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펀사진
패밀리 차박 날이 다가 왔는데 더위가 꺾이지 않아 걱정스러웠다.
한꺼번에 야외 모임 준비를 하는 게 쉽지가 않아 분담을 시키려 하다가 다들
여건들이 만만치 않
아 과일과 익일아침 산행 간편식만 태형모에게 맡기고 내가 다 준비 하기로 했다.
희수부는 일찍 적벽 강변에 가서 텐트 사이트를 맡아 놓고 기본 설치를 하기로
했고 태형네는 어머니 모시고 병원 진료를 갔다가 오기로 했다.
윤서방도 합류하지 못하고 테리모와 연우부는 멀리서 오는데 아침에 오기도 빠듯한
터라 비빌 언덕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금요일 문막에서 내려오면서 터미날 이마트에 들려 필요한 물품을 사고 집사람을
오라고 해서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 오다.
새벽에 뒷동산 산책을 하고 돌아 와서 아침 먹고 캠핑 장비를 꾸리고 야채를 꺼내서
다 씻어서 차에 바리바리 싣고 출발하여 걍변에 도착하다 보니 점심 때가 다 되어 버렸다.
일찍 가서 도와준다는 풍신이 또 혼자 고생하게 만들었다.
강변을 예상치 않게 황량했다.
그렇구나 6월 땡 빛 !
강변을 가득 메우고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했던 봄날의 강변 풍경이 아니었다.
희수부는 혼자 텐트 3동을 치고 야외 화장실까지 설치 하다 보니 체내 염분 액기스가
다 빠져나와 상의에 소금 꽃 무늬가 만들어 졌다.
그 살벌한 현장을 목도하고 한껏 달아 오른 타프 아래 앉아서 바람기 없는 6월의 폭염과
마주해 보니 그제사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우린 상관 없지만 어머니는 우짢다냐?
뒤이어 도착한 태리모와 연우부와 함께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태형모에게 어머니 모시고 좀 늦게 오라고 하고 아기가 있는 은비한테는 4시쯤 출발
하라고 했다.
가만히 앉아 있으니 그래도 가끔 바람이 불어 주고 태양이 구름에 가린 시간이 있어
견딜만 했다.
분위기가 무르 익어 패밀리 혈전에 돌입하다.
은비부가 폭풍처럼 몰아쳐서 초장에 오늘의 판돈을 휩쓸어 일찌감치 여유를 확보했고
그 기와 여세는 곧이어 대각선 방향으로 태형네로 옮겨 갔다.
오늘 더위 먹고 탈진한 탓인지 시종 난타를 당한 희수부는 전의를 상실했고 그 특유의
근거없는 낙관과 대책없는 긍정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 까지 패밀리 전투에서도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는 펄펄 살았는데
오늘적벽강의 폭염은 희수부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중노동 봉사로 체내 축적된 염분과 영양 엑기스 다 뺐기고, 판돈 다 대고…
최악의 차박참사가 예견되는 희수부 굴욕의 날이었는데 마지막에 노도와 같은 거센
반전의 역풍이 일었다.
여기가 적벽강 아닌가 ?
제갈공명의 동남풍이 불어 온 거다.
그 분이 오셨다.
“아버지!”
침묵하던 희수부가 아버지를 부르고 나서 상황은 급 반전 했다.
끌어당김의 법칙 !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그 뜻에 공명한다.
아마 벌써 와 계셨을 게다.
“이 녀석이 오늘은 날 왜 안 찾지?” 하시면서 내내 지켜만 보시며 판세를 즐기시던 아버님은
절박하게 부르는 소리에 양만수로 화답하시고 오늘 가족들을 위한 희수부의 노고를 치하해
주셨다..
적벽의 역풍으로 슬럼프를 극복한 희수부는 다시 기가 살아나 말수가 늘어나고 톤이 높아졌다.
20만원 정도 잃는다 해도 희수부한테는 껌값이지만 이 또한 패밀리의 자존심이고 사는 재미
아닌가?
