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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이기자 전우들과 대천여행























































































































































늙어 간다는 건 세월에 좀더 너그러워 지는 것이다.

삶이 한갓 구름이요 세월이 바람이란 걸 아는 것이다.

물길을 거슬러 더 높이,더 멀리 오르려는 강박과 욕심을 내리고

흘러가는 세월의 물길에 몸을 맡길 줄 아는 것이다.

가끔 길이 바뀌고 목적지가 바뀌어도 삶이란 수시로 그럴 수 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길 위에서 뒤바뀌는 풍경의 변화를 즐길 줄 아는 것이다.

시린 가을바람조차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을은 떠날 수 있는 자의 몫이다.

지금처럼 또 노도와 같이 세월이 흘러간다면 우린 머지 않은 날에 도시의 창 밖으로 창백하게

물드는 가을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밤새 안녕인데

낡아가는 몸처럼 어느 날 세월에 지친 마음이 갑자기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없이도 붉게 타오르다 스러질 가을이고

나 없이도 잘 돌아가 갈 세상이지만

나 없이 아름다운 가을이 무슨 의미가 있고 나 없이 잘 돌아가는 세상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내가 감탄할 수 있는 가을이어야 아름다운 가을이고 내가 춤추어야 아름다운 세상이지

 

 

1일차 (11 5)

멀찌기 잡아 놓은 약속이지만 그날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이기자 전우 2차 부부모임

젊은 날의 잠시 스쳐간 짧은 만남이 인생의 황혼길 까지 이어지고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친구임

을 옆지기들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니 우린 참으로 소중한 인연 아닌가?

 

당나귀 !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

우린 그렇게 가을 바다를 앞에 두고 반가운 해후를 했다.

 

한화콘도에 여장을 풀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일단 바닷가에서 해물 뚝배기로 점심식사를 하고

차 한대로 상화원으로 갔다.

휴식 같은 평화가 머무는 작은 섬

지난 봄 어머님 모시고 형제들과 함께 했던 여행길에서 마눌의 추천으로 우연히 만났지만 참으로

느낌이 좋았던 곳이다.

이 섬은 삶의 여백을 아는 누군가가 만든 모양이다.

섬 둘레를 잇는 아름다운 길에서 만나는 무수한 쉼터들…..

탁트인 바다와 시원한 바람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 벙커에서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값이 얼마인데

여긴 그림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마시는 커피와 차가 다 공짜. !

게다가 떡도 공짜.

바닷가 쉼터뿐이 아니라 통유리 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한옥 별장들도 다 공짜다

짧은 산책 길은 두 시간이고 세시간이고 고무줄처럼 늘일 수 있다.

무더워진 지난 해 오월에는 우린 한옥 한 채를 전세 내고 숭늉처럼 녹차를 마셔대며 대청마루에

누어 오래 빈둥거렸다.

좋은 사람들과 다시 와도 또 좋은 곳.

우린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그 동안 밀린 얘기를 나누며 느리게 느리게 걸었고 따뜻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그 동안 밀렸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콘도로 돌아와 잠시 휴식하고 바닷가 낙조를 보고 대천항으로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보통 여자들은 콘도에서 음식을 장만하거나 회를 떠와서 먹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차리고 마무리해야 할 일거리가 많으니까

하지만 엄하사 부인의 제안하고 모든 부인들의 추인으로 옛 전우들과의 자유롭고 낭만적인 해변

술상은 콘도에서 차려졌다.

우린 함께 바닷가의 붉은 낙조를 바라 보았다.

우리의 황혼 길도 저렇게 아름다워야지

 

이 짧은 가을에는 어디를 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떠날 수 있는가?

누구랑 떠나는가?

혼자 떠날 수 있어도 좋은 가을이지만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가을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린 다시 옛날로 돌아간 듯 편안하고 여유롭게 술 한잔 쳤다.

차하사 부인과 엄하사 부인이 요리하고 치우느라 고생한 덕분에….

