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상속·증여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현행 세제가 기업,특히 중소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편법상속을 부채질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고 파악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기업의 성장의지를 꺾고 있다는 재계의 지적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계는 선진국들이 기업의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추세인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현행
세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해왔다.
재계는 과도한 상속·증여세가 기업가 정신을 잠식하고 이는 투자 위축 → 일자리 축소 →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질뿐더러 국부의 해외 유출까지 부추기는 만큼 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고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는 등 갈수록 강화되는 상속·증여세제의 첫번째 폐해는 투자 위축이다.
굳이 회사를 키워 상속시 세금을
많이 내느니 그때그때 이익을 배당해 현금으로 챙겨놓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인 A가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B사가 지난 30년간 1조원을 벌어들였고 A는 자신의 지분을 전부 자녀에게 넘겨주려고 할 경우'를 가상해 상속과 관련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봤다.
그 결과 세전이익 1조원을 전혀 배당하지 않으면 전액 배당했을 경우에 비해 349억원을 더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식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지분율은 100%에서 47.75%로 반토막이 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기업규모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배당을 통해 장단기 수익을 유출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배당은 자녀에게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자금출처를 만들어 주는 '유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퇴직 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을 자녀가 사들일 때 상속이 아닌 정상거래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중소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회사 지분 15%를 이미
갖고 있는 아들에게 자금출처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배당률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며 "자녀에게 회사를 안정적으로 넘겨주기 전까지는 굳이 (재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울 이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50%에 달하는 상속·증여세율은 일부 기업인들의 투자이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캐나다 호주 등 상속세가 폐지된 나라들로 기업 재산을 옮길 경우 당장 상속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득과세'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이 나라들에서는 기업이나 부동산을 물려받은 자녀가 재산을 처분할 때에만 세금이 부과된다.
특히 기업 경영권을 상속받는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도리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지분에 대해서는 최고
30%가 할증 과세되는 우리나라의 상속·증여세제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인뿐 아니라
대기업의 2,3세 경영자들도 "아버지만 돌아가시면 세금 무겁고 규제 많은 한국에서 '찬밥 대우'를 받느니 해외로 회사를 옮겨 마음 편하게
살자"는 농담 아닌 농담을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다.
실제로 올 상반기 우리 기업들과 개인들은 해외에 70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나 폭증한 것.그 중에서도 33억2000만달러는 중소기업과 개인이 투자한 것이어서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건전한' 해외 진출로만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중한 상속·증여세를 피해 해외로 유출되는 돈도
제법 된다는 얘기다.
법을 철저히 지키며 회사를 키워온 기업가들이 유독 상속할 때만 되면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게 되는
건 법대로 세금을 내고 지분을 물려줄 경우 경영권뿐 아니라 회사 자체도 유지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특히 회사
지분과 부동산이 재산의 전부인 대부분의 중소기업인들은 지분을 팔아 세금을 내자니 경영권이 위태롭고 공장부지를 파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세금
줄이는 방법을 찾아 세무사 사무실과 은행 PB센터를 전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 물납(세금을 돈 대신 주식으로
납부) 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으로 세금을 내면 공매절차에 들어가고 수차례의 유찰 후 싼값에 되사오는 방식으로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다.
중소 플라스틱 업체를 운영하는 K사장은 "그나마 정부에서 이 방법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최대한 빨리 상속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선 경영권 '세습'이라며 기업 상속을 부정적
시각으로 보지만 요즘같이 어려울 때 아버지 회사가 아니면 누가 중소기업을 사서 경영하려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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