결국 희수부가 파죽지세의 연속 7연승으로 잃은 돈을 순식간에 복구했고 난 초반 이후로 한 번도
인상적인 판을 만들지 못한 채 그나마 연우부가 앞에서 만수를 몇 번 막아 준 덕에 초장의 전리품
을 지켜내고 땡 볕 수고비 정도는 챙겼다.
결과론 적으로 적벽대전은 잃은 사람도 많이 잃지 않고 딴 사람도 별로 없는 소강상태의 전투였다.
의자에 앉아 패밀리 전투를 내내 지켜보시던 어머니도 즐거워 하셨지만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힘에 부치신 모습니다.
더위가 힘드실 것 같아 중간에 차로 피신을 시켜 드리기도 하다.
마눌과 은비네가 도착하고나서 조금씩 열기가 누그러졌다.
우리는 돼지보기를 끝으로 판을 정리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돼지들도 우성사료를 외면하는
바람에 끝판의 돼지복은 태형네가 챙겼다..
계속 구름 밖으로 나왔던 해가 산 뒤로 넘어 가면서 우리는 야외 장비를 셋팅하고 즐거운 만찬에
돌입했다..
서서히 분위기를 찾아가는 강변에서 우린 즐겁게 먹고 마시고 떠들며 오랜만의 화기애애한 야외
파티를 즐겼지만 고기 소모량은 저조한 편이었다.
애초 어른 9명 예상에 은비네와 도영이 까지 계산해서 12인분
인당 400그램 기준으로 심야 연회와 아침찌게 까지 약 4.8kg 양을 확보 했는데 많이 남았다.
일이 생겨서 갑자기 희수모가 불참했고 단골 참석 도영이도 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결정적인
건 2세들의 먹성이 빠진 탓이다.
거기다 무더위도 한몫 했다.
다음부터는 어버이 날 그 다음주로 차박일을 고정하여 어버이날이 행사와 겸하는 것이 시기적
으로 좋을 듯하다..
해가 지고 나서 적벽강변은 서서히 그 옛날의 낭만을 되찾아 갔다.
일부는 산책을 나가고 일부는 음악과 놀이를 즐기다가 어머니와 아이들이 피곤 하실 것 같아
단체사진을 찍고 대전 자가 숙박팀을 먼저 출발 시키다.
어머님과 마눌 그리고 은비네를 보내고 모기장 텐트 안에 들어가 심야 연회를 시작하다.
연우부는 다음날 일정이 있어 태리모와 늦게라도 올라가야 하니 술을 못하고
기껏 돼지 곱창 한 팩을 안주로 윤형이가 알바 벌이로 보낸 일본 사켸 한 병과 소주 한 병으로
주연이 마무리 되었다..
아직 배가 안 꺼진 탓도 있지만 먹쇠부장 희수부가 오늘 아침에 그 무더위에 텐트 혼자 치느라
더위를 먹은 탓이다
체내 염분이 모두 빠져나갔으니 입맛이 달아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여동생들은 건강을 위한 야간 취식을 극도로 경계하여 한 젓가락도 손을 대지 않았고
이서방도 야간 야식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허기사 도드라진 올챙이 배에 독이 더 오르면 몸매무새의 기승전결이 헷갈릴 터이니 몸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술도 술이지만 안주는 거의 내가 다 먹었다.
몇 젓가락 먹다 보니 그 돼지 곱창이 얕은 맛이 있어 손길이 뜸한 접시를 혼자 바닥까지 훝어
버렸다.
5kg를 감량을 하고 몸이 가벼워져 야외 행보와 산행이 한결 편안해 지다 보니 나 역시 체중
증가에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일단 감량에 대한 나만의 비책을 가지고 있으니 별달리 걱정은
되지 않는다.
심야 연회가 파하고 테리모와 연우부는 수원으로 출발하고 남은 야영자들은 각가 텐트로 들어 갔다.
우리가 삶의 변화와 재미를 위해 2년전부터 진행했던 패밀리 차박 !
2023년 뜨거운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갔다.
2023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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