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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펌)

기적 7-1

 

 

 

 

결혼 12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그녀는 이혼했습니다.  

아니 이혼했다기보다, 시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이혼 당했지요.
그녀와 남편의 사이는 정말 좋았고, 그 애정에 넘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지인들의 입초시

에 오르내릴 정도였습니다.
남녀의 사랑이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관심도 덜해지고 부부가 되면 더 빨리 애정이

식는다지요 ?

그러나 이 부부는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애정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그런데...그런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검사를 여러번 하고 시험관 시술 까지도

여러 차례했으나, 도무지 아이는 찾아와 주지 않았습니다.   

시어머니는 원래 냉정한 성품이긴 했으나 처음부터 며느리를 미워하거나 박대하진  않았

습니다.  

러나 외아들인 아들에게서 손자를 보지 못하자,시간이 흐를수록,도가 지나치다할 정도

로 며느리를 괴롭히고 미워했습니다.  

며느리의 모든 것이 시모의 마음에 박히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천 년 묵은 여시같다.   어째서 별다르게 곱지도 않은 것이 저렇게도 지 남편 마음을 틀어

쥐고 살꼬? 

그러니 얘가 생길 턱이 있나?."

사람이란 참 묘한 동물이어서,그렇게 마음이 미움으로 물들어 버리면 자신도 제어를  하지

못 하나 봅니다.  

급기야 이혼하지 않으면 굶어 죽겠다는 단식 선언을 하고, 방문을 잠그어 버린 시모는 아들

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도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연락해서 링거를 꽂았으나 그 때마다 바늘 을 뽑아 버리고,며느리가 다가 오면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저주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썩 나가거라! 니 년과 한 하늘아래 살 수가 없다!  멀쩡한 집안의 대를 끊게 하고 그리

흔연스럽게 살아가는 니 년을 더 이상 못 본다!!"

울고 빌고 애원했으나 시모는 바싹 마른 팔을 뻗어 며느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 눈에 가득한 독기는 멀쩡할 사람도 죽일만 했습니다. 

디어 그녀는 이혼해 달라고 남편 에게 매달렸습니다.  

버티고 버티던 남편도 결국 어머니를 선택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는 어머니의 오직 단 하나의 자식이었고,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친 어머니를 저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법원에서 이혼을 선고받고 나오면서 부부는 서로 끌어안고 울음을 그치지 못 했습니다.  

아들은 그야말로 그 순간 죽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아내를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고 그 마음은 변할 줄을 몰랐습니다.  

아내의 모든 것이 그는 좋았고 사랑 했습니다.  

날마다 더 좋아지는 사람...아내는 그에게 그런 ,세상 유일의 존재였습니다. 

세상엔 그런 사람,그런 사랑도 있습니다. 

그녀는 고향인 대구로 돌아갔고 그 곳에는 그녀 의 두 동생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유일한 혈육들 이었습니다.  
두 동생도 분노했지만,자식을 못 낳아서 당한 이혼이라, 뭐 어째볼 도리가 없었지요.   

남편이 평생 먹고 살만한 돈을 마련해 주었지만그대로 묻어 둔 채,그녀는 둘 째 동생의

식당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몸이 바빠야 살 수있었기 때문이었고 앞으로 혼자 살아가려면 무언가를 해야 했습니다.

마음을 모질게 먹고,남편의 전화도 차단했으며 찾아 왔을 때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한 번만 더 찾아 오세예.

지는예.  두 번 다시 당신이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릴 낍니다.  

우리는 인자 남남 아입니까?
나도 좋은 사람 찾아 볼테이까니 당신도 그카이소.   

어머님 무릎에 손자 손녀 안겨 줄 그런 사람 찾아 결혼하시이소!"

더없이 매몰차고 냉갈지게 쏘아 붙였으나 멀리 사라지는 남편의 차를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그녀는 통곡했습니다.  

세월이 약이라지만,그녀의 마음엔 남편뿐이었고, 남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함

없이 커지기만 했습니다.  

동생은,아직 젊은 그녀에게 슬며시 재혼 이야기도 꺼냈으나 그녀는 침묵으로 말을 막았습

니다.  

그녀의 마음은 변함없이 남편을 사랑하는 애틋함으로 가득했으니까요. 

시어머니가 원망스럽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에 비해 여러가지 조건이 나쁜 그녀를 흔쾌히 받아준 시어머니였습니다.  

아이만 ...손자만 낳아 드렸으면 얼마나 좋은 시어머니였을지 그녀 자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 다.  

