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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보훈둘레길 -대학 친구들과




























































은퇴한 어떤 노 교수님이 그랬어

70을 넘으면 신선처럼 살 줄 알았다고..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벗어나 늙음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면서

온갖 시름과 가슴앓이에서 놓여 날 것이라고

부질없는 욕심과 집착도 바람에 훌훌 날려버린 채

오랜 세월에 풍화된 만큼 더 가벼워지고 너그러워질 것이라고

몸이 쇠하고 불편해도 그것이 자연스런 것이라고 오히려 고마워하며 곱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고

모든걸 초월하고 세상을 관조하며 신선처럼 평안하고 유유자적하게 그렇게 남은 날을 살아 갈 수

있으리라고..….


근데 안 그렇더라고

갈수록 더 외롭고 서글퍼지더라고….

욕심도 더 사나워지고 노여움도 더 많아 진다고

마치 한 때의 뜨거움도 없는 예전부터 늙었던 사람인 것 같이 취급하는 세상에 화가 나고

늙고 돈이 없다고 홀대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고

아직도 세속의 욕심과 집착을 내리지 못한 채

그 나이에도 죽음에 초연하지 못하고 삶에 집착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고


왜 안 그렇겠어?

세상이 중심에서 밀려나는 50대 후반에도 벌써 서글픔이 밀려드는데…..

더 쓸쓸해 지지 않기 위해 가슴에서 더 많은 것을 비워내야 하는데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으되 도시에서 삶이란 도를 깨우치는 길에서 멀어 있고

세월의 찬바람은 더 거세지고 몸은 점점 쇠약해 지는데

두 발은 여전히 현실을 딛고 서서 마음은 여전히 세속의 미망을 떨쳐내지 못하는데….


교수님이라 수많은 사람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았으니 그 후유증이 더 심하것지 ?

하지만 워쩌겄어?

다 나약한 인간의 한계이고 삶이 이치가 다 그런 것이어늘

계절이 바뀌면 곰도 굴 속에 웅크리고

날이 저물면 새도 둥지로 돌아가는 법인데….

인생의 겨울에도

여전히 세상과 뒤엉킨 채 눈꼴사나운 일 일일이 간섭하고 가르치려니 힘이 드는 거지


방구 깨나 뀌던 시절에 교수님! 우리교수님하던 사람들이 사라져 외롭고

늙어서 힘 빠지니 괜히 괄시 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나는 거지...

그래서 엣 말에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거구

인생의 겨울날에도 푸른 여름의 기억을 내리지 못하고 여전히 마른 잎을 부여잡고 있으려니 힘이

들 수 밖에


세상이 변했어

하지만 그것 또한 이 땅의 늙은이들과 또 늙어가는 우리들 잘못 아닌가?

오랑캐의 사상으로부터 선조들의 동방예의지국과 노인공경의 미풍양속을 지켜 내지 못한…..

썩을 넘의 세상을 탓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젊은 것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변하는 수 밖에…..


화가 나는 건 아직 욕심이 남아 있는 거구 욕심이 남아 있다는 건 자신에 대한 사랑은

아직 남아 있다는 거

하지만 승질 죽이세요

분노와 비분강개는 건강에 아주 치명적이라는 거

이제 목소리도 낮추시고, 말씀도 줄이시고,

가슴에 쌓인 화는 훌훌 바람에 털어 내시고, 화가 나도 웃으시고


지금쯤은 깨우치셨을 거야

인생의 겨울에는 헐 벗는 나목들처럼 더 많은 걸 내려 놓아야 한다는 걸

노년의 행복은 세상이 혹은 다른 사람이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걸


노교수가 말하는 노회한 70대도 이젠 잠깐일세

빛나는 청춘시절에 만났던 우리가 눈깜빡할 사이에 벌써 이순의 나이가 되었듯이

앞으로 십 년은 두루마리 화장지 풀리듯 순식간에 다가 오겠지….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늙어 가면서 우린 더 행복해져야지….


인생 별거야?

어찌하다 보니 세상에 나온 거구

세상에 나왔으니 잘 살다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거지

살다 보니 세월이 벌써 이만큼 흘렀어

가야 할 곳을 알고 있고 그 날이 금방 이란 거 또 알잖아


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자기 하기 나름이지

다 제 멋에 사는 인생 아닌가?

행복이란 그냥 자기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 거

그리고 조금씩 세월에 둥글어지고 가벼워지는 거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거


하버드대 도서관에는 이런 말이 붙어 있다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닐지라도 성공은 성적순이다.”

머리좋은 갸들도 인정하잖아

성적이 나빠 성공하지 못해도 행복할 수는 있다는 거?

