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거침 없이 흘러가고
세상은 늘 그렇듯이 엄청난 변화의 파도 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릴적 대한민국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인 줄 알았는데….
여름이고 겨울이고 주구장창 메말라 만성적인 물 부족에 허덕이고
마른 하늘 위로 시도 때도 없이 미세먼지 펄펄 날리는 나라
손바닥 만한 땅덩어리 죄 파헤쳐 버려 신도, 사람도 쉴 만한 곳이 자꾸 없어지는데
이제 이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상태부터 확인해야 하는 나라
자고 일어나면 강시 같은 젊은 늙은이들만 자꾸 늘어나고
이이 울음소리 , 홰를 치는 새벽 닭소리가 점점 듣기 어려워 지는 나라
늙은이들은 집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바다로 가고
어정쩡한 젊은 늙은 이들과 옛정을 뿌리치지 못하는 젊은이들만 산으로 가는 나라
모두들 오늘도 안녕 하신가?
넓은 세상 손바닥 안에 다 들여 놓고도 해골 복잡해지지 않고
차고 넘치는 것들이 오히려 삶의 허기를 부르는 세상의 한 가운데서
빼앗기거나 잃어버리는 것 없이 멋진 세상 누리면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새 날은 어김 없이 밝아 왔고
새 술은 새부대에 담겼다.
16년 ….
세상은 뒤집어지고 요동쳤어도 우린 변함없이 자연으로 돌아 갔다.
사람은 떠나고 또한 바뀌었어도 귀연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귀연은 허브고
포탈이고
플랫폼이다.
모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래도 다행 아닌가?
무수한 옛 것들이 사라지고 늘 생소하고 새로운 것들이 심기를 어지럽히는 세상에서
변함없이 산처럼 거기 남아 있는 것 하나 있다는 것이
그 곳에 가면 도시에서 달아난 낭만을 만나고 …사람 사는 정을 만날 수 있음이…
올해도 변함없었지
늘 누군가의 수고로움과 정성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고삿상
그리고 무수한 세월을 증거하는 빛 바랜 귀연(歸然)프랑카드
산우들은 다 기억하지 못해도 팔도 산신령님들은 다 알고 계시지…
누가 해마다 새벽 같이 전을 붙이고 음식을 준비하고 등짐을 지고 오는지 ….
올해도 누가 떠나고 누가 다시 돌아왔는지….
누가 나와서 절도 안하고 술과 밥만 먹고 갔는지….
사람들은 바뀌었어도 엎드려 비는 그 마음도 한결 같았지…
“ 자연으로 돌아가는 우리의 발길을 보살펴 주소서
자연과 더불어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소서
황금돼지처럼 잘 먹고 잘 살게 하소서”
우야튼 인지상정이라
떡부러진 한상 차려 놓고 누런 배춧잎 척척붙이고 건들건들 절 한 번하고 나서 하루종일 지덜끼리
먹고 마시고 떠들어 대도 산신령님들이 미워할 수 없다는 거
한 해도 안 거르고 16번을 찾아왔으니 그래도 그 정이 기특해서 올해도 챙겨주지 않을 수 없다는 거
언제나처럼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고 인간과 인간이 교감하는 멋진 자리였지
그 어느 때 보다도 성황을 이루었던…..
가슴에서 그리움이 사라지면 늙어가는 거라더군
정말 그립지 않은가?.
백두대간 고랭지 채소밭을 휘영청 밝히던 보름달이….
하늘 가득 춤추며 내리던 눈이 한라산의 화폭에 그렸던 아름다운 그림들이
삼천리 방방곡곡 금수강산에 걸어 놓은 즐거운 추억들과
함께 땀 흘리며 웃고 떠들던 젊은 날의 친구들이….
아름다운 그 날들을 부디 잊지 마시게
그것이 우리 삶의 역사고 사랑이었음을…..
마지막까지 잃지 말고 내어주지 말아야 할 나의 따뜻한 가슴이란 걸 ….
올해는 황금 돼지해
잘 먹고 ! 잘 자고 ! 잘 싸자!
시산제부터 배터지는 귀연처럼 잘 먹고 잘 노는데 가 또 어디 있능가?