그저 남편이 재혼하여 아이를 얻기를 그녀는 그렇게 빌고 빌었답니다.
그게 가능하냐구요?  

자신은 아이를 낳지 못해 이혼당했는데, 남편은 재혼해서 아이를 얻기를 바라는 진실한

애정. 그리고 사랑이 가능케한 일이었습니다.

사람이 나간 자국은 사람이 들어와야 없어진다고, 시어머니는 그에게 선 볼 것을 강요했

습니다.  

오십이 가까웠지만 허우대 멀쩡했고,이혼했지만 아이도 없고 중소기업을 탄탄하게 이끌어

가는 재력가이기에 선자리는 쏟아졌습니다.
그는 무표정하게 선자리에 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뿐.   그는 목석이었습니다.  그를 한두

번 만나  본 여자들은 손사레를 치며 돌아섰습니다. 

목석도 그런 목석이 없을 정도로 그는 그저 있을 뿐이었고 어떤 감정도 없었기 때문이었

습니다.

이혼한 지 삼 년이 지나도록 아들이 재혼을 못하자 시어머니는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틀림없이 옛 며느리와 몰래 만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그 생각에 사로잡힌 시어머니는

맹렬한 분노 에 쌓이면서 수소문을 했습니다.   

아들의 뒤를 미행시키고 며느리의 소재를 확인했으나, 알게 된 사실은 너무나 기막혔습니다.   

며느리는 동생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함께 살고 있었고, 아들은 날이면 날마다 술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회식자리나 여러 사람과의 술자리는 술을 몇 잔 마시지 않았으나,혼자가 되면 으슥한 바의

한구석에 앉아서 양주 한 두병을 비우고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말없이 인사를 한 다음,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어 버렸습니다.  

아침은,차려놓은 밥을 쳐다 보지도 않고 나가버렸고, 시어머니는 그런 아들에게 어떤 말도

할수 없었습니다. 

마치 허깨비인양...아들을 보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었습니다.

어느날 회사에서 비서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가누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이 회사에서 쓰러졌던 것입니다.  

급성 간경화에, 영양실조 에 가까운 몸 상태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영양실조라니...? 이대로 두었다가는 아들은 죽을 것이고,아들은 죽음을 바라고 있다는 예감에

휩쌓인 어머니는 온 몸을 떨었습니다.


일반 병실에 옮겨진 아들의 얼굴을, 어머니는 오랫동안 바라 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도무지

자신의 아들같지가 않았습니다.
아들은...너무나 초췌한 얼굴이었고 꽉 다문 입술 주변은 깊은 주름으로 덮혀 있었습니다.  

이런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잘 웃고 말 잘하고,나이보다 동안이었던 아들이 이혼 사 년 만에 너무나 변해 버렸습니다.  

이혼 후에 아들은 웃지 않았고 말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손자를 볼려다,잘못하면 아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그녀를 처음으로 오싹한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그 때 아들이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마치 빛을 잃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망도,슬픔도,미움조차도 없는 휑한 공허의 눈빛은 삶을 포기한 사람이란 것을 보여 주었

습니다.

아들은 천천히 눈을 감고 몸을 돌려 버렸습니다.   허물어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한 어머

니는 병원을 나와, 택시를 잡아 타고 대구로 가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까뭇 졸다가 눈물 흘리다가...대구로 가는 몇 시간처럼 길고 고된 나들이는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며느리가 있는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이 다 되었을 즈음이었지요.

"어서 오세예 "

행주를 들고 몸을 돌리며 손님을 맞이하던 그녀의 얼굴이 굳어져 버렸습니다.  

사 년 만에 보는 시어머니가 거기 서 있었습니다.  

두 여인은 서로를 그렇게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주방에 있던 동생도 사부인을 알아보고 표정이 사나워졌고 거칠게 입을 열었습니다.

"뭐할라꼬 왔능가예? 인자 와서! 우짤라꼬 간신히 맴 잡고 사는 사람 우예 건들일라고

왔능교?"

그녀가 동생을 말리고 시어머니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두 여인은 근처의 커피숖에 들어가 마주 앉았습니다.

"몸이... 살이 마이 빠지셨네예.

나이드시가 이래 살집이 없으믄 큰일납니더."

차마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그녀는 겨우 그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이혼당하고 시간이 흘렀어도 그녀는 시모를 공경하는 마음이 그대로였습니다.

"아가... "

시어머니는 그녀를 아가라고 부르며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습니다.  

그녀의 여윈 두 손이 몇 년 사이에 많이 거칠어진 며느리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그 손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어무이 .. 와 그러십니꺼?  와 우시는 데예 ? 그이한테 혹.. 무슨 일이 있십니꺼 ? 

