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짜여진 일정을 뒤집어 덕유의 고산 설릉에서 귀연 한 해의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남덕유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장쾌하게 구비치는 눈덮힌 덕유 주릉을 바라보아야 정신이 번쩍나지
그래야 새로운 의욕과 열정으로 밝아오는 새해를 두팔 벌려 맞을 수 있는 거지
이름하여 “송년 정기산행”을 대서 특필하고 산대장을 자처했다.
전국비라 다른 산악회는 다 취소를 해버렸는데
밑는 구석이 있어서 취소를 안 했다.
귀연은 한 번도 시산제를 거르지 않고
무릉객은 그래도 덕유산 신령님과 잘 통할거라 생각했기에….
아침부터 비가 추실 거린다.
약간 코 땡기긴 하는데 차 안에서 잠 한 숨 때리다 보면 가는 중에 그치겠지….
아침밥을 먹으러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렀는데…
빗줄기가 더 굵어지더니 아얘 여름비처럼 장대비가 내린다.
그 차가운 비에 간담이 서늘해 진다.
빗 속으로 떠나려는 버스 안에 감도는 무겁고도 침울한 분위기…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산우들의 탄식과 신음소리
그리고 귀와 가슴을 후비는 심란한 소리들
“겨울 비는 맞으면 클라~`”
“이건 그냥 그칠 비가 아니여~`”
“중간에 비를 맞는 건 할 수 없지만, 시작부터 겨울비를 맞으며 산행할 수는 없어”
“어디 음식점 잡아 놓고 술이나 푸세.”
하지만 해발 1000고지에는 흰 눈이 펄펄 날리지 않을 라나?
여기저기 회군의 목소리가 커질 때는 소수 강경 소신파의 목소리는 잦아 드는 법이다.
향적봉 대피소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되질 않는다.
하도 많은 전화라 귀찮아서 받지 않는 건지….
뾰족한 방법이 읍따..
가능한 방안을 내고 표결에 붙이는 원시적인 방법 밖에….
1안 : 비오는 백화산 둘레길 세시간 트레킹 후 사우나 하고 에너자이저 별장에서 놀기
2안 : 일단 에너자이저 별장에 가서 짐 풀고 놀다가 상황봐서 움직이가
3안 : 원안대로 남덕유와 정수덕유로 직진
처음 논란이 여지가 있는가 싶더니 산골타잔이 에너자이저 별장에 관해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대세의 흐름은 순식간에 기울어 갔다..
난 사회자라 의결권 행사를 안 했지만 덕유 강행은 나와 산꼭대기 뿐
혼자면 청승이지만 떼로 하는 날궃이도 재미 있는데……
그래도 혹시 덕유 신령님이 맘을 바꿔 눈을 뿌려줄 수도 있는 건데….
우야튼 우린 의연하게 그리고 결연히 추부 회군을 단행하다.
회군 중에 친구녀석들 전화가 자꾸 왔다.
오늘 어느 산에 가냐고…?
여긴 덕유산인데 온통 눈 천지이고 정말 흰 눈이 미친 듯이 펄펄 날란다.
난 정말 미춰 버리겠다.
그렇게 우린 남덕유 가는 시간 보다 더 오랜 시간 빗길을 달려 황간 산골오지 황악산 자락 아래
비구름이 넘나드는 그림 같은 별장에 도착하다.
도착하자 마자 보일러 이빠이 올리고 자세를 잡다.
능이 칼국수를 시작으로 소림사 주방장 총 출동 오늘의 특선 요리 풀 가동
우린 운동은 10분도 안하고 마실표수육에,능이백숙에 수 많은 안주와 과일 까지 코스요리로
들어오는 그 많은 음식들을 무제한 포식했다..
벼메뚜기처럼….
불개미처럼
부어라 ! 마셔라 !
소주에 막걸리에 담근술에 허여사님이 특별 소장 해왔던 레미마르틴 주류 애장가 소장용
(RESERVE CELLARS COLLECTION 28) 까지 마개를 따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고…
한 해를 보내는 서러움에
그리고 설산에 들지 못한 아쉬움 까지 술잔에 가득 담아 2017 격동의 한 해와 이별을 고했다..
처연히 내리는 겨울비의 슬픈 울음 소리를 들으면서…
노세 노세 비올 때 노세
비 안 오면 못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冬雨도 날 저물면 그치나니…
그래도 우린 행복한 거지
산이 있고
그 산을 떠 돌 수 있는 자유와 건강이 있고
함께 걸어갈 친구가 있으니….
자 아쉬운 2017년을 위하여 그리고 우리의 건강과 사랑을 위하여 잔 들어라~``!
그래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오래 호리호식 할라구 번 돈 약값으로 다 쓰고
설산에 눈맞으러 가는데 비가 내리고…
그래도 이렇게 비를 그을 수 있는 낭만적인 별장이 잇고 함께 술잔을 기울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벗들이 있으니 이 또한 행복이고 좋은 하루 아닌가?
우린 풍경놀이 갔다가 비오는 바람에
밧데리네 집에 놀러가서 잔칫상받고 눌러 앉아 실컷 먹고 돌아 왔네…
부조금 딸랑 2만 5천원 내고 …..
오후에 비는 그쳤는데 술에 쩰인 산우들은 몽환의 운무가 산허리를 감도는 황악산을 바라만 뿐
감히 올라 가자고 들이대는 자 한 명도 없더라.
돌발 상황에 애써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영원한 우리의 마스코트 단비 총무
맛깔스런 능이 칼국수 준비하고 능란하게 조리한 써니님
귀연 일꾼 뿔대 별능선
주류 애호가 수집용 고급양주를 쾌척하신 허여사님
특급 쉐프 김시권 사장님
그리고 비오는 날 멋진 쉘터(은신처)를 제공해 주신 에너자이저님
그리고 어려운 발걸음 해주신 우리의 백두대간 친구들 오랜만에 만난 산으로님, …..
나 어디 갔다 왔냐고?
난 남덕유산 갈라다가 알바해서 황악산 신선골에 떨어졌고 준비해간 도시락도 팽개치고
진수성찬 포식하고 돌아 왔네
산행해서 뱃살 좀 빼러 갔다가 애꿏은 순 살코기 복부근육만 2kg 늘린 채로…..
그리고 몇 몇은 커피 마신 다는 미명하에 맥주집 까지 전전하며 핼래산의 어마무시한 썰쩐과
겁박에 푹빠져 허우적 대다가 헬렐레 돌아갔단 얘기 ..
아이엠 쏘리 !
지송해유
2018년엔 무릉객 잠자코 죽치고 앉아 절대 나대지 않을 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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