우리 친구들도 박사가 많지만 하버드대 똑똑한 박사들이 그랬어

행복한 인생의 비밀은 행복 하려는 자신의 의지와 주변과의 좋은 관계에 있다고….,

돈과 건강은 그걸 도와 주는 것이고

주변과의 좋은 관계가 흐뜨러 져서 세상에 고립되면 노후의 건강이 더 빨리 나빠지고 건강이 나빠

지면 벌어 놓은 돈은 또 별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잘 살아 보려고 열심히 번 돈으로 구차한 삶을 늘리고 고통스런 죽음을 사야 하는 거야 

슬프게도 자신을 위해 마지막 쓸 수 있는 돈이란 세상에서 제일 비싼 침대를 사주는 거


현명한 누군가 그랬지

행복이란 결국 작은 가슴 속에 다 들어 있는 거라고


인생학 박사들이 말하는 노후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좋은 관계는

화목한 가족, 신뢰와 사랑은 잃지 않는 부부, 좋은 친구들, 취미와 봉사를 나누는 커뮤니티

뭐 그런 거

늘그막의 좋은 부부 관계란 sexual intercourse 이런 거 말고 말 없이 통하는 마음과 신뢰 그런 거

매일 찌지고 볶고 싸우는 부부라도 어려울 때 의지가 되고 마지막 까지 응원과 지지를 함께하리란

믿음이 있으면 그 관계가 행복과 수명에 상승작용을 한다는 거지

다만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상처나 고통을 주는 부부 관계는 이혼보다 더 못하다는 거구….

그러니 힘도 없는 것들이 마눌한테 빽빽 소리지르지 말고 더 힘 빠진 날의 안식과 평화를 위해

마눌들 한테 잘혀라….


그리고 우리가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는 것들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거나 사회적 봉사활동 같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노년의 정신건강에 좋다는 거

사실 일 접으면 취미생활이나 하는 거지 모시기 할 일이 있겄어 ?

그래서 은퇴 후 삶의 만족도가 높았던 사람들은 일하는 친구들을 빨리 노는 친구들로 대체했던

사람들이란 거지

사실 늙어서 뭐 용빼는 거 있것어?  조금씩 쓸쓸해지고 칙칙해 지다가 조용히 가는 거지.

그 생로병사 영고성쇠의 섭리에 머리털 뽑아대며 고통스럽게 맞서느냐 담담히 수긍하고 받아

들이느냐 그 차이겠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지만 길건 짧건 결국 도토리 키 재기고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긴 거야

마지막 죽음으로 완성되어 절멸의 무로 수렴되는….

살아 있으니 가슴은 뜨거워야 하고 아까운 날들이니 즐겁게 살아야지


이런 거 무릉객이 얘기하면 웃긴다고 하겠지

근데 우리도 다 알만한 이런 것들이 미국에서 방구깨나 뀌는 박사들이 수십억을 들이고 수십

년간 연구해서 내 놓은 결론이야.


세상에 없는 게 정답이라지만 그러믄 견적과 답이 딱 나오는 거 아니것어?

노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무엇인지?

추억을 같이하는 오랜 친구와 취미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걸었던 10km의 길이 비단길이었고 우리가

보낸 4시간이 마치 한 시간 인 듯 즐겁게 순식간에 흘러 갔잖아.


우리 인생의 비극은 100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영원히 살 것 같이 행동하는데 있는 거 아닌가?

낼 모레면 떠나야 하는데 10 20년 훗날을 걱정하고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에 속상해 하고..

시간이 풀어줄 문제를 혼자 골 싸메고 씨름하느라 행복할 겨룰이 없는 거지


한 철 나비나 우리가 모시가 다른가?

찬 바람 휙 불면 한 방에 훅 가는 게 인생인데….


늙으면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자꾸 비워야지.

욕심과 집착도 비우고

미움과 원망도 비우고

사상이니 이념이니 이젠 그런 것들 잘난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분노와 증오도 죄 바람과 세월에 넘겨주게

보너스 타면 일 접은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사고

땅 팔리면 볼보만 사지 말고 친구들한테도 한 턱 쓰고


빈 가슴엔 그냥 아름답고 가벼운 것들만 담으면 좋지 않을까?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우리 젊은 날의 추억 그리고 친구들의 선한 웃음 같은 거


그래서 우린 남은 인생길을 더 가벼워진 채 홀가분하게 걸어가야지

드글거리는 노인들 속에서도 또 싸가지 없는 젊은 것들의 야유 속에서도

삐걱거리는 노구를 이끌고도 우린 행복해야지

인생이란 시간이 정해진 짧은 여행길 아닌가?.




1월의 현충원 트레킹


그래 우린 늙어가는 거 맞다.