안 그래도 요즘 꿈이 이상해서..."
"가자..너희들은 아마도 인연줄이 동앗줄보다도 질긴가 보다. 

니 남편은 니가 아니면 안 되는지...사 년 동안 목석처럼, 등신처럼 그래 살더니 기어이

쓰러져 버렸다.  

지금 병원에 있다. 인자 나는 모르겠다.   손자고 뭐고 내 아들부터 살려야겠다.  

니도 니 신랑아니면 안 되니까 지금까지 혼자 살지 않았겠니?  

내가...몹쓸 죄를 지었다.  용서해주고, 지금 서울로 가자. 아가야.  니 신랑 저래 놔 두면

죽는다."

그녀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짐도 챙기지 않고 시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길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밤길을 달리는 택시의 속도가 느리게만 느껴져 마음이 조급했으나,자신의 어깨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잠든 시어머니를 가만히 안았습니다.   

하나도 밉지않고 갸날픈 몸피가 그저 그렇게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그는 뭔가 아주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며 눈을 뜨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있고 싶기도 했습니다. 

아주 그리운듯한,그리고 아주 따뜻한 무언가가 얼굴을 만지고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

었습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너무나 그리워해 온,날마다 갈망해온 무언가였습니다.  

그것을 보기 위해 그는 눈을 떴습니다.

"여보...당신예..."

그는 아내의 목소리와 얼굴과 모습을 믿지 못하겠다는듯, 눈을 크게 뜬 채로 바라보았

습니다.

"왜 그랬어예? 바보같구로... 몸이 이렇게 상하도록 술 마시고 밥도 잘 안 묵고, 당신이

철부지 어린 아이입니꺼?"

아내였습니다.  이혼 후 그의 심장에 박힌 못이 되어 버린 아내가,눈물을 흘리며 언제나의

모습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말없이 아내를 끌어 안았습니다.  

오른 팔목에 링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으나 지금 아내를 안아 확인해보는 것이 더 중요

했습니다.  

아내의 냄새,아내의 피부를 손으로 만지며 그는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얼굴 전체에 입술을 누르면서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시어머니는 조용히 병실을 나갔습니다.  저런 부부를 이혼시켰으니, 자신의 어리석음과

고집에 스스로 가슴을 쳤습니다.
이제 아들은 예전으로 돌아올 것이고,그녀가 얼마나 진실하고 효심 깊은 며느리였는지를

하나하나 생각하며 손자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접었습니다.   

손자가 아무리 좋아도,자식보다 귀하진 않았습니다....

지들끼리 이 한 세상 잘 살면 되지...

그는 놀랍도록 빠르게 회복되었고 웃음과 말을 되찾았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집에 돌아온 날,어머니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삼신할미가 주시지 않는 아기를 어찌 하겠니? 

이 생에서는 너희 둘이 그렇게 사는 것이 팔자인지도 모르겠다. 

니들이 원한대로 입양해서 자식으로 키우면서 살든지.  

하기는 키운 정이 낳은 정보다 낫기도 하니라."

두 사람은 어머니에게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들의 재결합 지인들에게 놀라운 희소식이었고 끊어졌던 관계들이 하나씩 회복되었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두 사람은 가슴으로 낳은 딸을 얻었습니다.  

그즈음 시어머니는 뇌출혈로 쓰러져 이 년 동안 며느리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다가 돌아갔

습니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며느리만이 들었습니다.  

"아가...고마웠다, 미안하다...내가...너같은 자식을 몰라 봤으니..
저승에 가서... 너에게 자식을 보내주마. 꼭."

신혼 때보다 더 신혼같은 시간이 부부에게 주어졌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하며 매사에 조심스러웠던 그 신혼보다,모든 제약과 고통이 사라진 오직 두

사람의 나날은 농밀한 사랑으로 더할나위 없는 시간으로 채워 졌습니다. 

이제 다섯 살이 된 딸은 부부의 그런 사랑을 한결 더 강하게 이어주는,너무 사랑스런 존재

였습니다.  

세 식구는 그림처럼 예쁘게 그렇게 살아 갔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행복했던 것이 처음인 듯 매일 매일 의 행복에 부부는 감사했습니다.  

남자얘를 한 명 더 입양할까를 의논하며 가슴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세 번째 기일을 지낸 얼마 후부터 그녀는 몸의 이상을 느꼈습니다.  

아주 기분나쁜 느낌...

