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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행

78ENG 겨울 등주봉 산행


































































세월이 흐르긴 흐르는가 보다.

어느 날 세월이 하고 치니 친구는 억 하고 쓰러져 버렸다.

후배들에게 술도 자주 사주시고 늘 짱짱하던 청계님은 73세가 되고 나니 어느 날 슬그머니 산

언저리에서 사라졌다.

일터를 떠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하나 둘 모임에서 하나 둘 술잔을 내리는 친구가 늘어 난다.

대화의 주제도 이젠 건강이 대세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당뇨, 혈압, 고지혈증, 관절 등으로 정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 졌다.

꿋꿋이 버티던 친구들도 건강검진표와 받아들거나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하면 그냥 깨갱

깨갱이다.

 

가는 세월 어찌 막을 수 있으랴?

생로병사와 영고성쇠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운명과 섭리 이어늘

우리는 이제 그 동안 세상에서 얻은 것들을 세월에게 하나씩 돌려 주어여 할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모든 것에 너무 매이진 말자

내일을 위해서만 살아 온 수 많은 날들이 너무 쉽게 지나 갔듯이 이젠 그리 많지 않은 아까운 날들만

남아 있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만나고

기분 좋을 때는 술도 한 잔 걸치고 헛소리도 핑핑 해대고

먹고 싶은 것은 있으면 괴식도 하고 그러는 거지

 

너무 원칙과 계산에만 억매이다 보면 사는 게 별로 재미 없고

그렇게 해서 오래 사는 것이 꼭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

노년은 쾌락과 탐욕으로부터 버림 받은 것이 아니다.

악덕의 근원으로부터 절제와 균형의 미학을 깨우치는 것이고

세월에 곰삭은 자유를 얻는 것이고

세월에 잃었던 나와 갈무리해 두었던 오랜 친구를 되 찾는 것이다.

 

 

1월 정기모임을 위해 차박사와 두 개 정도 길일을 정해서 친구들의 참석여부를 타진하기로 했었는데

마지막 토요일 사촌동생 딸래미 결혼식 통보가 왔다.

결국 셋째 주를 최종일자로 공지하고 나니 성환이며 양표며 불참자가 생겼다.

그런데다가 모임일 임박해서 종경이와 태성이 까지 갑작스런 약속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역대 최저

참석률을 기록한 모임이 되고 말았다.

 

2019년을 시작하는 모임의 참석자는 전환,동윤,항식,진호, 그리고 나 .5

늘상 어울리던 많은 친구들이 빠졌으니 좀 아쉽긴 해도 인원이 적다고 문제될 건 아무 것도 없다.

설령 공식적인 모임이 없어진다고 한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만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다 만나면서 살아갈 것이다.

모임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한다 해도 좋은 친구란 결국 각자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월이 친구들의 옥석을 가려 줄 것이다.

세월의 바람에도 흩날려 가지 않을 오래 남아 있을 친구들엔 관하여.

 

진호네 누리에파트에서 모두 만나서 등주봉이 있는 안남면으로 이동했다.

한반도 지형의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동내 야산 수준이다.

나처럼 늘상 산을 타는 친구들이 아니니 굳이 무리한 산행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편하게 걸으면서 밀린 이야기와 우리 늙어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면 족할 것이다.

 

어느 산이나 봄 가을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등주봉은 겨울 풍경이 아름다운 산이다

눈이 내리면 환상 설국이 되는 곳인데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가 몇 일 계속되면 금강물이 꽁꽁얼어서

얼음 위로 트레킹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낙점한 곳이다.

이 때쯤이면 적설도 많고 강물도 충분히 얼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 했는데 오늘만 좀 쌀쌀한 편이지

요즘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너무 푹해서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가는 장소보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한 날이다..

 

안남 배바우 순두부집에서 만나 두부찌게로 식사를 하면서 느긋하게 막걸리 두통을 비웠다.

날씨가 스산해도 막걸리와 친구가 있으니 아니 즐거울 턱이 있나?

그래도 늦가을 적상산에서 만났으니 그다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다.

늙으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여는 것이 상책이라 했는데 그 입이 닫으려 해서 닫아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애기할 상대가 줄어드니 자연히 말 수가 줄어 들 수 밖에 없는데 모처럼 사람을 만나게 되면 굶주린

말이 난동을 부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들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말은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법이지

만 늙은이들의 수다가 유쾌하고 즐거워지는 그런 만남도 있다..