비용도 절약했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마눌에게도 좋았고 시간도 절약했다.

술잔에는 낙조의 여운과 바닷가의 낭만이 뚝뚝 덜어지고 맛있는 술과 회는 입에 쩍쩍 달라붙었다.

많이도 먹었다.

농어 무지 큰놈 한 마리 + 놀래미 댓마리 + 쭈꾸미 + 소라 그리고 매운탕 까지

엉겁결에 마눌 생일 얘기를 꺼냈는데 차하사하고 엄하사가 대천 까지 나가서 케익과 선물을 사오는

바람에 마눌은 잊지 못할 생일 상을 받았다.

고맙네 친구들…!”

 

우리 셋은 함께 늦은 밤 바닷가를 거닐었다.

멀리보이는 해변 끝 네온이 사라지는 곳 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이층 술집에 앉아 맥주한잔을 더 쳤다.

그렇게 대천 가을바다는 낭만적이었고 함께 여행하고 기꺼이 늦은 밤바다를 걸으며 술 한잔 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한 것 만으로도 으로 소중한 날이었다

 

 

 

2일차(11 6)

늦잠을 자고 사우나를 하고 해변 해장국집에서 선지 해장국을 먹었다.

원래는 7 40분 배로 삽시도에 들어갔다가 섬을 둘러보고 점심 먹고 나오려 했는데 차하사가 무창포

바닷길이 갈라진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무창포 바닷길을 걷고 계화 예술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9 30분부터 12시까지 바다가 잘라 진다고 했는데 10 40분에 도착하니 이미 바닷길은 넓게 드러

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조개를 캐고 있었다.

 

조개를 캐는 것은 노동 생산성이 너무 떨어지고 고된 일이라 당초 계획을 접었지만 낙지를 잡은 아줌마도

있고 벌써 많은 조개를 캔 사람들도 있어서 물웅덩이를 지날 때는 혹시 못나간 고기나 낙지라도 라도

있을까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한 마리만 잡아도 어제 남은 술로 해장술 치는 건데…..

돌이 많아 발은 좀 불편했지만 작은 섬까지 산책을 하다 돌아 오기로 했다.

근데 난데없이 어떤 아저씨가 끼어들어 11시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부인들은

혼비백산해서 다 나가 버렸다.

자기들 만이라도 살아야 된다고

바닷가에서 살았던 엄하사는 한 술 더 떠서 걷는 동안 물이 들어오면 순식간에 들어와 덮어버린다고

겁을 주었다.

이런 데서는 피할 데도 없다고

난 수영은 젬병이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물에 잠기지 않을 높은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중간 까지만 걸어갔다가 돌아오려 했는데 차 하사가 괜찮다고 계속 가자는 바람에 바짝 쫄아서 물이

들어오는지 계속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면서 섬 까지 갔다.

당근 돌아오는 길은 점점 속도를 빠르게 해서 서둘러 해변으로 나왔는데 웬걸 우리가 돌아와 차한 잔을

마시고 무수한 애기를 나눌 때 까지도 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

차하사가 군대생활 잘 했던 비결은 바로 이런 여유랑께……

 

우린 해변의 가을 햇살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개화 에술공원으로 갔다.

넓은 공원에 화랑이 있고 무수한 돌과 시가 있는 곳

대학 친구 동윤이가 날 데리고 가주었던 곳인데 우린 그 때 그 넓은 곳을 다 돌아 보며 괜찮은 시들을

읽어 대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오늘은 화랑과 식물원을 중심으로 돌아 보았고 반대편 무수한 돌과 시가 있는 긴  산책로는 생략했다.

 

점심은 보령시 맛집을 검색하다가 꽃게탕과 꽃게가 맛 있다는 대천게장 집을 찾았는데 엄하사가 지인

에게 전화를 걸어 숙이네 맛 집을 소개 받는 바람에 그 곳으로 이동했다.