그 나이에도 아직도 대부분 짱짱한 현역들이긴 하지만

웬만해서는 외로움을 별로 안타는 지호하고 진호까지 나온 걸 보면….


양표녀석 눈에 백태가 끼었나?

난 분명이 1030분 유성터미날 그리고 11시에 황산옥 집결이라고 했는데

자기는 1130분 까지 현충원에 도착하라는 문자 받았다구….

적반하장에  똥낀 놈이 성낸다고 전화에다 호통을 쳐댄다.

동윤이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엄한 동윤이 까지 팔아 제끼면서…….

~~~


어쨌든 우린 양표와 동윤이만 빼고 황산옥에서 복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현충원으로 가서

양표,동윤과 합류했다.


오랜만에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덕하,동윤,성환,양표,전환,종경,진호,항식, 그리고 나

더 오래 못 만난 친구들도 있지만

지난 여름에 만나고 가을에는 이러저러 바쁜 일로 통발을 넣지 못했으니 6개월 만인 셈이다.


성환이 국가 유공자이신 아버님께 꽃다발 드리고 오는 동안 커피 한 잔 마시고 기념사진 한 장 때리고 출발

운동량이 많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갈 일 없는 둘레길

날을 따뜻하고 길은 부드러워 모처럼의 친구들과 회동에 발 길은 가벼운 데

시작하지 얼마 되지도 않아 동윤이 아픈 허리 때문에 다리가 저려오는 돌발상황 발생 ….

와따메 !

동윤이 진짜 큰 병 난 거 아니여?


팔자 젤 좋은 친구가 택배 받다 삐끗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설마 그럴리야 있것어 ?

사람허리가 개미허리도 아니고….

야밤에 무리한 연장근로라도 한 거겠제

우야튼 허리가 아파서 저녁에만 참석하겠다는 동윤이 데려올라고

동윤이 안사람한테 원품 훼손 안하고 돌려 보낸다고 재가 받은 건데

잘못해서 덧나기라도 하면 난 난리 나는 거지

동윤이 허리는 아즉 한 참 더 써야 하는디


오늘 예정 트레킹 등로가 확장된 구간 까지 10키로 남짓이여

3km 정도 거리에 있는 보훈쉼터 우물까지라도 가야 좀 쉬던지 차로 보내던지 결정을 하지

1km도 채 걷지 않았는데 이게 무신 난감한 상황?

하여튼 우리는 걱정과 우려를 안고 천천히 걸어서 보훈쉼터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동윤을 좀 쉬게

하고 노랑길 환형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아 왔다.

보통은 이 코스는 반 바퀴 돌아서 다음코스로 넘어가는데 동윤이 허리가 회복시간을 벌어 주려고

거기다 엎어진 김에 누었다 간다고 묘지 따뜻한 곳을 찾아 주안상 까지 차렸다.

각자가 준비한 간식에 양표가 가져온 대통령표 막거리 대짜배기 두통

좀 빠른 점심을 먹고 출발하고 등로가 편하다고 통발을 넣어서 인지 다른 때 보다 준비해 온 음

식들은 적었지만 해장국을 비운 지 채 두 시간도 안 되어 우린 벼메뚜기들처럼 막걸리 2통과

내 놓은 음식을 초토화 시켰다.

한참을 쉰 덕분에 동윤이 허리도 많이 좋아지고

좋은 날씨에, 좋은 친구에 알코올까지 거나하게 한 잔 곁들였으니 이 길이 실버로드냐 실크로드냐?

우린 서로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 좋게 그 길을 걸었다.

동윤이도 완주를 했으니 고장 난 허리에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셈이고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는

기쁨을 누렸으니 앞으로도  더불어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야지 .


늘 그렇듯이 머무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더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만들고 좋은 길동무가 더 즐거운

여행을 만드는 법이다.


젊은 역사와 추억을 같이하는 오랜 친구란 황혼길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 소중한 것들 중 하나이고

오늘 우린 그 친구들과 함께 노년의 행복에 한 걸음 다가 갔다.

기분 좋게 산행을 마치고 유성에서 사우나를 하고 저녁 약속장소인 목련관으로 이동해서  참으로

오랜만에 지호와 반갑게 해후했다.

바쁜 와중에 친구들을 보러 먼 길을 달려온 친구


즐거운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고

우리는 한잔의 술에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타서 마시며 우리의 남은 시간과 변치 않는 우정을

위해 건배했다..

The clock is ticking. It,s now or never.

For our happy old age !

차박사가 가지고 온 씨바스 리갈을 다 비우고 밤이 이슥해서야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반가웠네 친구들….


                                                                                              2018년 1월 20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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