비위가 뒤틀리고 초여름의 날씨인데도 한기를 느끼며 어지럼증까지 밤낮으로 그녀를 괴롭

혔습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만의 두려움으로 괴로워 했습니다.  

아무래도 회복할 수 없는 큰 병에 걸린 것만 같았지요.  

아침 방송에서 본,말기 암환자의 사례가 바로 자신의 증세와 흡사해서 숨이 막힐 것만 같았

습니다.

이제 정말 행복하게 살려는데...너무 행복한데... 나는 여기까지 가 끝인 것일까?   

남편에게 내색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안간힘을 쓰며 내일 병원에 가야지...

내일은 가야지...

렇게 시간을 보내던 여름날 아침,그녀는 식탁으로 음식을 옮기다가 그만 어지럼증에 휘청

쓰러지며 그릇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딸은 엄마를 부르며 울고, 신문을 보고있던 남편은 너무 놀라서 그녀에게로 뛰어 갔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런 증세가 벌써 몇 달이 되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한 자신이 너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

니다.  

그녀는 만사를 체념하고 그저 가만히 앉아,제발 몹쓸 병이 아니기만을 빌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죽는 것보다 남편과 아직 너무나 어린 딸이 걱정되어,마음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일단 내과에 검진 의뢰를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초조해서, 남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복도를 왔다갔다 서성거렸습니다.  

아내는 이윽고 시간이 되어 진료실로 들어 갔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ㄱㅇㅅ씨 보호자님"

간호사의 음성에 그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습니다.

"진료실로 들어 오시랍니다 ."

그는 이마의 진땀을 손수건으로 누르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발이 덜덜 떨려서 간신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이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남편의 심장이 무섭게 죄어 왔습니다.   

하느님!부처님...

중년의 의사는 남편을 앉게 한 후 남편을 보고 말했습니다.

"부인은 54세...실례지만 보호자께서는 몇이신지?"

의사는 엉뚱하게도 남편의 나이를 물었습니다 .  

생뚱맞게 내 나이는 왜 묻는 거지? ...

그는 퉁명스럽게 올해 예순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뭐'전혀 없는 일도 아니지요.  예순둥이는 ...

아무튼 부인은 산과로 가셔야겠습니다. 

문진으로는  부인은 현재 임신중이시고 상당히 진행이 된 상태입니다 ."
"뭐! 뭐요?!!"

남편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고 그녀는 귀가 윙윙거렸습니다.   

숨이 막혀오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녀는 앉은 채로 앞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뒤의 소란을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아기를 가진 산모가 의식을 잃으면 태아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그녀는 하마터면 중환자실로

들어갈뻔 했습니다.

의식이 돌아온 그녀가 맨 처음 본 것은 남편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손을 쥐고 그 손에 수없이 입 맞추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산과에서의 소변검사도 임신이었고, 의사는 아기의 태동도 있는 상태인데 임신을 몰랐느냐

고 되려 물었답니다. 

그녀가 알 리가 없지요.   단 한 번도 임신의 경험이 없으니까요.
초음파검사가 실시되고 놀랍게도 그녀는 벌써 임신 오 개월에 접어들고 있었답니다.  

두 사람은 초음파 사진을 손에 쥐고 보고 또 보고...

"어무이가... 어머니께서 주신 아깁니더!  

돌아가시기 직전에 그러셨어예.   저승에 가서 아기를 보내 주겠다시며...

어머니, 어머니..."

그녀는 시어머니를 부르며 남편의 품에서 그렇게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참 불공평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원치 않은 아기여서 서럽게 태어나는 경우도 많은데,이 부부의 아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축복속에 무사히 태어 났습니다.  

오 십이 넘은 고령의 출산이었고,초산이어서 무조건 제왕절개를 해야 했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아들이었지요.   

예순의 나이에 첫 아들을 안은 그의 심정은...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없어 이혼이라는 과정도

겪고 입양도 했는데 아들이 그에게 와 준 것입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감사하고 자신의 딸이 되어준 아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내 동생이야.. 그랗게 말하며 아기를 보고 웃는 딸을 가슴에 꼭 껴안으며,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이

다할 때까지 사랑하겠노라고 속삭였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의 끝이 다 되었군요.  

기적이 뭐냐구요?   글쎄요...  나는 이 부부의 강한 사랑으로 이어진 결혼 자체가 기적이라 생각

합니다.   

연리지되어,비익조되어, 그렇게 이 생에서 와준 자신의 반 쪽에게 오직 한사랑으로 서로를 붙드는

순결한 결혼 말입니다.  

순결한 사랑은 모든 것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임을 믿습니다.


 

                                                                                    권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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