대천시 남곡동인데 대천시내가 아니라 대천항 가까이에 붙은 곳이었다.

네비가 길을 헷갈리게 안내하고 도착한 곳이 파리가 휑휑 날아다니는 허름한 집이라 내심 대천 게장집

으로 갔어야 한다고 떨떠름 했는데 나온 음식의 맛을 보니 기가 막혔다.

 

요 몇 년 새 내가 여행지에서 맛본 음식 중 단연 최고였다.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밑반찬 하나 하나 까지 메인 음식처럼 모두 이렇게 맛 있는 집은 처음이었다.

잘 지은 집 밥과 간장 게장 까지 있는 맛깔스러운 집 반찬

맛 있는 싱싱한 간재미 무침은 미각의 오르가즘과 꼭지점 댄스

마눌 컨디션이 안 좋아 내가 운전해야 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막걸리 두 잔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얼마나 간재미회를 많이 먹었던지 집에 돌아와 출출하면 밥이라도 삶아서 김치 척척 걸쳐서 먹는다고

했는데 고단백 고칼로리여서 그런지 늦은 시간 까지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내가 저녁을 생략하고 잠드는 날이 다 있다니….

해변 횟집에서 바가지 쓰는 것보다 숙이네에서 간자미회나 우럭탕 제대로 먹는 것이 훨 낫겠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기꺼이 추천 할 만한 곳이다.

‘”친구들 다음 삽시도 여행길에 한 전 더 오세!”

우린 그렇게 함께 자유와 힐링의 여유로운 이틀을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헤어졌다.

사람도 풍경도 음식도 다 좋은 날이었다.

 

세월은 늘 이야기 한다.

머지 않아 너의 눈은 점점 침침해 지고 귀는 어두워 질 것이다.

너의 가슴에서 물기가 메마르고 다리는 후들거릴 것이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 나눈 아름다운 풍경과 맛 잇는 음식은 우리의 황혼이 어때야 하는 지를 이야기

해 준다.

그만큼 열심히 살았으면 되었네

이젠 적당히 농땡이도 부리고 가끔은 바람 길에 퍼질러 앉아 게으름도 피우고

그렇게 사는 거지.

좋은 친구들과 좋은 추억 만들며 그렇게 늙어가는 거지.

 

저승길이 가까워 가는 황혼 길 인생 별거 있나?

나 건강하고 마눌 건강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친구가 있으면 되는 거지

내가 아프면 내가 번 돈 다 남 돈이고

가고 싶은데 없고 입맛 떨어지면 돈도 다 소용 없다네

눈이 침침해지기 전에 아름다운 풍경 많이 보고 귀가 어두워 지기 전에 아름다운 음악과 사랑스런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지

갈 수 있을 때 멀리 가고 먹을 수 있을 때 맛 있는 것 많이 먹어야지

우리가 오는 날도 몰랐지만 가는 날도 모르니 난감하긴 하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남은 시간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

매일 혼자 몰고 혼자 묵으면 맛 있능가

가끔은 같이 나누어 야지

 

반가웟네 친구들 그리고 마나님들

다만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2017 11 5 ~6   이기자 전우들과 대천여행

 

 

소요경비

<11 5>

한화콘도숙박       : 92,000

상화원입장료       : 36,000 (인당 6000)

+매운탕(대천항):  : 110,000 (농어대짜배기,놀래미,우럭,쭈꾸미)

,음료외 마트 지출 : 58,800

심야맥주           : 28,000

<11 6>

사우나             : 15,000

아침해장국         : 48,000

개화예술공원입장료 : 24,000

숙이네맛집         : 103,000 (대천시 남곡동 041-931-8177)

                    간재미회무침 대짜배기1 + 우럭탕 대짜배기1개 막걸리2 + 공기밥

 

 

총소요  514,800 (가족당 172,000)

 

11 5일 해물뚝배기탕 도하사 부담

소라 및 추가야채 엄하사 부담

해변 커피 차하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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