 

우리 젊은 날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

할 얘기도 많고

그 얘기는 서로 간 소통과 공감이 가능하고

귀를 기울이고 추임새를 넣어 줄 친구도 많다..

 

이것저것 생각을 잴 필요가 없으니 마음도 편해지고 허심탄회해진다.

그런 만남은 굳이 목적지에 안달하지 않아도 시간은 알아서 물처럼 유연하게 흘러 간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걷다 보면 힘들지 않게 산의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데 어쩌면 그 건 우리가

은 친구란 증거 일지도 모른다.

 

우린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등주봉에 올라 따뜻날 햇살을 받으며 간식과 한 잔의 커피를 즐겼다.

 

추위가 계속되었으면 피실로 내려가서 꽁꽁 얼어버린 강의 얼음을 지치면서 늙은 동심이라도 불러내

놀아 볼만도 할 텐데 그러기엔 어려울 것 같아 목적지에 좀 더 가까운 금정골 쪽으로 내려섰다.

수심이 깊으니 얼음이 덮힌 강에는 애당초 내려설 생각도 못하고 강변 길을 따라 가는데 물은 오히려

지난 여름 보다 더 많아서 몇몇 구간에서는 산비탈에 붙어서 어렵게 진행하기도 했다.

마지막 동락정 바로 앞 구간은 길이 물에 잠겨서 건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을 하던 차

진호가 먼저 용감하게 시퍼런 얼음 위로 먼저 건너갔다.

우려와는 달리 그래도 제법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었다..

~~ 빠지면 완전히 물고기 밥 신세라 오금이 저려서 절대 엄두도 못 낼 얼음 길이었다.

진호 덕분에 우리는 산비탈로 우회하지 않고 모두 힘들지 않게 독락정에 도착했다.

브라보! 퍼스트 펭귄 진호!

 

다시 안남면사무소 쪽으로 되돌아와 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우린 그렇게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돌아오는 길에 진호가 석호리 청풍정으로 안내 했다.

애초에 청풍정이라고 이야기 했으면 어딘지 짐작이 되었을 텐데 6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석호리란

지명도 김옥균과 기생명월의 전설의 기억도 모두 세월에 흩날려 갔다.

그 곳은 마눌과 대청호 둘레 길을 순례할 때 들렸던 곳으로 조용한 호수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기억에 남아 있던 곳이었다.

그 때 청풍정에는 김옥균과 명월의 전설이야기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내 기억

에도 김옥균과 명월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진호 이야기에도 장소가 얼핏 생각이 나지 않았다가국원리에서

갈림길에 들어설 때야 지명이며 청풍정의 기억이 비로서 되살아 났다..

 

근데 집에 돌아와 지난 블로그를 들춰보고 나서야 깜짝 놀랐다.

블로그에는 그 때의 여정과 감정을 세밀하게 사진과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는데 본문 가운데는  김옥균과

명월의 전설 까지 버젓이 언급해 놓고 있는 게 아닌가?

~~~

이게 무슨 조화 인가?

아마도 석호리 마을비석에서 읽었던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내가 써 놓고도 김옥균과 명월의 정자를

떠올리지 못했다니..

6년의 세월은 내 머리 속을 비워냈고 그건 어쩌면  내가 늙어 간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식사 장소에 가기 전에 사우나에 들렸다..

적당한 운동 후에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니 컨디션은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해져서 먹는 음식이며 술이

입에 쩍쩍 달라 붙었다.

전환이가 가져온 발렌타인 술은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는 소주에 2차 맥주까지 그렇게

마셔대며 묵묵히 순종하던 세월에 항거했다.

세월의 무차별 테러에 폭동까지 이르키진 못해도 이렇게 한 번씩 데모는 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녀삭이 우릴 쉬피 보지 않도록….

즐겁게 마시는 술이 건강을 위협할 리가 없지만 누가 또 안 마신다고 탓하는 친구가 있나?

오랜 친구가 있으니 술이 땡기는 거고

벗이 있으니 술좌석이 즐겁고 술을 안마셔도 분위기에 취하는 거지

 

근데 다음부터는 술을 좀 줄이긴 줄여야 겠다.

과음을 해서 그런지 머리가 좀 아팠고.

동윤이와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강원도 산행을 다녀오는 길이 피곤 했으니….

(담부터는 2차는 니덜끼리 가라 친구들!  )

 

 

산행일  : 126일 토요일

산행지  : 등주봉

   : 안남면사무소-등주봉- 금정골-독락정- 안남면사무소

  : 흐림 후 맑음

소요시간: 4시간

  : 동윤,,전환,진호,항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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