근데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무신 재미가 있는가?
날 궃이도 떼로하면 재미 있는 법인데…
시방 모시가 중한겨?
안돼지
많은 것을 세월 속에 떠나 보내도 귀연과 옛 친구들마저 잃어버리면 정말 안돼지.
등잔 밑은 늘 어두운 거야
바로 코 앞에 있는 진악산
한 6년쯤 전에 친구들과 동 부인해서 오르던 산
그 6년 동안에 데크가 만들어지고 정상에는 다시 공사가 한 창이고
친구 7명 중 4명은 퇴직을 하고 부인 7명 중 5명은 산 길을 내려 갔지
또 6년이 흘러 가면 누가 또 산 길을 내려 갈까?
그래도 가는 길에 그 친구들의 모습과 옛 추억이 떠오르더군
늙어 다시 찾는 근교 산도 조으네
그 시절의 향기와 젊은 날의 추억을 다시 불러 내주니….
서쪽으로 첩첩히 둘러 쌓인 산
그리고 동으로 펼쳐지는 금산벌 …
언제나 소박하고 정갈한 보석사
흐르는 세월 속에도 산처럼 변함없는 보석사 은행나무
내려가다 보니 공교롭게 함께 내려가는 산 친구들이 모두 백두대간과 호남정맥 동기들이네
내 젊은 날을 함께한 친구들….
15년도 넘은 세월을 변함없이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 …
오랜 친구들을 만난 다는 건 아름다운 날의 추억과 기쁨을 다시 소환 하는 거
세월에도 변함없는 산을 만나는 것이나 산을 닮아 세상에 둥글어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나 다
즐거운 일 아닌가?
그래서 귀연이 좋은 거지
오늘은 산행이여 파티여 ?
진악 산신령님 생일이여, 내 생일이여?
점심도 안싸가지고 건들건들 가서
산신령님한테 넙죽 엎드려 한 해의 무사산행을 빌고 나면
부어라 마셔라 ….
갖은 술과 고기에, 문어에 전에 떡에 갖은 과일에
뜨거운 밥에 오뎅탕 까지…
그렇다고 그것이 끝이 아니지
내려오면 기다리는 귀연 대표 쉐프 김사장님의 투테이스 특선 요리
설설 끓는 가마솥 소머리 국밥에
주모 정인이 넣어주는 손 큰 소머릿 고기
제대로 삶긴 마실이표 돼지고기 수육 까지
거기다가 파숭숭 썰어 넣고 총각김치에 김치까지 척척 걸치면
배터져 나가도 절대 멈출 수 없는 맛의 중독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저녁도 굶고 오는 건데….
술은 또 몇 가지여
가시오가피주, 오미자주, 아로니아주, 소주,맥주, 막걸리
우리가 마시는 건 술이 아니여
정이여
우리가 마시는 건 지나간 시절의 추억 그리고 살아가는 날의 기쁨
톨스토이가 그랬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머무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라고…
지금 내 곁에 없으면 우리의 추억도 사랑도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야…
부디 잊혀진 그리움이 되지 않기를
비 현실적이고 비 효울적인 산행이었지…
몇 가지 술을 짬뽕하고 취한 눈으로 바라보는 하늘은 미세먼지 없이 드맑고 푸르고…
세시간 산행하고 몇 시간 배 터지게 때려 먹고 돌아온 ….
그래도 산신령께 세배드리고 모처럼 옛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놀았으니 이 또한 우리가 선택한 멋진
하루였고 훗날 기억될 만한 즐겁고 행복한 추억 아닌가?
모두들 고맙습니다.
늘 웃으면서 반겨주고 좋은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산친구들…
늘 앞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회장님과 말뚝 총무님들
많은 사람들의 기쁨을 위해서 바리바리 술과 음식을 준비해 온 친구들
100만원의 큰 돈을 친구들을 위해 선뜻 내 놓은 쾌남님과 회화나무님
맛 있는 수육과 소머리국을 조리해주신 김시권 사장님
우리의 발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안전한 길을 열어주시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수고해주신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버스에서가 아니라 이젠 산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9년 2월 24일 진악산 귀연 시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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