마시는 술은 돌이고
점심에 마시는 술은 구리고
저녁에 마시는 술은 은이고.
사흘에 한 번 마시는 술은 금이다.
우리는 아침에도 막걸리 한 잔하고
점심에는 막걸리 대짜배기 두통 비우고
저녁에는 좋은 안주를 앞에 두고 맥주 2병에 소주 2병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나누는 술은 우리의 굳은 몸에 피돌기를 원할히 하는
삶의 보약이 아닐런지…..
그래서 또 2017년 여름이 가는거지..
17년 8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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