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펀사진
6월의 밤은 작년 4월 말의 밤과는 사뭇 달랐다.
작년 그날에는 쌀쌀한 가운데 낭만적인 캠파이어 분위기에서 노변한담을 나누다가 텐트에 들어
갔는데 여동생들은 갑작스런 기온 강하로 긴긴 겨울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전혀 예상 못한 한파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6월 4째주의 토요일 밤은 바람 한 점 없는 밤이라 텐트 안이 더워서 오뉴월 꺼적문처럼 모기장
처리된 텐트 4면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잤다..
근데 생각했던 것 보다 바깥 날씨는 빨리 차가워져 새벽에는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집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예상을 초월한 엄청난 일교차 였다.
담요를 덮었는데도 잠결에 추위가 느껴졌지만 밖으로 나가 텐트 창을 닫기가 귀찮아 깔고 자던
침낭 속으로 그냥 들어가 잤다.
어쨌든 새우처럼 웅크리고 자다 일어나니 몸이 찌뿌등 하고 뼈마디가 쑤신다.
“땅기가 올라오기전에 바람구멍이 먼저 나것네 ! ”
경로 우대자 할배가 야전에서 무리하다 삭신이 삐걱거리고 노화가 가속화되는 거 아녀?
태형네는 작년의 트라우마로 아예 겨울 이불을 준비해와서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하여간 5시 조금 넘어 일어나서 태형부가 야외화장실로 볼일을 보러 가고 나는 희수부가 야외에
설치한 간이 화장실에서 소리 날세라 어제 밤의 어마무시한 부산물을 조심스레 내려 놓고 출정을
준비하다.
늘 일사불란했던 패밀리 대오는 완전히 흐뜨러져서 새벽 출정객은 합이 3명
날이 또 무더워 질 것이라 5시 30분 경에 일찍 출발하여 6시에 기러기 공원에 도착하다.
산 안개가 월령산허리를 은은하게 감싸고 있는 조용한 강변의 아침이다.
출렁다리는 9시부터 개방이다.
날은 완전히 밝았고 출렁다리 입구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 터라 혼자도 아니고 3명 씩이나
월담을 해야 하니 다소 부담이 된다.
사실 더 큰 문제는 3번의 월담을 해야 하는데 출렁다리 양편의 문은 높고 견고해서 넘기가 만만
치 않다는 거
역방향으로 산행할까 생각도 했는데 구름을 두른 월령산과 부엉산을 보니 새벽풍경이 너무 멋질
것 같아 그냥 밀어 붙이다.
걱정했던 여동생도 출렁다리 월담을 잘 했지만 이서방은 힘든 월담을 안하고도 철창 틈새로 곡예
를 하듯 잘 빠져 나갔다.
난 올챙이 배가 걸릴 줄 알았는데 그 작은 틈새로 미꾸리처럼 유연하게….
이후 우리는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멋진 월령의 일출을 감상하면서 아무도 없는 출렁다리를 전세
내어 발 아래 펼쳐지는 출중한 금강의 조망을 즐기고 또 그 멋진 추억을 사진에 담았다.
홍천 가리산 이후로 함께 한 또 하나의 멋진 풍경 이었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시원한 바람에 은은한 구름이 흘러가고 아름다운 가경이 펼쳐진 이곳이 무릉이지..
반대편 전망대애서도 한참을 노닐다가 우리는 산행을 이어갔고 부엉산 정상에 올라 준비해간 아
침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편안한 아침 숲 길을 걸어 자지산에 올랐다가 하산하여 난들 잠수교를 가로 질러 기러기
공원으로 회귀했다.
암릉지대와 미끄,러운 마세토 비탈길이 있는 자지산 하산 길의 다소 위험하고 불편한 여정 말고
는 모든 구간이 힐링 코스였던 출렁다리 아침 산책은 3시간 30분 걸렸다.
돌아오니 희수부가 돼지고기 반 팩을 넣어 김치 라면을 끓여 홀로 아침식사를 하고 텐트를 모두
정리해 놓았다.
패밀리 포터이자 일꾼 희수부가 없으면 패밀리 차박은 애초에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우린 벌써 뜨거워 지기 시작한 캠핑장에서 나머지 정리를 하고 대전으로 출발했다..
원래는 금강변에서 어죽으로 점심을 할 생각이었는데 희수부가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전으로 이동하여 어머니 모시고 식사하기로 했다.
신흥역 2번출구 “통태탕에 빠지다” 식당에서 섞어 동태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다..
어머니는 어제 밤에 몸살이 나서 한 잠도 못 주무셨다고 했다.
오한이 나서 두꺼운 이불을 꺼내 덮으셨는데도 춥고 머리가 아파서 무척 힘드셨 단다.
.희수부가 모시러 갔는데도 힘에 부치셔서 극구 안 올려 하셨는데 다들 기다린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오시긴 했지만 하룻 새 얼굴이 많이 상하셨다.
그 날 집에 가서 태형모가 링겔을 한 병 놔드렸어도 컨디션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그 날 이후
로도 어머니는 이틀을 더 고생하셨다.
지난 어버이날 패밀리 모임을 차박으로 했으면 좋았을 걸 !.
어머님 컨디션이 괜찮아지시면 사부리로 모시고 가려는 욕심으로 상황을 주시하다 보니 그 여파
가 오늘에 미친 겪이다.
그 날이 날씨도 좋았고 어머니도 더 건강하셨는데…..
여름 같은 6월의 땡 빛은 젊은 이들도 힘들어서 캠핑 강변이 한산할 정도니 상노인에 상급 환자
이신 89세 어머니는 그 더위에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머니를 위한다고 가족들이 자주 모여 어머니를 모시지만 뜨거운 날씨도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야외 분위기도 어머니에겐 이제 달갑지 않고 너무 힘이 부치시는 일이다.
조금만 무리하면 여지 없이 뒤탈이 나시니 이젠 하던 대로 집에서 소가족 단위로 캐어 해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
이 번 후유증은 좀 더 오래 갈 것 같다.
내년 5월에도 어머니를 모시고 야외 모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젠 그러기 힘들 듯하다.
캠핑장에 도착하셨을 때 지난 주 보다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는데 오늘 하룻 밤 사이에 눈이 더
들어간 어머님의 모습을 뵙고 나니 이젠 어머님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
칠 수가 없었다.
내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어머니는 거의 매일 밤 전화를 주시며 안부를 물어 보셨
는데 난 어머니의 어쩔 수 없는 이별의 고통을 덜어 드릴 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덜 고통스럽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좀 일찍 가시더라도 고생을 안하시고 가시
면 좋겠다.
그래도 돌아 보면 지난 일년 참 잘 해오셨다.
몇일 후 찾아 뵈었을 때 다시 보란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나신 어머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가한 패밀리 모두들에게 수고햇다는 말 전하면서 내년의 차박은 오늘의 교훈을 거울삼아 더
멋진 가족 모임의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2023년 6월 25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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