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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500리길

비밀의 정원 2006년 4월


 


 

 


 

          훌쩍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웃고 떠들던 어울림의 즐거움이 떠나간 빈 자리에 남는 공허가

          쓸쓸해질 때

          가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버리고 덩그러니 바람소리만 남기고 싶다.

 

          정신 없이 노느라 바빴던 연휴

          함께 즐겁고 유쾌했던 형제들이 모두 떠나고

          TV에는 아침부터 귀경길 정체를 떠드는 명절 다음 날

          슬그머니 막내를 데리고 떠난다.

 

          30분 차를 몰아

          1시간 남짓 아무도 없는 희미한 산길을 걸으면

          세찬 바람소리와

          조용히 일렁이는 푸른 물길 따라 흐르는 텅 빈 느낌의 황홀함

 

          혹시 누군가는 다녀 갈 지도 모르겠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만나 본적이 없는 조용한 산 길

          모래톱엔 사람의 흔적은 없고

          언제나 새와 이름 모를 짐승의 발자국만 있는 곳

 

          나는 바람소리 들으며 푸른 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아이의 채근 질에 마지 못해 비밀의 정원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